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로 일자리 못 늘려…정부 귀족노조 딱지로 성과연봉제 도입 꼼수"

서성학 전국은행산업노동조합협의회 의장/ 사진=SC제일은행 노동조합

"금융 당국이 금융 공기업에서 한 것처럼 민간은행 한 곳에라도 일방적이고 불법적으로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밀어붙이면 시중, 지방은행 전체가 총파업을 할 것이다."

서성학 전국은행산업노동조합협의회(전은협) 의장은 20일 인터뷰에서 정부의 불법·강압적인 민간은행 성과연봉제 도입을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금융공기업에 노조 동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한 후 이제 민간은행으로 성과연봉제를 확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 94조에 따르면 회사 측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시 근로자 과반수 이상이 참여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노조 동의를 받아야 한다. 금융공기업 노조들은 사측을 근로기준법 위반과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했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회장 하영구)도 최근 시중은행 노사 산별교섭에서 성과연봉제 도입과 호봉제 폐지, 저성과자 관리 방안 도입, 신규직원 초임 조정을 통한 신규채용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서성학 의장은 "정부가 민간은행 한 곳이라도 금융 공기업에서처럼 강제적으로 직원 동의서를 받고 노조 동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 한다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전체가 연대해 이를 막을 것이다. 전은협과 지방은행노동조합협의회(지노협)는 성과연봉제 강제 도입을 반대하기로 결의했다"고 말했다.

 

전은협은 신한, 우리, SC제일, 하나, 외환, KB국민, 산업, 기업, 수출입, 한국씨티, NH농협, 수협중앙회 등 12개 은행으로 구성돼 있다. 지노협은 대구, 부산, 경남, 광주, 전북, 제주 등 6개 지방은행으로 구성돼 있다.

이어 "성과연봉제는 충분한 테스트 과정과 연구가 필요한 제도다. 정부와 노조, 학계가 논의해 합의하는 연착륙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럼에도 정부는 노조 동의 없이 이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성과연봉제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정부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언급했다.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한다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일할 사람 수는 정해져 있다. 성과연봉제 한다고 일할 사람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니다. 성과연봉제 본질은 인건비 파이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잘하는 사람 일부만 돈을 더주고 나머진 급여를 줄이는 것이다. 일자리가 늘면 기업 부담도 더 커진다."

이어 "정부가 성과연봉제로 일자리가 늘어난 다는 것은 성과연봉제가 쉬운 해고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3월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2016년 단체협약 개정 요구안 공문을 통해 저성과자 해고 조항을 취업규칙에 마련하자고 했다. 기존에 있는 사람을 잘라 비용이 적게 드는 신입 직원을 뽑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 의장은 성과연봉제가 기업 경쟁력을 하락시킨다고 주장했다.

"개인 성과주의제는 직원들을 본인 성과 챙기기에만 급급하게 만든다. 선배가 후배에게 업무 노하우와 기술 등을 전수해 주지 않게 된다. 본인이 잘해야 평가에서 우위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회사 경쟁력에 중요한 일이지만 정성적이고 평가에 도움이 안되는 업무는 꺼려지게 만든다. 이는 제 살 뜯어먹기 식으로 내부 경쟁, 지점 경쟁만 일으키고 외부 경쟁력에 도움이 안 된다."

서 의장은 "성과주의제가 도입되면 기업 경영진들도 장기적 관점이 아니라 단기 성과주의에 치중하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단기 성과주의 인식은 경영진에서 전체 직원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와 일부 언론은 금융 노동자들이 고연봉 귀족 노조이기에 성과연봉제를 받아 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들은 노조가 근로기준법과 노동법 등을 내세우면서 밥 그릇 지키기를 한다고 혹평했다.

그러나 서 의장은 "정부는 금융 노동자들에 귀족노조라는 딱지를 붙여 국민들을 호도하려 한다"며 "정부는 일자리 만들지 못한 실패를 귀족노조 딱지로 금융 노동자에게 전가시켰다. 이는 실제 일자리를 늘리지도 못하고 중산층을 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 노동자들도 힘들게 일해 돈을 번다. 귀족 노조 밥 그릇 지키기라며 근로기준법과 노동법 등에 명시된 권리를 주장하지 말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일 잘 하는 사람이 돈을 많이 받고 못하는 사람이 적게 받는 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 안에 함정과 단점이 많다. 성과연봉제는 관계 당사자들 합의를 통해 합법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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