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기금·국가 재정 '줄다리기'…전문가들 "장래 고갈위기 국민연금에 떠넘겨선 안돼"

국민연금 재정추계. / 이미지=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제공

 

국민연금 출산 크레딧 적용범위를 첫째 자녀로 확대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동 법안은 현재 둘째 자녀부터 적용되는 출산크레딧 제도를 첫째자녀로 확대하는 대신 국가 재정 비중을 현행 30%에서 70%로 늘리도록 하고 있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겼다. 하지만 사회보험의 장기충당부채가 심각한 수준이어서 크레딧 제도를 확대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산 크레딧은 자녀가 2인 이상인 가입자 또는 가입자였던 사람에게 둘째 자녀 이상부터 자녀 당 일정기간을 국민연금 가입기간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국민연금은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인 사람에게만 연금을 지급한다. 그런데 여성들은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되는 등 국민연금 가입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아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속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행 국민연금법은 출산율을 제고하고 여성들의 연금수급권을 확보하기 위해 2008년부터 출산 크레딧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국민연금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현행의 ▲출산 크레딧 제도를 첫째 자녀부터 적용하도록 대상범위를 확대하고 ▲추가 산입기간도 자녀의 출산과 양육에 실질적으로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하여 자녀 당 36개월로 연장하며 ▲추가 산입기간의 한도에 대한 규정을 삭제하는 한편 ▲이에 소요되는 비용은 국가가 70%를 부담하도록 해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복지혜택을 확대하는 방안과 국민연금기금 건전성 확보 방안이 모두 담긴 셈이다. 

박광온 의원은 동법안 발의 이유와 관련, “현행법에 따르면 자녀가 하나밖에 없는 가입자는 동 제도의 혜택을 보지 못한다. 연금 추가 산입기간도 둘째 자녀부터 12개월, 2자녀를 초과하는 자녀 1명마다 18개월을 최대 50개월 범위 내에서 인정하는 탓에 자녀의 출산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인 보상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연금기금의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국가재정부담은 늘어난다. ​일각에선 국가재정건전성도 우려되는 수준이기 때문에 출산 크레딧을 확대하는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 예산안 부처별 분석을 통해 출산크레딧의 문제점을 지난해 지적한 바 있다. 출산크레딧 재정지원이 현재시점이 아닌 장래의 연금지급 시점에 발생하는 탓에 장기적으로 국가재정에 예측하기 힘든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보건복지부는 현재시점에 보험료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출산크레딧의 경우 2016년의 4500만원 수준에서 점점 증가해 2083년까지 199조원(2015년 불변가 기준)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결산공청회에선 지난해 국가 총부채 1284조8000억원 중 장기충당부채(연금충당부채와 퇴직수당충당부채, 699조9000억원)가 54.5%를 차지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금충당부채는 연금 가입자에게 장래 연금수급기간에 지급할 연금을 현재 가치로 평가한 금액이다. 즉, 미래에 지급할 연금 보험금을 현재 화폐가치로 환산한 금액을 말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센터장은 “국민연금은 장기적 관점에서 운영하는데 출산크레딧과 국민연금을 연계시키면 나중에 국민연금 재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국민연금이 현재 기준으로 514조원이 쌓여 있어 많아 보이지만 지급시점에 가면 많은 돈이 아니다. 후세대에 부담을 주지 않고 국민연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하려면 1000조 이상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우린 국민연금이 성숙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보험료 내는 사람은 많지만 받는 사람은 적은 단계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면 기금이 급속도로 줄기 시작한다. 실제로 연금추계를 보면 2042년부터 국민연금이 급속도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윤석명 연금센터장은 “출산크레딧을 운영하려면 국민연금에 떠넘기지 말고 100% 국가재정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