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세 부과에 미국 기업 이전 우려…미국 겨냥해 외국기업 투자 허용 확대 방침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미·중 무역전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강공과 협상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은 미국의 추가 관세 방안에 따라 중국 내 미국 기업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미국을 겨냥해 외국 기업에 대한 투자 허용 확대 등 대외 개방을 가속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종식될 때까지 투트랙 전략을 펼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과 비교해 쓸 수 있는 카드가 적은 중국으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1일 대중 수입의 절반에 해당하는 2000억달러(한화 약 226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 추과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후춘화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미국 기업의 움직임을 주시하라고 지방정부에 지시했다.

최근 외국투자를 감독하는 후춘화 부총리는 지방 정부들에 미국의 관세 부과가 중국 내에서 운영 중인 미국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후 부총리는 특히 기업들이 다른 국가로 이전 움직임 가능성이 있는지 예의주시하라고 주문했다.

중국 정부가 우려하는 것은 미국이 지난 6일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영향으로 중국 내 미국 기업이 다른 국가로 이전하는 것이다. 이는 경제 침체 조짐이 나타나는 시기에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고 고용을 유지하려는 중국의 노력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또 지난해 중국의 미국산 수입 규모는 1300억달러에 달한다. 중국은 사실상 미국과 같은 액수의 관세 보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미국기업에 대한 사업 인허가 불허, 미국 제품에 대한 검역 강화 등의 보복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 주재 미국상공회의소가 지난 13일 상하이 지역에 진출한 434개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4~5월 조사한 결과에 따른 비즈니스환경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69%의 기업들이 미국 관세부과 계획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또 중국에서 사업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은 중국이 주중 미국기업을 대상으로 감독관리 강화, 허가지연 등의 비관세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회원사들이 중국 사업에 대해 다른 지역보다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미래 전망에 대해서는 비교적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은 서로 대등한 방법으로 도전과제를 해결하고 양국 국민에 모두 유리한, 장기적이고 안정적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 중국, WTO서 미국 겨냥…중국 최고 지도부 서로 다른 전략 구사

중국 정부는 중국 내 미국 기업들의 이전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면서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미국을 겨냥해 외국 기업에 대한 투자 허용 확대 등 대외 개방을 가속하겠다고 밝혔다.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은 지난 12일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과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등 미국 정재계 주요 인사들을 만나 양국 간 무역전쟁 해결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왕 부주석은 일론 머스크에게 테슬라가 상하이에 짓는 연간 50만 대 생산 공장의 지분 100%를 보유할 수 있다는 조건을 확인시켰다. 이는 외국 자동차 기업에겐 최초의 사례에 해당된다.

시진핑 국가주석 또한 지난 달 말 UPS. 화이자, 골든만삭스 등 유수의 미국 기업 CEO들을 만나 중국 시장 개방 확대와 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적극 진출을 위한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15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에 따르면, 미중 무역협상에 참여해온 왕셔우원 중국 상무부 부부장 겸 국제무역협상단 부대표가 제네바 WTO 본부에서 ‘중국과 WTO’ 백서 홍보 설명회에 참여했다.

왕 부부장은 “중국의 WTO 가입은 모든 회원국에게 이득이 됐다. 중국은 120여개국과 주요 무역 파트너이며, 중국의 수출은 각국 기업과 국민에게 저렴하면서도 우수한 품질의 상품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그동안 중국은 WTO 협정서를 충실히 이행했고 다자무역체제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했다. 화물 무역에서 중국은 지난 2010년 관세 인하 약속을 이행했으며 서비스 무역 분야에서도 2007년까지 중국의 개방 약속을 전부 지켰고 100여개의 서비스업의 문호를 열었다”며 “중국은 시대 흐름에 맞춰 균형적인 발전을 추진하고, 외국 기업에 대한 투자 허용을 더욱 완화해 매력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양제츠 외교 담당 정치국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주임은 14일 세계평화포럼 개막식 연설을 통해 “중국은 무역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중국은 자신의 합법적 권익이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필요한 반격을 취할 것이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는 중국이 무역전쟁 종식을 원하지만 일방적으로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정치학과 교수는 “미국이 추가 보복한 부분에 대해 중국에서 특별한 조치를 내리고 있지 않다. 중국 입장에선 무역전쟁 판 자체를 깰 생각이 없어 보이고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미국도 산업 분야에선 중국을 어느 정도 의지하고 있고 국익을 해치는 부분에 대해선 망설이고 있기 때문에 상황 자체가 중국에게 불리하지 않다. 중국이 앞으로도 투트랙 전략을 펼치면서 여유를 부리고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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