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교수 “소프트웨어 발전 속도 빠르지만 기계적 지능도 함께 높아져야”

휴머노이드 로봇을 연구하던 공학자들이 로봇은 꼭 사람처럼 생겨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사람처럼 생기지 않은 로봇도 많고 보행 로봇도 이족보행을 넘어 3~6개 다리로 동물이나 곤충처럼 걷기도 한다.”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 교수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로봇의 개발 동향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상냥하게 미소 짓고 친절하게 응대하며 사람을 대신할 것 같았던 휴머노이드에 대해 로봇공학자 사이에서도 회의론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과거 휴머노이드 로봇 찰리를 개발하기도 했다. 그는 찰리는 미국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며 휴머노이드를 비롯해 여러 로봇을 연구했는데 휴머노이드의 경우 잘 넘어지고 느리며 복잡하고 비싸 한계가 있다. 일상에서의 휴머노이드 사용은 앞으로 30년 내 자리잡기 힘들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가 비교적 최근 개발한 로봇 발루는 이족보행 로봇이긴 하지만 몸이 풍선처럼 생겼다. 몸체에 헬륨가스를 넣어 안전하게 걷고 뛰고 계단도 오르내릴 수 있다.

 

그는 최근 소프트웨어에 제어기술로 개발해 상용화된 로봇들에 대해 보기에는 멋있지만 태블릿에 바퀴를 단 정도의 로봇도 있다며 로봇의 기계적 지능을 강조하기도 했다.

 

홍 교수는 오는 913일 시사저널이코노미가 주최해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리는 미래혁신포럼(FIF) 2018’ 행사에서 기계적으로 로봇을 설계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다음은 홍 교수와의 일문일답.

 

- 오는 913일 시사저널이코노미가 주최하는 미래혁신포럼(FIF)2018’ 기조연설 주제가 인공지능이 아닌, 로봇의 기계적 지능에 대하여. 기계적 지능은 무엇을 의미하나

 

“로봇의 기계적 지능이란 로봇 설계 영역 중 기계적인 부분을 의미한다. 로봇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기계공학이 많이 들어간다. 로봇을 소프트웨어로 제어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 방법을 쓰지 않고 물리적으로 설계해야 하는 영역도 있다. 로봇의 기능을 구현하는데 센서에 의지한 인공지능 외에 기어나 연결 구조(링크)를 창의적으로 설계해서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로봇은 물건 하나 잡는 것도 쉽지 않다. 위치와 크기를 입력해주지 않으면 잡지 못한다. 적당한 압력도 중요하다. 달걀의 모양과 크기를 알지만 적절한 압력을 주지 않으면 깨져버릴 수도 있다. 기계적 지능은 상황에 맞게 힘을 가하고 조절하는 능력이다. 달걀을 잡을 때 스프링의 역할을 조정해 자동으로 안전하게 집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기술 집약체인 컴퓨터도 초창기에는 기계적으로 기어를 사용해 판단을 내렸다. 기계적인 지능으로도 많은 것을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최근 유명 로봇 중에는 인간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는 종류의 휴머노이드들이 있다. 일각에서는 비싸기는 한데 효용성에 대한 가치를 의심하기도 한다

 

우리 실생활에 많이 사용되는 소셜로봇이라고 불리는 로봇들이 있다. 신문이나 뉴스 등에도 자주 나온다.

로봇이 상용화되려면 세가지를 만족시켜야 한다. 어느 정도 쓸모가 있어야 하고 기술이 존재해야 하며 비싸지 않아야 한다. 실생활에서 이를 만족시켜주는 로봇은 여태까지 로봇청소기 정도밖에 없었다.

보기에는 멋있지만 태블릿에 바퀴를 단 정도의 로봇도 있다. 이들 로봇 제조사나 유통사는 지금은 효용가지가 낮지만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해 학습을 하면 향후에는 유용해질 것이라고 한다. 책임회피라고 생각한다.

로봇은 꼭 필요하다. 연구도 반드시 필요한데 앞으로 가야할 길이 많다. 비전문가들이 생각하는 로봇과 현실은 다르다. 로봇은 공장이나 물류창고 등 특화 영역에서 많이 사용되며 최근 무인자동차나 배달로봇 등으로 조금씩 영역을 넓히고 있다. 로봇은 조작된 환경(Controlled Environment)에서는 잘 작동하다가도 현실세계에서는 오류를 일으키기도 한다.

당장 로봇을 쓸 필요는 없다. 그러나 어떤 경우는 로봇이 반드시 필요하다. 원전사고 복구처럼 방사능이 과도하게 방출된 경우가 그렇다. 원전사고의 경우 어떤 상황이 있을지 모른다.

 

사진 = 노성윤 PD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로봇이 개발됐는데 로봇 강국이라고 할 수 있는 나라가 있는가. 우리나라와 로봇강국의 차이는 무엇인가

 

미국은 화려한 로봇이 없다. 몇몇 업체가 화려한 로봇을 만들기는 했지만 대다수 로봇은 멋이 없다. 미국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원천기술과 가반이 되는 과학으로 로봇을 만들어 엄청난 저력이 있다. 필요한 로봇을 시기적절하게 잘 만들어낸다. 반면 우리나라와 일본 로봇은 보기 좋다.

우리나라 로봇산업과 관련해 안타까운 것은 엄청나게 똑똑하고 로봇을 잘 만드는 사람들이 많은데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부족하다. 다른 곳에서 보지 못한 로봇을 한국 내에서 찾기 어렵다.

중국은 나라에서 로봇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로봇 관련 기업들을 인수하면서 엄청나게 빨리 성장하고 있다.

 

-  국내에서도 로봇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이 있다

 

로봇산업은 커질 것이다. 단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빨리 빨리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굳이 단기적으로 성과가 나오길 바란다면 새로운 요소기술을 개발하는게 좋다. 새로운 종류의 감지기나 액츄에이터 등을 만들면 사업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런 요소기술들이 중요하기도 하다. 짧은 시간 안에 값이 저렴하고 쓸모 있는 로봇 완성품 개발은 어려울 수 있다.

10여년 전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이라는 잡지에 기고하면서 PC가 보급된 것처럼 ‘1가구 1로봇시대를 예견했는데 그 후 10여년이 흘러도 실현되지 않았다. 로봇으로 수익을 남긴 사례는 공장자동화 등 옛날 로봇에 한정됐다.

다만 시도는 계속해봐야 한다. 연구실을 나와 실생활에 로봇을 적용하면 배우는 것이 많다. 용감하게 시도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도 있다.

몇 년 전 한국 기업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한 사례도 있었다. 굉장히 훌륭한 로봇을 개발했는데 시장성이 없어 결국 프로젝트를 취소했다. 의료용 로봇 프로젝트도 있었는데 이 역시도 취소했다. 장기적으로 봐야 하는데 시장성이 없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바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로봇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지구를 구한다. 원전사고, 테러, 자연재해, 화재, 태풍 등 어려운 상황에서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한다.

 

- 로봇에 대한 시각은 양분화됐다. 로봇에 대한 정의를 내려달라. 인간을 대신하는 존재인가, 인간과 유사한 존재인가

 

둘 다 아니다. 로봇을 인간같은 존재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지도 않는다. 로봇은 그저 도구일 뿐이다

로봇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일단 3가지를 갖춰야 로봇이라고 한다. 첫째는 감각, 둘째는 계획, 셋째는 실행능력이다. 로봇은 사람의 감각처럼 정보를 받아들이는 센서가 있어야 하고 정보를 가지고 어떤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즉 두뇌 기능이 필요하다. 여기에 물건을 집어 드는 등 실행 능력을 갖춰야 로봇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엘리베이터는 센싱, 판단, 실행 능력 중 일부를 갖췄지만 로봇이라 부르지 않는다.

 

사진 = 노성윤 PD


 

할리우드 영화 속 로봇이 사람을 닮아 있다 보니 자꾸 로봇을 사람 같은 존재로 그리게 되는 것 같다

 

영화 스타워즈 속 C3PO나 터미네이터 속 살인로봇은 사람처럼 생겼다. 사람에게 친숙해야 하고 재미있어야 해 때문에 그런 식으로 만든 것 같다.

유명 건축가 루이 설리반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고 했다. 어떤 물건의 모양은 어떻게 생겼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로봇의 모양은 다양할 수 있다.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로봇이라 할 수 있는 로봇청소기는 큰 원반처럼 생겼다. 책상 밑에도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이같은 형태가 가장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공상과학이나 많은 로봇과학자는 사람처럼 생긴 로봇 휴머노이드 로봇을 연구했다. 이는 인간을 위해 설계된 공간 속에 로봇을 놓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문 손잡이도 열 수 있어야 하고 계단도 오르내릴 수 있어야 한다. 가위나 망치 등을 쓰기 위해 손도 있어야 했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로봇도 똑똑해지고 있다. 앞으로 로봇의 발전 속도는

 

로봇과 인공지능은 다르다. 인공지능은 몸체가 없는 생각이고 로봇은 물리적인 일을 하는 기계다.

인공지능은 정말 빨리 발전하고 있다. 이제는 실생활에서도 많이 쓰인다. 소프트웨어는 물리법칙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에 반해 로봇의 발전 속도는 굉장히 더디다. 로봇은 물리적인 것이다. ICT 분야에서 스마트폰은 5년전과 큰 차이를 갖지만 자동차는 그렇지 못하다. 로봇도 마찬가지다.

미디어에서 로봇이 거의 대부분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고 했는데 발전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다. 지금도 공장이나 물류창고 등 특화된 영역을 중심으로만 활용되고 있다.

 

로봇 상용화 걸림돌은 무엇인가

 

모든 것이다. 전력 문제도 있다. 30분 움직이고 배터리가 나가면 사용할 수 없다. 새 전력원이 필요하다.

더 나은 센서들도 필요하다. 더 잘 보고, 인식을 잘 할 수 있어야 한다. 비가 오고, 눈이 오고, 안개가 끼고 여러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사람의 근육에 해당하는 액추에이터(Actuator)는 기어를 달아서 쓰는데 작동을 위해서는 탄성이 필요하다. 컴퓨터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는데 더 많은 메모리와 컴퓨팅 피워도 필요하다.

로봇은 융합적인 학문이다. 나도 내 로봇보다는 우리 로봇이라고 표현한다. 협업해 만들어진다. 혼자서는 로봇을 만들 수 없다.

 

- 향후 계획을 소개해달라


새로운 액츄에이터를 개발중이다. 액츄에이터는 움직이게 하는 구동장치다. ‘Bear’라고 이름 붙였는데 탄성이 있어 이 장치를 사용하게 되면 안전하고 새로운 동작을 할 수 있다. 로봇팔이 사람을 잘못 치면 즉사할 수 있어 로봇과 함께 일하는 작업이 위험한데 새로 개발한 인공근육은 힘은 더 센데 안전하다. 개발한 액츄에이터를 기반으로 학생들과 창업을 준비중이다. 연내에 창업할 계획이다. 1년 전부터 준비를 해왔다.

창업은 이번이 두 번째다. 과거에도 토크(TORC)란 회사를 창업한 적이 있다. 무인자동차를 개발하는 회사인데 지금도 번창하고 있다.

창업도 학생들과 협업하기 위한 것으로 새로 창업하는 회사에는 최고기술책임자(CTO)나 어드바이저로 합류할 예정이다.

 

-로봇공학에 관심 있는 우리나라 청년 인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에는 로봇을 좋아하고 열정이 있는 친구들이 많다. 그러나 진짜 로봇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손재주만 있어서는 안 된다. 로봇을 단순히 만드는 것, 그 다음을 위해서는 수학과 과학이 정말 중요하다. 로봇을 하기 위한 도구가 과학과 수학이다. 로봇대회에서 1등을 하더라고 수학과 과학 지식을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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