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셰어링 시장 2020년 5조원 예상…카풀링은 여객법 저촉 등 규제 탓 난항

국내 공유차 시장에서 카셰어링의 규모는 커지고 있으나 카풀링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공유차 시장에서 카셰어링 사업과 카풀링 사업이 대조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카셰어링 시장은 날로 신장하고 있지만 카풀링 시장은 규제에 막혀 주춤하는 모양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1년 6억원에 불과했던 카셰어링 시장 규모는 2016년 1000억원으로 성장했다. 오는 2020년에는 한국의 카셰어링 시장 규모가 5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새로 등장하는 카셰어링 서비스도 증가하는 추세다.

현대캐피탈은 이달 18일 카셰어링 플랫폼 ‘딜카’에 KTX를 연결시킨다고 밝혔다. 딜카는 현대캐피탈이 지난해 9월 출시한 카셰어링 플랫폼이다. 현대캐피탈은 딜카를 KTX와 연결해 고객들이 차고지에 직접 가지 않고도 KTX 역사 내 픽업존에서 차량을 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강남의 유명 아파트인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엔 커뮤니티 카셰어링 서비스 ‘네이비’도 등장했다. 모빌리티 서비스 스타트업 링커블은 지난 17일 아크로리버파크에 네이비를 출시했다. 네이비는 아크로리버파크 입주자들만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카셰어링 서비스다.

반면 카풀링은 규제에 막혀 발전 통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선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81조 1항에 의해 정부가 허가한 운수사업자만 유상 운송을 할 수 있다. 차량을 소유한 일반인 운전자가 돈을 받고 동승자를 태워주는 카풀링은 불법이다. 다만 여객법은 출퇴근시간(오전 5시~11시, 오후 5시~이튿날 오후 2시)에만 예외적으로 유상 카풀을 허용한다.

2016년 4월 등장한 ‘풀러스’는 여객법이 카풀을 허용하는 출퇴근시간에 일반택시보다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화제가 됐다. 그러나 풀러스가 오전 5~11시, 오후 5시~이튿날 오전 2시였던 기존 서비스 제공 시간을 유연근무제에 맞춰 24시간으로 확대하자 서울시는 풀러스를 여객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관계자는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카풀 앱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인데, 2월 초 논의 결과가 나오면 서울지방경찰청에서도 수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3대 카풀 업체 중 하나였던 ‘티티카카’는 출퇴근시간에만 운영할 경우 이익을 남길 수 없다는 이유로 지난 9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카풀링을 활성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아무개(23)씨는 “말레이시아에서 인턴 생활을 했었는데, 당시 카풀 서비스인 ‘그랩’을 이용해 출퇴근을 했다. 매우 편했다”며 “카풀의 편리함을 알게 돼 한국에 온 뒤에도 카풀 앱을 설치했다. 그런데 경기도 지역엔 차량이 많이 없어 이용하기 어려웠다. 카풀 서비스가 더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회에는 소위 ‘카풀 앱 금지법’이 발의된 상태다. 지난달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 등이 ‘출퇴근 시간대를 오전 7시~9시까지 및 오후 6시~8시까지로 명시’한다는 조항 및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를 제외한다’ 등 내용을 골자로 개정안을 발의했다. 카풀 사업이 택시산업 종사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게 발의 이유다. 이 발의안은 현재 국토교통위원회 심사를 받고 있다.

카풀링에만 규제가 적용되다 보니 공유차 시장은 결과적으로 카셰어링만 발전하는 반쪽짜리 시장이 됐다. 카셰어링은 차량 소유자가 빈 차량을 제공하면 수요자가 차량을 대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유상 운송을 금지하는 여객법에 저촉되지 않아 시장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다.

해외에선 카셰어링과 카풀링이 대기 오염을 줄이는 방안으로 논의되며 함께 발전하고 있다. 미국 코넬대학교는 지난해 10월 캠퍼스 대기환경을 깨끗하게 조성하기 위해 캠퍼스 사업으로 카셰어링과 카풀링을 선정했다.

해외에는 카풀과 카셰어링을 한번에 가능하게 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앱까지 생겼다. 미국 차량공유업체 카르마(Carma)는 카셰어링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일반인들이 차량을 빌려주고 빌릴 수 있는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동시에 카풀링 서비스도 함께 실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카셰어링 업체 쏘카가 지난 2015년 ‘쏘카풀’을 출시하면서 카셰어링 사업과 카풀링 사업을 함께 유치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공유경제라는 큰 틀에서 봤을 때 우리나라에선 카셰어링 사업은 활성화되고 있지만 카풀링은 여객법 상 규제와 택시업계 반발에 막혀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며 “대기업들도 개인택시 사업자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 비해 개인택시 사업자들이 많고 우버 역시 불법으로 규정된 한국의 특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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