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애 “낯선 사람보다 더 무서운 건 낯선 동영상”…10살 이하 아동에게는 스마트폰 사용 허용 말아야

그래픽=셔터스톡
유튜브에 아동들이 엄마를 몰래 찍은 선정적인 영상을 게시한 가운데, 그 원인과 대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성교육 전문가인 구성애 푸른아우성 대표는 아동이 아닌 모방의 대상이 되는 유해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사저널e 취재 결과 이 같은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쪽은 아동 관련 기관뿐이었다. 초등학교, 학계, 동영상 서비스업계, 정부부처 등에서는 엄마 몰래카메라에 대한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충격에서 벗어나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눈에 띄는 것은 아동들이 찍어 올린 음란한 몰래카메라 동영상의 주인공은 하나같이 엄마였다는 점이다. 아빠를 성적 대상화한 몰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여아와 남아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엄마의 몰카를 찍었다. 기존 음란물들을 모방했기 때문이다.

구성애 대표는 “우리는 인터넷, 미디어 등에서 여성의 신체를 부각시키는 시각적 문화에 살고 있다. 관계화 된 성이 아니라 여성 성기 중심의 성문화를 보여주고 있다”며 “종합력이 없고 충동과 모방이 먼저인 아이들에게는 자신에게 보는 것이 곧 성이다. 그대로 관념이 박히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일이다. 너무 강력해서 무의식까지 흔들어 놓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어려서 잘못된 성 개념이 형성되면 예후는 더 처참했다. 관계를 중심으로 상대의 성을 대하지 못하게 된다. 어려서부터 이런 영상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성에 대한 관점도 성기 위주로 바뀐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일찍부터 굳어져 여성을 점점 하나의 부위로 여기게 되는 것이다. 몰카로 여성의 몸을 훔쳐보는 것에 익숙해진다.

실제로 초등학교 고학년 남학생의 경우 자신이 시청한 음란 동영상 내용을 토대로 자신의 엄마를 성행위 대상으로 여기고 이상 행동을 보였다. 푸른아우성에는 관련 상담이 종종 이뤄지고 있다. 또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남성 간 성관계 영상을 처음 본 이후 고학년이 될 때까지 항문을 이용한 성관계가 정상 관계라고 알고 있기도 했다. 아이들에게는 자신이 본 영상이 기준으로 작용한 셈이다.

푸른아우성에서는 이런 문제로 기관을 찾은 아동들에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진행한다. 아이들이 미디어나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에서 본 정보를 무방비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교육한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몰래 촬영하고 유포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가르친다. 교육을 받은 후 한 아동은 “나한테 진작 선생님이 알려줬으면 내가 안했을 거잖아요”라고 말했다.

구 대표는 문제 해결을 위해 10살 이하의 아이들에게는 스마트폰 사용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미 스마트폰을 주고서 단속을 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유해물이 너무 많기 때문에 어릴수록 더 보호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초등학교에서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단체 톡방을 만들고 알림 내용을 공지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행위라고 꼬집었다.

유튜브 등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 영상도 있지만 그런 것을 시청할 때는 철저히 부모와 함께 보는 등 스마트폰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일상과 다른 명절 같은 때도 아동보다 나이 많은 사촌이 스마트폰을 빌려주지 않도록 당부해야 한다는 것이 구 대표의 생각이다.

김국현 IT칼럼니스트는 역시 “어린 아이들에게 세상의 초연결은 독이 더 많은 것 같다”며 “낯선 어른들 따라가지 말라고 교육하듯 연결되지 말라고 교육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사인 김아무개씨(여‧29)도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최근 2~3년간 아이들이 매우 심각해진 것을 피부로 느낀다. 패드립, 패륜이라는 단어를 즐겨 쓰고 일간베스트(일베)를 하는 아이들도 봤다”며 “유튜브나 카카오톡 만 15세 이상만 이용하게 해달라고 청원 넣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호소했다.

시대가 변하고 스마트폰 보급이 보편화되면서 어릴수록 스마트폰은 삶의 일부다. 기성세대들이 의식하고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면 어린이들에게 영상 촬영은 큰 의미 없는 감각의 일부가 됐다. 태어나면서부터 기기를 접하는 디지털원주민이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 이유다.

유지영 푸른아우성 강사는 “예전처럼 낯선 사람 따라가지 말라고만 가르치면 안 된다. 요즘 애들 낯선 사람 잘 안따라간다. 낯선 사람보다 무서운 건 낯선 동영상”이라며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이 아닌 아이들 상황에 맞게 업데이트된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동들이 유해매체에 접하는 것을 가정하고 교육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지영 인하대 아동심리학과 교수는 “이미 많은 아이들이 온라인상에서 부적절한 성적 자극을 많이 접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접근하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접한다는 걸 감안한 교육이 필요하다. 제대로 해석하고 소화할 수 있게, 아이들의 행동은 어떤 행동, 어떤 성폭력에 해당되는지 바르게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아이들의 미디어 교육, 스마트폰 교육, 부모 교육, 인터넷윤리 교육 등이 필수가 돼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아이들에게 접근해 더 잘못된 행동을 요구하는 어른들에 대해서는 철저한 단속과 엄벌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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