유시찬의 영어해방기

 

“시찬 선생님, 영어발음이 중요한가요?”

결론적인 내 대답은 “그렇다” 이다. 어떤 이들은 이제 우리는 글로벌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영어발음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영어발음을 왜 잘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이다.

내 생각에 영어발음을 잘해야 하는 이유는 자랑하거나 멋있게 보이기 위함이 아니다. 잘못된 발음으로 인한 미스커뮤니케이션을 방지하기 위함에 있다.

누군가가 sheep을 ship으로 발음한다면 한 마리의 양은 순식간에 한 척의 선박이 되고, 종이(sheet) 가 똥(shit)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국어로 비유하자면 ‘신발’을 ‘시발’이라고 발음하는 격이다. 발음을 미국인과 똑같이 하지는 못하더라도 단어와 단어 간의 명확한 뜻 구분이 이뤄질 수 있을 정도의 발음공부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면 영어발음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인생의 한 부분에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에는 일련의 절차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평생 바지를 거꾸로 입어왔던 사람이 바지를 제대로 입으려면 다음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1. 내가 바지를 거꾸로 입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2. 올바로 바지를 입은 사람들의 예를 본다.
3. 바지를 제대로 고쳐 입는다.

쉽다. 하지만 사실은 그리 간단치 않다. 이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예전 습관대로 바지를 거꾸로 입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네 번째 절차가 필요하다.

4. 습관이 정착될 때까지 의식적으로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영어발음도 마찬가지다. 영어 수업시간에 그동안 몰랐던 발음을 원어민 선생님으로부터 잠깐 배웠다고 해서 그 발음이 내 발음이 될까? 절대 그렇지 않다.

내가 발음을 그동안 틀리게 했구나 하는 자각과 올바른 발음과 지금까지의 내 발음과의 차이점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하면서 올바른 발음을 직접 해 내야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후 며칠 동안 수백 번 그 발음을 반복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수십 년의 잘못된 영어습관을 단 하루, 몇 분만의 연습만으로 뒤집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영어발음 훈련은 이 네 번째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올바르게 바지를 입은 순간, 내가 제대로 발음을 한 순간, 그때부터가 진짜 게임의 시작인 것이다.

그러므로 가르치는 선생은 학생이 수업시간에 어려운 발음이나 그동안 하지 못했던 발음을 해 냈을 때 "맞아요! 좋아요. 그럼 이제 다음 진도 넘어갈까요?" 라고 할 것이 아니라 "맞아요! 잘 하셨어요. 하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해요! 지금 여기서 일곱 번만 더 따라하고, 집에 가서 100번 더 연습하셔서 자기 것으로 만드셔야 해요. 아시겠죠?" 라고, 조금은 깐깐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 과정인 바지를 바로 입고, 발음을 제대로 말 한 그 순간도 중요하지만, 이 이후는 학습자에게 더욱 중요하다. 교실에서, 학원에서 배운 것이 순간의 만족감만을 학습자에게 안겨주고 정작 영어가 필요한 현장에서 외국인과 대화해야할 때는 모두 망각해버리는 일을 막아야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영어발음을 배우는 방법. 맞게 발음한 그 순간부터 100번, 1000번을 다시 발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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