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맥주로 몸살 앓는 연트럴파크…관할 지자체 “음주 제재 및 출입 제한 어렵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공식만찬 자리에서 국내 수제맥주를 소개한데 이어, 4월 통과한 주세법 시행령 개정안으로 대형마트에서도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든 맥주를 팔 수 있게 되면서다. 

 

수제맥주 대중화의 불씨를 지핀 것은 프랜차이즈다수제맥주 프랜차이즈는 맥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안주를 개발하고물류 유통망을 구축하며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수제맥주 프랜차이즈 브랜드 생활맥주 2014년 설립 후 만 4년만에 전국 150 매장을 오픈하며 수제맥주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부산대전안동 등 전국 각지 소규모 양조장과 함께 개발한 수제맥주 20여종을 전국 매장으로 유통하고 판매한다브랜드 매출은 매년 100% 이상 증가하며지난해 300억원을 넘어섰다.

 

올 초 전국에서 운영중인 수제맥주 프랜차이즈 매장수는 약 500개로 추산된다한국 수제맥주협회는 2년 전 200억원 규모였던 수제맥주 시장이 지난해 350억~400억원 규모로 커졌고, 5년 뒤에는 1500억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급격한 성장세 만큼, 관련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경의선숲길 공원(일명 연트럴파크) 인근 잔디는 수제맥주 브랜드인 ‘제주맥주’가 점령한 모양새다. 이 탓에 잔디 훼손과 인근 주민들의 생활상 불편 등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출입제한 등 조치는 현실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제주맥주에서는 맥주 구입시 돗자리와 테이블, 조명까지 무료로 제공하면서 소비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실제 제주맥주 팝업스토어는 문 연지 열흘만에 2만5000명이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오후 7시 서울 연남동 경의선숲길 공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음주를 즐기고 있다. /사진=박견혜 기자
이 때문에 바로 앞에 조성된 경의선 숲길공원의 경우 제주맥주에서 제공한 돗자리 위에서 음주를 즐기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경의선숲길 공원이 조성된 초반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이처럼 한 브랜드가 공원 전체를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 

 

문제는 경의선숲길 공원이 음주청정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음주로 인한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는 데 있다. 서울시는 지난 1월 경의선숲길 공원을 ‘서울특별시 건전한 음주문화 조성에 관한 조례’에 따라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해당조례는 과도한 음주를 규제하는 법이 없는 상황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제재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례다.

 

이 곳이 음주청정지역이라지만 음주를 제재할 방법은 없다. 관련 법안이 없는 탓이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공원 금연 조항은 있는데 금주 조항은 없다”면서 “음주청정지역 지정도 금주가 아니라 건전한 음주를 하자는 게 목적이다보니까 술마시고 있는 분들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개선키 위해 지자체가 금주구역을 조례로 지정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서 계류중인 상태다. 이탓에 주변 주민들과 관련 지자체는 금주를 직접 제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된 공원의 경우, 음주소란행위로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위를 할 경우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할 수 있지만 실제 집행 역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혐오감을 판단하는 기준이 주관적인데다, 소음에 대한 판단 역시 모호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단속요건이 혐오감을 주는 행위인데 혐오감이라는 게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다보니 처벌하기 애매하다”면서 “소음에 대한 규정이 60데시벨이다. 공원인근 가정집 내부에서 소음측정을 한 결과 80데시벨 이상인 걸로 안다. 하지만 이게 한 사람이 내는 소리가 아니라 공원에 있는 모든 사람의 소리가 합쳐진 소리인만큼 특정 누군가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공원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전 아무개씨(45)는 “민원만 몇 번 째 넣는 줄 모르겠다. 주말에는 낮부터 시끄러우니 쉬어도 쉬는 기분이 아니다”면서 “음주청정지역이 아니라 음주특구 수준이다. 구청에서는 절주 캠페인을 한다는데 줄어들긴 커녕 매주 더 늘어나고 있다. 이젠 비오는 날을 기다리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마포구청은 특정 시간대 잔디 출입을 제한하는 방안 등 여러 해결책을 고민중이다.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방문으로 몸살을 앓던 북촌 한옥마을의 경우, 실제 주거민들이 밀집한 북촌로 11길 100m 일대에 관광 허용시간(주중,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을 지정했다. 이같은 선례를 따르자는 것이다. 

 

다만 서울시에서는 시민들 모두 이용하는 공간인 공원의 특성상 출입제한을 두는 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 쪽에서는 불편을 호소하지만 다른 한쪽으로는 주변 상인들의 생업과 관련있는 부분이어서 출입제한을 결정하는 건 어렵다”면서 “잔디를 이용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해야지, 현재의 이용방법이 잘못됐으니 아예 출입을 막는 방법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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