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전망 엇갈력…건설∙정유∙유화 양호, IT·기계·철강·자동차는 부진 예상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야드 전경 / 사진=뉴스1

 

글로벌 무역풍(교역량 확대추세) 기대감이 약화되며 우리나라 산업기상도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브렉시트로 인한 유럽연합(EU) 정세불안, 중국∙미국의 신보호주의 색채 강화, 글로벌 분업 악화 등에 따른 것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  (OECD)는 올해 세계경제 둔화 원인으로 '불지 않는 무역풍'을 꼽았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최근 10여개 업종별 협∙단체와 공동으로 하반기 산업기상도를 조사한 결과 건설, 정유유화는 구름조금, IT∙가전, 자동차, 기계, 철강, 섬유의류는 흐림, 조선은 비 등으로 집계됐다.

 

산업기상도는 업종별 실적과 전망을 집계하고 국내외 긍정적∙부정적 요인을 분석해 기상도로 표현한 것이다. 맑음은 매우 좋음, 구름조금은 좋음, 흐림은 어려움, 비는 매우 어려움을 의미한다.

 

글로벌 리스크에도 불구, 가장 맑은 업종은 건설로 조사됐다. 업계는 종합심사낙찰제를 기대하는 눈치다. 종심제는 300억원 이상 공공건설 시공사를 선정하는 입찰방식으로 올해 본격화됐지만 세부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상반기 79000억원의 공사가 하반기 이후로 미뤄진 바 있다. 저금리로 인한 신규분양, 수익형 부동산 수요증가도 긍정적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다만 구조조정 여파로 지방내수 위축과 브렉시트로 인한 해외수주불안은 하반기 부담요인이다.

 

정유∙유화 업종은 구름조금으로 예보됐다. 저유가가 안정화되며 전체 수출의 상당부문(80%)를 차지하는 아시아지역 석유제품 수요가 꾸준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분기 아시아지역 휘발유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59%, 항공유는 15.4% 증가했다. 유화업계의 전통 수출품목인 에틸렌도 해외경쟁사의 신규투자 축소로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다만 중국경기둔화 등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걸림돌이다.

 

정보기술(IT)·가전은 EU 정세불안으로 무역풍이 불지 않을 것을 감안해 하반기 구름이 낄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지난해에 비해 절반(7%)으로 떨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20%를 차지하고 있는 유럽시장으로의 수출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수요감소에 중국의 기술추격도 부담 요인이다. 다만 플렉서블(휘어지는) 대형 액정표시장치(LCD)의 꾸준한 수요 증가로 디스플레이 매출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신보호주의 파고가 일고 있는 철강 업종의 기상도도 구름이다. 미국이 중국산 철강에 반덤핑 과세를 매기면서 우리나라에도 50% 관세를 부과하는 통상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브렉시트로 인한 강달러 현상이 지속될 경우 원자재수입도 부담이다. 하지만 철강업계는 중국내 철강산업 구조조정으로 공급과잉이 다소 진정될 수 있다는 분석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 등 글로벌 리스크에 취약한 기계업종도 구름이다.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저유가로 인한 중동수요도 부진한 상태다. 브렉시트로 5월 대() EU 수출증가율인 13.7%를 크게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베트남 경기활성화 정책, 이란 경제제재 해제 특수 등을 기대하고 있다.

 

섬유∙의류 업종은 세계최대 섬유수입국 중국의 수요감소 우려가 상존해 있다. 중국의 섬유수요가 늘지 못하는 데다 국내 섬유소비마저 답보상태에 놓여 하반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의류도 아웃도어 붐 이후 시장을 이끌어 갈만한 새 트렌드를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새로운 의류생산기지인 베트남으로의 수출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남미, 중동으로 수출감소가 예상되는 자동차 산업도 구름으로 전망됐다. 그간 자동차 판매증가세를 유지해왔던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영향도 있다. 중남미, 중동 등 신흥시장 경기침체로 수출은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는 브렉시트로 인한 엔고현상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경합도가 높은 일본 차에 대한 가격경쟁력 향상 기대 때문이다.

 

조선 업종은 국지성 호우가 예상된다. 한국, 일본, 대만 등이 제조한 부품을 중국, 베트남 등에서 조립∙생산해 수출하는 글로벌 분업고리가 약화돼 물동량이 줄고 선박수주도 감소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올해 세계선박 발주량은 지난해보다 30% 이상 줄어드는 등 수요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수주량은 88% 감소했다. 선박 발주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럽경제 불확실성이 증대되며 기존 계약 취소 가능성도 남아있다. 글로벌 석유기업들의 해양 플랜트 투자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송의영 서강대 교수는 가치사슬로 물동량 증가 덕을 봤던 우리나라 조선업도 냉정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하반기는 브렉시트, 신중상주의 외에도 불확실성이 큰 기간이 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이에 대한 대응전략 수립과 구조개혁, 규제개선 등을 통해 우리 경제의 혁신 역량을 키우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