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록체인으로 환자 커뮤니티 보안·비식별화 문제 해결

장민후 휴먼스케이프 대표./사진=박현영 기자

블록체인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접목하는 스타트업들이 나오고 있다. 그 중 헬스케어 분야에 블록체인을 적용한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휴먼스케이프는 환자 사후관리 서비스, 모바일 의료 비서 서비스 등을 운영해오다 최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환자 커뮤니티 구축에 나섰다.

장민후 휴먼스케이프 대표에겐 데이터 확보 방법이 늘 고민거리였다. 개인 의료정보를 스타트업에 제공하겠다는 환자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환자 개인으로부터 직접 정보를 제공 받으려면 개인 의료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보안 시스템이 필요했다.

블록체인은 데이터 보안, 건강 정보 관리에 용이하다는 점에서 그의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기술이었다. 그는 환자들이 스스로 의료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환자 커뮤니티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아직 제대로 된 환자 커뮤니티가 없는 것도 개발 동기가 됐다.

‘몸이 아프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정보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는 장민후 대표를 19일 서울 63스퀘어에 위치한 휴먼스케이프 사무실에서 만났다.

창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대학 시절 창업을 결심했다.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는 수업을 들은 것이 계기가 돼, 정부가 33개 스타트업에 실리콘밸리 교육을 제공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됐다. 프로그램에서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면서 창업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블록체인이 적용되는 분야가 많다. 블록체인이 적용되는 여러 분야 중 헬스케어 분야가 갖는 장점이 있다면.

개인 건강은 모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다. 하지만 건강을 온전히 병원에만 의지하기는 힘들다. 환자들에게 자율성이 주어진다면, 환자들은 스스로의 건강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게 블록체인을 통한 건강정보 교류다. 더 건강해질 수 있기 때문에, 헬스케어 분야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것은 매력적이다.

최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환자 커뮤니티 구축에 나섰다.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했나.

헬스케어 데이터를 모으는 데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보안 문제였다. 블록체인은 보안, 비식별화에 대한 부분을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사업에 접목하기로 결심했다.

제대로 된 건강정보 플랫폼, 환자 커뮤니티가 없는 것도 계기가 됐다. 기존 커뮤니티들이 건강정보 플랫폼으로 기능하기 위한 시도를 해왔지만 실패했다. 중앙집권화된 특정 플랫폼은 태생적으로 개발자들과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이는 건강정보를 공유하는 환자들의 이해관계와 상충되는 경우가 많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탈중앙화된 커뮤니티 내에서 환자들이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헬스케어의 여러 분야 중 데이터 분야를 중요하게 생각한 듯하다. 이유가 있다면.

처음엔 환자 사후관리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했다. 환자 스스로 진료 후 관리를 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익을 창출하려면 병원이 서비스를 구입해야 하는데, 지불 용의가 있는 병원이 많지 않았다. 수익을 창출해 회사를 성장시키려면 확장성과 성장성이 큰 분야를 공략해야 했다.

유럽이나 미국에선 헬스케어 데이터가 보험사, 제약 회사, 임상연구기관 등에 가치 있게 팔리기 때문에 수익성이 좋다. 우리나라엔 헬스케어 데이터를 통한 수익 모델이 아직 없지만, 충분히 도전해볼만 한 모델이라고 생각했다.

데이터 분야는 해외 진출 전망도 밝다. 우리나라는 의료 접근성이 좋은 편이지만, 가까운 동남아시아 지역만 해도 높은 의료비와 낮은 의료 접근성 때문에 병원에 가는 일이 흔하지 않다. 의료 데이터를 제공 받으면 병원에 가지 않고도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 병원들과 업무 제휴를 진행 중이기도 하다.

다시 블록체인 이야기로 돌아가서, 블록체인을 기반 환자 커뮤니티에서 환자들은 어떻게 정보를 공유하게 되나.

기존 환자 커뮤니티는 질병별로 파편화돼 있었다. 보안 상 문제도 항상 있었고, 무엇보다 환자가 정보를 제공할 만한 유인이 없었다. 휴먼스케이프는 블록체인으로 보안 문제를 해결했고, 정보 제공자들을 위한 보상 체계를 마련해 정보 제공 유인을 확보했다. 희귀병, 난치병 환자들에겐 정보 자체가 큰 도움이 된다. 보상 체계가 설계된 환자 커뮤니티에서 환자들은 질병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공유하면 보상을 받는다고 했다. 어떤 보상인가.

휴먼스케이프가 만든 HUM 토큰을 지급한다. 일종의 포인트인데, 포인트가 모이면 거래소에서 토큰으로 환전을 할 수 있고, 토큰은 현금화가 가능하다. 현재 HUM 토큰 프리(pre)세일을 진행 중이다.

보상이 참여자들을 많이 유인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아까 언급했듯 희귀병, 난치병, 중증 질환 환자 등에게는 정보 자체가 도움이 된다.

개발 과정에서 참고한 해외 사례가 있는지.

미국의 ‘Patients Like Me’라는 환자 커뮤니티를 참고했다. 하지만 정보 공유에 대한 보상이 사용자들에게 제공되지 않아 활발하게 활동하는 환자가 많이 없다. 이 부분을 참고해 보상 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블록체인 플랫폼 중에서는 작성한 글에 대한 보상을 받는 ‘스팀잇’을 참고했다.

블록체인 커뮤니티 외 진행 중인 사업에는 어떤 것이 있나.

‘헬렌’이라는 모바일 의료 비서, 사후관리 서비스 등이 있다. 지금은 블록체인에 집중하고 있지만 다른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모바일 의료비서 아이디어는 어떻게 생각하게 됐나.

압구정에 있는 성형외과에 상주하면서 환자들을 관찰한 결과, 수술 후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음을 인지했다. 이를 위한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시작했다.

의료비서 같은 다른 서비스에도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될 수 있나.

사후관리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이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반 환자 커뮤니티에서 환자들끼리 사후관리 정보를 공유하면 될 것 같다.

앞으로의 성장 계획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여러 프로젝트 중에서도 사용자들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만들고 싶다. 환자들이 블록체인 기반 커뮤니티에서 많은 정보를 교류하면서, 보안에 관한 부분도 걱정하지 않게 하고 싶다. 휴먼스케이프를 ‘아플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플랫폼’으로 성장시키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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