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조종사 비하 용납할 수 없어...태극마크 단 회사라면 사회적 책임 다 해야”

이규남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조양호 회장이 항공업무에 대한 이해없이 조종사를 모욕했다고 말했다. / 사진=박성의 기자

이규남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대한항공 경영진이 명품 항공사를 지향하고 있지만, 정작 ‘명품경영’에는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경영진이 회사와 반대의견을 가진 주주들의 발언권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노조위원장 자격이 아닌 주주로서 참여했다. 민주적인 조직이라면 특정 안건에 대한 반대의견도 들어줘야 맞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대표이사 재선임건 등에서 반대의견을 가진 주주를 강제로 배제시키고 발언권을 통제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인터뷰 중 조양호 회장 이야기가 나오자 수초 간 말을 잇지 못했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 3월 13일 대한항공 부기장 김모씨가 페이스북에 조종사가 비행 전 수행하는 업무가 많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자 “자동차 운전보다 쉬운 오토 파일럿으로 가는데 과시가 심하다. 개가 웃는다”라고 댓글을 달아 논란이 됐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지난달 4일 조종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을 고소했다. 이 위원장은 “모든 노동자들은 나름대로 환경과 고통이 있다. 항공사 대표로서 조종업무 이해 없이 그런 발언을 했다면 회장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대한항공이 1000억원 넘는 정비비용을 감축했고 이 결과 최근 6개월간 집중적으로 5회 연속 엔진 고장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이 “안전에 관한 투자는 줄지 않았다”며 반박하고 있지만 정작 정비현장에서는 인력 및 예비부품 기근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사측이 비파괴검사 등을 통해 정비과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대한항공이 사용하는 태극문양은 개인소유가 될 수 없다. 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사라면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을 통해 자국민 항공인력을 양성하고 이를 통해 청년 실업난 해소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인터뷰 중 문자로 부기장 강등 징계를 통보받았다. 이 위원장은 예상했던 결과라며 “대한항공은 모든 분야에서 정상화되야 한다. 민주적인 노사관계, 투명한 자금이동, 주주이익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 이 모든 약속이 협상을 통해 경영에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양호 회장은 조종사들만 37%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일종의 특혜라고 말했다.

“특혜는 조종사가 아닌 조 회장 일가가 받고 있다. 우린 정당한 요구를 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우리가 조 회장의 임금인상률에 근거해 37%라는 수치를 정했다고 하지만 착각이다. 경쟁 회사들과 비교해 결정한 합리적인 수치다.”

주주총회 통해 조 회장 장남인 조원태 총괄부사장이 대한항공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올해 주주총회에 노조위원장 자격이 아닌 주주입장으로 참여했다. 아무리 작은 조직도 안건에 대한 반대 의견을 들어보기 마련이다. 그런데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해 반대 의견 자체를 배제시키고 발언권을 강제로 통제했다. 노사협력실 부장이 나를 막아섰다. 주주총회가 비민주적인 행태로 운영된 것이다.”

조 회장이 SNS에 남긴 댓글로 조종사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다.

“조양호 회장을 한 회사 리더로 인정해야 하는지 고민스럽다. 물론 비행기 조종이 운전보다 쉬울 수 있다. 다만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노동자들은 나름의 환경과 고충이 있다. 조 회장이 항공사 대표라면 비록 진심이 댓글과 같았어도 대외적으로 그렇게 발언해선 안 된다. 조종사 업무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회장 자격이 없는 것이고, 알면서도 폄하했다면 이는 모욕이다.”

이규남 위원장은 대한항공이 태극문양을 사용하는 이상 사회적 책무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진=박성의 기자

이규남 위원장은 대한항공이 태극문양을 사용하는 이상 사회적 책무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진=박성의 기자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태 여파가 경영진에 대한 여론을 더 악화시킨 것 아닌가.

“조현아 전 부사장은 비행을 하는 직원들 모두에게 모욕과 상실감을 안겨준 사람이다. 만약 추후에 대한항공으로의 복귀를 노린다면 조종사 노조에서 침묵하기 어렵다. 땅콩회항은 위급상황이었다. 복귀 시 항공사에 끼칠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 복귀는 있을 수 없다고 본다.”

조종사노조에서 외국인 기장 채용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외국인을 고용하려면 파견이 아닌 직접고용 형태여야 한다. 그래야 처우나 복지부분에서 차별논란이 일지 않는다. 대한항공은 외국인 기장을 채용하는 이유와 그들에게 지불하는 비용 등을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밝히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은 외국인 조종사 채용이 운항 실력을 근거로 이뤄지고 있다고 반박한다.

“실력만으로 외국인을 뽑는다는데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자체 인력 양성화 노력 등을 소홀히 하고 있다. 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사라면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사기업이다. 고용의 자유에 사회적 책임이 수반돼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대한항공은 태극마크를 단 회사다. 대한항공이 태극마크를 사용하는 댓가로 한진칼에 매년 300억씩 지불하고 있지만, 태극은 절대 개인소유가 될 수 없다. 조종사는 양질의 일자리다. 대기업으로서 청년실업 해소에 역할을 해야 한다.”

쟁의를 통해 대한항공이 안전의식 결여됐다고 비판했다. 

“대한항공이 1000억원이 넘는 정비비용을 감축했고 이 결과 최근 6개월간 집중적으로 5회 연속 엔진 고장이 발생했다. 현장 정비인력 말을 들어보면 예비부품이 항상 부족하다. 몇 년 전부터 정비 방식도 바뀌었다. 육안으로 이상이 없으면 세부적인 검사를 하지 않고 있다. 실금은 육안으로 확인이 안 된다. 고온이 발생하는 부품이나 마모되는 부품은 비파괴 검사 등을 통해 문제점을 사전에 찾아내야 한다.”

대한항공에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조속한 정상화다. 투자와 계열사 간 자금이동이 명확해야 하고 노동자들이 피땀 흘려 얻은 영업이익이 지켜져야 한다. 집회가 끝나고 사측에서 부기장 강등이 결정됐다고 문자로 통보했는데 민주적인 노사관계가 돼야 한다. 회사가 책임감을 가지고 조종사, 일반노조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반영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