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년 예산 1조원, 한국은 5년 1455억원…“잘할 수 있는 것 해야”

자율주행자동차는 바로 옆에 다가온 미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거리나 캘리포니아 고속도로에는 자율주행차 수십 대가 돌아다닌다. 국내 산업계도 바빠졌다. 정부는 자율주행차를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지정했다. 이에 한국형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선 어떤 기술·제도·문화적 점검이 필요한지 국내 자율주행차 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차원용 아스팩미래기술경영연구소장이 서울시 은평구 사무실에서 국내 자율주행기술 기발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사진 = 임슬아 기자

 

자동차 산업이 100년 역사에서 가장 큰 분수령을 맞았다. 자동차 운전자가 사람에서 로봇으로 바뀌고 있다. 구글이 개발한 자율주행차는 전체 주행거리의 20%만을 사람이 담당했다. 구글은 사람이 운전하는 비중을 더 줄여 5년 내 100% 완전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소비자 관심이 벌써부터 뜨겁다는 시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과거 구글을 비웃었던 자동차 산업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 정보통신(IT) 기업은 물론 완성차 업체까지 자율주행차 기술 확보에 뛰어드는 상황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도 바빠졌다. 정부는 지난 2월에야 자율주행차 기술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지정하고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의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늦은 출발선에 선 우리가 자율주행차 시대를 앞두고 어떤 기술·제도·문화적 점검이 필요한지 한국의 대표 미래학자인 차원용 아스팩미래기술경영연구소장에게 물었다. 

차 소장은 “미래는 상상으로 현실화하지만, 현실에 기반을 두지 않는 상상은 허구”라며 구글이 등록한 자율주행차 관련 특허 분석 자료를 열었다. 국가과학기술심의회 ICT 융합 전문위원이기도 한 그는 “한국 경제가 나아갈 길은 국가 산업전략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국가 미래 전략을 짜는 것”이라며 “사실 자율주행기술 개발은 이미 늦었다”고 말했다.

구글과 비교해 국내 자율주행차 기술은 어디까지 왔나.

자동차 자율주행기술로 가장 앞서있다고 평가받는 구글과는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구글은 9년째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감지 시스템과 자율주행 컴퓨팅 등 핵심 분야 특허를 250건가량 보유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26건이다. 완성차 업체 중에선 상위권이지만 자율주행차 주도권은 구글이나 애플과 IT 기업이 가지고 있다. 데이터 기반 정보처리 기술이 자율주행기술에서 중요하다. 실도로 주행테스트 차이는 더 크다. 구글이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교외에서 지난 1월31일 기준 385만㎞를 달리는 동안 현대차 자율주행차는 3㎞밖에 달리지 못했다. 또 구글 가상 도로 실험실에선 반자율차가 매일 480만㎞를 달린다.

구글이 가상 도로를 활용하는 이유가 있나.

구글이 자율주행차를 개발한 초기에는 시험 주행을 교통 혼잡이 덜한 고속도로에서만 시행했다. 기술 발전을 거듭한 후에야 도심부를 주행했다. 그리고 구글은 주행을 거듭할수록 기계가 점점 더 많은 것을 배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정교한 모의실험 장치도 그래서 나왔다. 이 시기 기술 특허 등록도 많았다. 가상 도로를 주행하면서 발견한 문제를 바탕으로 찾아낸 해결방법을 곧장 특허 출원에 이용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지금도 계속 가상 도로 테스트를 하고 있다.

5년 내 상용화, 실제로 가능하겠다.

정부가 이야기하는 3단계 자율주행기술은 해외의 경우 마음만 먹는다면 당장에라도 가능하다. 미국 도로교통안전청(NHTSA)이 분류하는 자율주행 수준은 4단계다. 1단계는 차선 이탈 경보 정도의 단계다. 2단계는 2개 이상의 제어 기능이 함께 적용되는 단계로 차선 유지 기능과 주행 제어 기능이 작동하는 단계를 말한다. 3단계는 교차로나 신호등을 차량이 인식해 자동으로 도심 운행을 제어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완전 자율주행차(4단계)는 아니다.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가 자율주행테스트를 허용하는 법률안을 발표하고 자율차 개념을 정의했는데 미국은 여기에서 운전자 보조시스템은 자율차가 아니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와 산업부가 발표한 자율주행자동차 핵심기술 개발 사업 개요. / 사진 = 국토교통부

 

주행 제어 기능인 크루즈 컨트롤, 차선 유지 시스템을 활용하면 불안하지만 차가 알아서 간다.

자동차 선두업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운전 방식을 단계적으로 자동화하는 일을 진행해왔다. 차선 유지 보조 장치, 자동 주차 보조 장치 등을 결합하면 물론 유사 자율주행이 가능하기는 하다. 그런데 여기엔 기계의 판단이나 자동차 간 통신 등은 없다. 안전 향상과 운전자를 지원하는 시스템들은 자율차가 아니다. 자율주행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사람들이 명심해서 보아야 할 대목이다. 주행 보조 시스템들을 특허로 출원하고 자율차 특허라고 떠들어 대는 기업들은 자성해야 한다.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는 언제쯤 이뤄지나.

미래학자들은 자율주행차의 개발을 신약 개발에 비유한다.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이 99.95% 안정성을 얻기까지 15년 정도 걸린다. 기술 수준에서 가장 앞서 있는 구글이 자율주행기술 개발에 9년을 쏟았다. 기술 완성까지 6년이 더 남은 셈이다. 상용화는 또 다른 문제다. 새 기술을 사람이 수용하는 속도에 관한 이론인 기술수용주기 모델에 따르면 시장 점유율 16%를 넘어야 상용화 단계에 도달한다. 따라서 상용화는 2045년 이후일 듯하다.

정부가 자율주행차를 핵심 신산업 지정하고 5년간 1455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자율주행차를 실생활에 도입하기 위한 예비 프로젝트에 10년간 4조8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예산 제안서를 발표했다. 자율주행차 시장을 미국에 조기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라고 볼 수 있다. 이밖에 미국 당국은 약 4조7000억원 예산을 별도 편성해 통신 기능이 지원되는 커넥티드 차량 테스트도 시행할 예정이다. 영국 정부도 지난해 1년 예산 중 약 1700억원을 자율주행차 지원에 쓰겠다고 밝혔다. 비교할 수 없다.

자율주행차 시대를 앞두고 한국은 무엇을 해야할까.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우리는 첨단 기술 제품을 만들고 소형화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 자율주행차를 우리 기술로 완벽하게 만들어내겠다고 보단 조금 더 질 좋고, 저렴하고, 소형인 핵심 부품을 만드는 쪽으로 가야 한다. 현재 카메라, 레이더, 라이더 센서, 초음파 센서와 이를 통합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 반도체 등의 가격을 합하면 8600만원이다. 고급 승용차 한 대 가격이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나서 통합 장비를 개발 소형화시켜 5년 안에 1500만원 대로 낮추면 미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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