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늘린 조선·해운 대출에 자산건전성도 빨간불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회장이 농협금융지주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있다. / 사진=뉴스1

NH농협금융지주가 2분기에도 순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9일 농협금융은 1분기 순이익 89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감소했다.

 

1분기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조선·해운업계 실적 악화와 자율협약 등 구조조정 논의 탓에 대손충당금 3575억원을 적립했다. 지난해 1분기 2278억원보다 56.9% 늘었다.  

 

계열사 NH농협은행은 1분기 창명해운 1944억원, STX 413억원, 현대상선 247억원 등 대손충담금 3328억원을 적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62% 늘었다.

  

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조선·해운이 최근 부진에 빠지면서 10년 전에 늘렸던 여신이 부실해졌다. 그 부담을 지금에 와서 떠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수은행이라 다른 은행처럼 채권단에서 빠지지 못했다. 결국 농협은 10년 동안 여신 추가 지원과 충당금 적립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성동조선 자금 지원 과정에서 우리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이 채권단에서 탈퇴했지만 농협은행은 잔류했다. 또 지난해말 STX조선에 채권단이 4000억원을 지원하는 구조조정안이 나왔을 때도 우리·KEB하나·신한은행 등 시중은행은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고 채권단에서 탈퇴했지만 농협은행 등 특수은행은 그대로 남았다. 

 

이에 STX조선이 법정관리에 빠질 수 있어 농협은행의 충당금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농협은행은 STX조선과 대우조선해양 여신 2조원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시작하면 그 여파로 2, 3분기 순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경기악화와 충당금 적립 등 외적 요인이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은행 영업은 수익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농협은행 부실채권(NPL) 비율은 2.27%다. 전년도 대비 0.61%포인트 올랐다. 신한(0.88%), KB국민(1.17%), KEB하나(1.27%), 우리(1.03%)와 비교해 높다. 다른 은행은 부실채권비율을 줄였다. 

 

금융기관의 여신은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로 구분한다. 고정부터 추정손실까지를 부실채권으로 분류된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자산 건전성이 악화된다. 

 

대손충당금 적립률도 농협은행이 가장 낮다. 대손충당금은 높을수록 기업 부도 등 손실이 발생했을 때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지난해말 농협은행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78.77%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포인트 떨어졌다.​ 신한, KB국민, 우리, KEB하나은행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00%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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