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비언어 소통하는 반려 로봇 내년에 선보이겠다”

 

지난 24일 오후 1시30분쯤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역 앞은 직장인들로 부산했다. 점심식사 시간이 막 끝난 터라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무리 지어 건물로 들어갔다. 일본 전자산업의 메카라 불렸던 곳인 만큼 컴퓨터 부품, 오디오 부품, 카메라 등 갖가지 전자 제품 판매점이 들어선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옆에는 깔끔한 빌딩들이 줄지어 늘어섰다. 아키하바라역 중앙출구에서 나오자마자 왼쪽으로 돌아 3분가량 걷자 후지소프트빌딩이 나타났다. 일본 소셜로봇 업체 그루브X가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그루브X 창업자는 하야시 카나메(43) 박사다. 하야시 박사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소셜로봇 페퍼의 아버지로 유명하다.직원 안내로 검색대를 통과한 뒤 10층에 도착해 방음 설비를 갖춘 스튜디오로 들어갔다. 하야시 박사는 청바지와 셔츠 차림으로 기자를 맞이했다.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그는 독일 억양이 섞인 유창한 영어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일본 자동차업체 도요타의 엔지니어 출신이다. 도요타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의 슈퍼카 ‘LFA’ 개발팀에서 공기역학 엔지니어링 업무를 수행했다. 2004년 독일로 건너가 포뮬러1 경주차 개발업체에서도 일했다. 하야시 박사는 2011년 정신적 지주와 조우한다. 소프트뱅크 아카데미아에 들어가 미래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을 수강하면서 손정의(일본명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난 것이다. 손 회장은 하야시 박사를 눈여겨보다 2012년 페퍼 프로젝트 팀장으로 스카우트했다. 하야시 박사는 지난해 회사를 나와 소셜로봇 개발업체 그루브X를 창업했다. 그는 인간과 비언어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반려 로봇을 개발해 2019년 출시할 계획이다.  

다음은 하야시 박사와 일문일답.업무 공간이 꽤 넓은데.후지소프트빌딩 사무실 10개를 쓰고 있다. 사무실마다 20~30명이 일할 수 있다. 그루브X 임직원은 지금 200여명이다. 자동차 엔지니어가 소셜로봇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소프트뱅크 아카데미아라는 리더십 교육 기관을 설립했다. 그 기관에 수강생으로 등록하면서 손 회장과 인연을 맺게 됐다. 나중에 손 회장은 로봇 개발을 부탁했고 난 기꺼이 그 요청을 수락했다. 손정의 회장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듯하다. 그런데 왜 소프트뱅크를 그만두고 스타트업을 차렸나?역시 손정희 회장 덕분이다. 소프트뱅크 아카데미아를 5년동안 다녔다. 이 교육기관에서는 손정의 회장의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강조했다. 나는 손 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스타트업을 만들었다. 지금도 손 회장과는 1년 2~3 차례 이메일을 주고 받는다. ‘페퍼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페퍼에 대해 평가해달라. 페퍼의 아버지는 내가 아니다. 손정의 회장이 페퍼의 아버지다. 손 회장이 창안했고 난 개발 책임자로서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페퍼는 아주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페퍼는 우물에 던지는 돌과 같다. 돌이 물에 빠지면 파문을 일으킨다. 페퍼가 시장에 나오면서 소셜로봇 시장에 끼친 파문을 지켜봤다. 시장이 페퍼에 반응하는 양태를 보고 새 시장을 찾아냈고 새 로봇 프로젝트를 발상할 수 있었다. 나는 내 로봇을 만들고 싶었다. 성능 좋은 로봇이 여럿 나와야 소셜로봇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 페퍼 같은 로봇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 로봇 프로젝트로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은.로봇은 2가지 목적을 갖고 있다. 하나는 인간 노동을 대체한다. 이런 로봇은 원가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춘다. 다른 하나는 인간 능력을 강화한다.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선 여러가지 외부 서비스와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 인간을 정서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로봇이나 소셜로봇이 삶의 질 향상에 더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에 인간 삶의 질을 개선하고 인간 능력을 강화할 로봇을 만들고자 한다. 당신이 개발하는 로봇은 무엇이 특별한가?서브컨셔스(subconscious·비언어) 소통 능력이다. 페퍼는 음성 언어로 소통한다. 우리 로봇은 서브컨셔스 방식으로 인간과 소통할 것이다. 아무도 개발하지 않은 로봇이다. 그럼 당신 로봇은 인간과 자연어로 소통할 수 없나?언젠간 자연어로 소통할 수 있을거다. 다만 이번엔 아니다. 첫 단계에선 서비컨셔스 방식으로 완벽하게 소통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고자 한다. 때론 서브컨셔스 소통이 음성 소통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다. 인간은 말 못하는 반려 동물과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소통한다. 심지어 말 잘하는 인간보다 훨씬 깊게 소통하기도 한다. 또  서브컨셔스 소통 없이는 음성 소통도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얼굴 표정이 보내는 메시지에 따라 같은 말도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 그럼 당신 로봇은 감정 상태에 따라 다른 표정을 지을 수 있나?지금 단계에서 로봇이 표정을 지을 수 있을 지 여부를 답할 수 없다. 다만 최고의 소통 방법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일각에서 알려진 것과 달리 영화 <스타워스>에 나오는 R2-D2를 닮지 않았다. 휴머노이드 로봇 C3PO보다는 R2-D2에 가깝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우리 로봇은 R2-D2와 완전히 다르다. R2-D2는 삐삑 거리는 소리로 부분적으로만 서브컨셔스 방식으로 소통한다. 우리 로봇은 100% 완벽하게 서브컨셔스 방식으로 소통할 것이다. 생김새나 제작 방식도 완전히 다르다. 소셜로봇은 해킹의 위험을 안고 있다. 소셜로봇을 해킹하면 한 가정을 들여다 보거나 심지어 손댈 수도 있다. 그루브X 프로젝트는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해킹 위험과 프로그램 접근도는 배타적 상보관계다. 프로그램 접근이 자유로울수록 보안은 취약해진다. 애플 운영체제는 폐쇄적이어서 보안 면에선 안드로이드보다 낫다. 안드로이드는 접근 내지 조작이 용이하나 해킹에 취약하다. 우리는 로봇 운영체제를 애플보다 폐쇄적으로 만들어 보안 수준을 극도로 높이고자 한다. 우리는 몇 가지 버전을 만들고 있다. 소비자용 로봇은 보안을 강화해 해킹하기 어렵게 만들겠다. 대신 연구자용 로봇은 쉽게 수정할 수 있게 만들고자 한다. 그만큼 해킹 위험도 커진다. 개발 중인 로봇의 출시 시점은.2018년 공개하고 2019년에 출시한다. 일본 시장에 먼저 내놓겠다. 이듬해 전 세계 시장에 단계적으로 내놓겠다. 추가로 투자를 유치할 계획은.  8월 2차 투자 라운드를 통해 투자자를 모을 계획이다. 한국 기업도 투자할 수 있나?물론이다. 수 많은 기업들이 우리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만 투자자가 우리 프로젝트에 기여할 수 있는 지 여부가 중요하다. 전 세계 유통에 도움을 주거나 인내심을 갖고 오랫동안 재정적 지원이 가능한 지 등 여러 기준에 맞춰 최적의 투자자를 찾겠다.

 

 

동영상 = 이철현 시사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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