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접근성·노후화 아이템…수요자 니즈 맞춘 변화 ‘우선’

20일, 서울지하철 공덕역 역사 내 비어있는 공실 모습/사진= 천경환 기자

지하철 역사에 인접한 상권과 역내에 위치한 지하상가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역세권상가 투자를 선호하는 수요자들은 꾸준히 늘고 있는 반면 지하상가는 상권형성이 안돼 상당수가 공실로 남아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많은 유동인구를 확보할 수 있는 역세권 상가가 투자자들에게 높이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8월 분양된 마포구 ‘공덕 SK리더스뷰’ 단지내 상가는 47개 점포 분양에 472명이 몰렸다. 평균 10대 1의 입찰 경쟁률을 기록한 공덕 SK리더스뷰는 공덕역세권 힘으로 조기 완판 됐다.

녹번역 역세권 입지에 들어서는 ‘은평 미드스퀘어’ 복합상가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1만5000여 세대를 배후수요로 갖춘 은평 미드스퀘어는 녹번역 일대 최대 규모의 복합상가로 건축된다.

역세권 상권이 인기를 끄는 건 풍부한 유동인구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매출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역세권 상권은 지하철을 이용하는 유동인구를 원활하게 흡수한다는 큰 장점이 있다”며 “아울러 편리한 교통 환경이 상권 활성화에도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공덕 SK리더스뷰가 공급되는 지역 같은 경우 교통 여건은 우수했지만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곳이었다”며 “신규 상가 분양을 통해 외부수요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심리에서 분양이 잘 된 것 같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역내 지하상가는 정반대 분위기를 풍겼다. 서울지하철 5·6호선, 경의중앙선, 공항철도 등 4개 노선이 지나가는 공덕역 지하상가는 초역세권임에도 불구하고 입주를 기다리는 빈 점포로 가득했다. 현재 공덕역 전체 지하상가 46개소 가운데 4곳이 공실이며 9개소는 입찰 공고 중에 있다.

공덕역에서 상가를 운영하고 있는 이아무개씨는 “9년간 장사를 하면서 모든 점포가 꽉 들어찬 광경을 본적이 없다”며 역 밖으로 나가는 출구가 많아 지하상가를 오가는 유동인구도 흡수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임대료는 계속 오르고 있지만 정작 손님은 없어 상인들이 버티지 못하고 나간다”며 “상가 관리자와도 소통이 안돼 답답하기만 하다”고 덧붙였다.

녹번역 지하상가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서울교통공사가 제공하는 역구내 상가 임대 정보에 따르면 현재 총 10개의 상가 중 6개의 상가만 운영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교통공사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서울시 지하철 지하상가의 공실률은 15,9%였다. 점포 6개당 하나가 빈 셈이다. 3년전(7.4%)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상가 전문가들은 지하상가 침체 원인으로 지상보다 낮은 접근성과 노후화된 사업 아이템을 꼽았다. 이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지하상가라고 하면 값싸고 질이 낮은 물건을 파는 곳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지상에 위치한 상가보다 접근성이 떨어지는게 사실”이라며 “탄탄하고 꾸준한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선 새로운 트랜드를 반영하는 쇼핑·문화공간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분석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소비자의 구매력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수요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의류부터 생활 잡화까지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처럼 다양한 품목을 취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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