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세력 개입 가능성 높아…정리매매 종목 매매 주의해야

경남에너지 주가가 자진 상장폐지를 앞두고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경남에너지는 가격제한폭이 적용되지 않는 정리 매매 시작 이틀만에 150% 이상 급등했다. 업계에서는 유통 주식 물량이 적어 투기를 노린 세력이 매집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도시가스 공급 전문업체인 경남에너지가 상장 폐지일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경남에너지는 자본시장법상 최대주주인 경남테크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95%를 넘으면서 18일까지 정리 매매 후 19일 상장 폐지하기로 한국거래소의 승인을 받았다. 경남테크는 상장을 통한 자본 확충 등 이득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순조롭게 끝날 것 같은 경남에너지 주가에 이상 현상이 나오고 있다. 경남에너지는 정리매매 첫날인 10일 전날 종가에서 0.99% 오른 1만250원에 장을 마쳤다. 다음 날인 11일에는 주가가 폭등하며 153.66% 오른 2만6000원에 거래를 끝냈다. 정리매매 셋째날인 12일에는 12.31%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거래량도 정리 기간 내에 폭발적으로 늘었다. 정리 기간 첫날 주식은 0.99%박에 오르진 않았지만 이 기간 거래량은 45만주로 평소 1~2만주에서 크게 증가했다. 둘째날에는 거래량이 59만주로 폭증하면서 주가 상승에 탄력을 받았다.

수급 측면에서는 개인이 매수에 나서고 있다. 첫날 개인은 7억9000만원을 순매도했지만 150%대 폭등했던 11일에는 2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기관은 이날 22억원을 매도하며 물량을 풀었다.

경남에너지처럼 주식 가격이 100%를 넘어 상승할 수 있었던 것은 정리매매 기간에는 가격 제한폭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 시장에 상장된 종목의 주식 일일 가격폭은 -30~30%로 제한돼 있다. 정리매매 기간에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 기회를 주기 위해 가격 제한 폭을 두지 않는다.

이런 탓에 정리 매매 기간에는 투기적 세력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

 

한 증권업계 전문가는 “보통 정리매매가 시작되면 기준가 대비 90%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리매매 기간에는 가격 제한폭이 없어 투기적인 모습을 띄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업이 상장 폐지를 준비한다는 정보가 돌면 투매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투기 세력은 이 시점에 주식을 대거 매입한다. 이후 정리 매매 기간에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다음 매수자를 유인하고 높은 가격에 되파는 방식으로 투기적 이익을 가져간다”고 설명했다.

실제 광학렌즈 제조업체인 에스와이코퍼레이션은 2013년 정리매매 당시 장중 전날 대비 811만9900% 오른 상태에서 거래가 체결되기도 했다. 전선 제조 및 판매업체인 JS전선은 지난 2014년 정리매매 첫날 60% 넘게 폭등하며 공개매수 가격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까지 뛰었다. 건설안전관리 전문업체 승화프리텍은 올해 정리매매를 시작하자 2014년 기준 40억원 수준이던 시가총액이 8000억원대까지 불어났다.

한 전문가는 “경남에너지는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이미 주식을 주당 1만200원에 책정해 매입하고 있다. 상장폐지 후 6개월 동안에는 경남테크가 같은 가격에 잔존 주식을 매입할 예정”이라며 “19일 비상장 주식이 되면 매매가 어렵고 양도세 등 세금 문제가 발생한 다는 것을 고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리매매 종목 주식 매입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남에너지는 18일까지 정리 매매 후 19일 상장 폐지하기로 한국거래소의 승인을 받았다. 사진은 한국거래소 전경 / 사진=뉴스1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