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등 수입 디젤차, 환경 이어 ‘안전’ 이슈 겹쳐 판매량 급감 위기, 렉서스·토요타 등 반사이익 관측…“친환경차 트렌드와 함께 디젤 장기적 신뢰 떨어질 것”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디젤게이트에 이어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된 디젤차가 BMW 사태 이후 화재 논란에 부딪혔다. 그간 디젤차는 값싼 연료비, 유지비 등 강점을 갖춰 환경 이슈에 휘말려도 수요층을 형성했지만, 이번 불거진 ‘안전’ 이슈만큼은 판매량 타격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친환경차 기조와 함께 국내·외 업체들이 일부 모델의 디젤차 단종을 선언하는 가운데 가솔린, 하이브리드차량(HEV) 등이 수요를 대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잇단 BMW 화재의 원인이 배출가스재순환장치(EGR) 모듈 결함으로 지목되며 수입 디젤 차량 전반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EGR이 장착되는 특성상 디젤 기관 자체가 화재에 취약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EGR 모듈은 배출가스 저감장치로 배기가스를 엔진 입구로 재순환시켜 연소 온도를 낮추면서 질소 산화물을 줄이는 장치다. 실제로 BMW의 리콜 대상 차량은 520d와 320d 등 디젤 모델을 대거 포함한 총 42개 차종 10만6317대다. 


업계 관계자들은 ‘디젤차가 화재 가능성이 높다고 단정 짓긴 어렵다’는 데 입을 모았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디젤차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EGR 때문에 불이 잘 붙는다고 딱 꼬집어 말하긴 어렵다. 내연기관 차량 화재 원인이 워낙 복합적이기 때문”이라며 “정부 조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 규명이 선행돼야 불안감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연일 발생하는 화재 논란에 소비자 불안감은 디젤 차량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실제로 서울시 용산구 한 BMW 전시장 관계자는 “신형 520d에는 다른 부품이 장착돼 구형 모델의 화재 위험과 무관하다"라고 강조하면서도 "최근 이슈가 워낙 많다보니 디젤 모델 구매를 고려하던 고객 중 일부는 530i 등 가솔린 모델을 대신 선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 불신이 가중되는 한편, 국‧내외 업계서 디젤 차량이 환경오염 주범으로 지목되며 퇴출 분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완성차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기업 입장에선 디젤 모델의 신차 개발과 판매에 점차 부담이 늘면서 제품군을 줄이는 추세다.  일부 업체는 친환경차 기조에 동참하며 디젤 모델 제품군을 줄이거나 생산 단종을 선언했다. 볼보, 닛산은 디젤 엔진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으며,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은 2022년 디젤 승용차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현대차 역시 일부 차종의 디젤 모델 생산을 중단한다. 현대차는 지난 10일부터 그랜저, 쏘나타, i30, 맥스크루즈 등 4개 차종 생산이 중단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판매율이 낮은 차종을 단종하고, 친환경차 제품군 판매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 역시 디젤차 인증 규제를 강화하는 점도 자동차 업체들의 부담을 높일 전망이다. 내달부터 국내 디젤 승용차의 배출가스 측정 기준이 국제표준시험방식(WLTP)으로 강화되면서, 해당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차종은 판매가 금지될 예정이다. 내년 9월부터는 실주행테스트(RDE)까지 적용되는 등 디젤차 규제는 더욱 엄격해지는 추세다. 
 

이와 함께 배출가스 조작 논란 등 환경 이슈에 휘말렸던 디젤차가 안전 이슈에 부딪히며 시장이 쪼그라들지 주목된다. ​국내서 디젤차는 꾸준한 수요층을 유지해왔지만 매년 소폭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며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 2015년 아우디폴크스바겐 등이 디젤게이트 논란을 사며 국내 판매가 중지됨에 따라 2015년 수입차 중 70%에 달했던 디젤차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7%로 주저앉았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디젤차 비율은 2015년 52.5%에서 지난해 47.9%로 줄었다. 

 

올 상반기엔 총 42만329대가 등록되며 지난해 같은 기간 43만9700대보다 4.4% 소폭 감소했다. 그간 디젤차가 값싼 연료비, 유지비 등으로 견고한 수요층을 형성했지만 성능이 개선되고 경제성이 강조된 가솔린, HEV 등 차종이 대거 출시되며 수요를 내주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친환경차 입지를 다지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량(PHEV), HEV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특히 같은 수입 시장에서 HEV 중형세단 제품군을 완비한 토요타, 렉서스 등 일본 수입차 브랜드가 디젤모델 수요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다. 

 

양사는 HEV 제품군을 앞세워 국내서 발을 적극 넓혀왔다. 토요타는 지난달 1270대의 판매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판매량이 20% 증가했다. 올초부터 지난달까진 9620대를 팔면서 1만대에 근접한 판매고를 올렸다. 주력 제품인 중형세단 캠리는 지난 6월까지 5155대 판매되며 전체 판매량을 견인했다. 이중 하이브리드 모델은 3051대로, 가솔린 모델에 비해 1000대가량 더 판매됐다. 아울러 하반기 대형세단 아발론의 HEV 모델을 출시해 소형세단 프리우스C, 중형세단 캠리, 대형세단 아발론으로 이어지는 HEV 세단 제품군 완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 지붕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 역시 오는 10월 볼륨 모델인 ES300h의 7세대 모델을 출시하며 판매고를 이어갈 전망이다. 렉서스는 올초부터 지난달까지 7017대 판매하며 1년 전 판매량(6946대)에 이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같은 모델이어도 디젤, 가솔린, 하이브리드의 특성과 수요층이 각기 달라 곧장 판매량이 급감하지 않는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디젤 퇴출 정책에 힘입어 장기적으로 소비자 외면을 받는다는 분석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HEV와 디젤차량의 수요층은 엄연히 달라 곧장 다른 기관 모델로 수요 이동이 두드러지진 않을 것 같다. 다만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업계서 디젤 모델의 인증 강화를 하기 보다 제품군을 줄이는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 소비자들 역시 다른 차종에 눈길을 돌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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