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주권시민회의, 18일 팀 쿡 대표 등 형사고발…민사‧형사 쌍끌이로 애플 정조준

1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들이 애플 CEO 팀쿸 외 1명을 재물손괴죄, 사기죄 등으로 고발장을 제출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구형 아이폰 성능을 의도적으로 저하시켰다’는 ‘애플 배터리 게이트’ 파장이 눈덩이처럼 크기를 불려가고 있다. 팀 쿡(Tim Cook) 애플 CEO(최고경영자)는 국내서 사기죄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 당했다. 앞서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이어 법정다툼의 영역이 넓어진 셈이다. 향후 관련 공방이 공정거래위원회나 이동통신3사 등 더 다양한 곳으로 튈 가능성도 있다.

18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소비자주권)는 서울중앙지검에 팀 쿡 CEO와 애플코리아 대표이사인 다니엘 디시코(Danial Dicicco)에 대한 형사고발장을 제출했다. 원고가 제기한 혐의는 형법 제314조 컴퓨터에 의한 업무방해죄, 형법 제347조 사기죄, 형법 제366조 재물손괴죄다. ‘배터리 게이트’와 관련해 애플을 상대로 형사고발이 이뤄진 경우는 프랑스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소비자주권 측은 “스마트폰은 휴대용 컴퓨터다. 애플은 아이폰 배터리 잔량에 따라 기기 성능을 제한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등 정보처리 장애를 발생케 했다”면서 “이 탓에 소비자들이 아이폰을 활용해 송금이나 주식 매입‧매도, 문서작성, 정보검색 등 업무를 볼 수 없도록 해 컴퓨터 등 이용업무방해의 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애플이) 기기 성능 제한을 전혀 고지하지 않아 소비자들을 기망했다. 이를 알지 못한 소비자들이 유상으로 애플 서비스센터에서 배터리를 교환하는 등 재산상 손해를 입었고 애플은 같은 금액의 재산상 이득을 보았으므로 사기죄에 해당한다”면서 “또 아이폰 성능이 저하돼 소유자 이익에 반하는 물체의 상태변화가 초래됐기 때문에 재물손괴의 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애플을 겨눈 국내 법정 공방은 민‧형사 ‘쌍끌이’ 형태로 진행될 전망이다. 앞서 소비자주권은 11일 서울중앙지법에 미국 애플 본사와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바 있다. 손해배상 청구액은 기기 평균 가격과 위자료를 합쳐 1인당 220만원 수준으로 산정됐었다.

형사고발장 제출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박순장 소비자주권 소비자감시팀장은 “이번 형사소송은 앞서 제기한 민사소송과도 유기적으로 진행될 거다. (양 소송에서) 상호보완적으로 자료가 제출될 것”이라면서 “국내 아이폰 사용자가 240만명이다. 검찰도 수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본다”고 밝혔다.
 

3일 서울 한 애플서비스센터에서 소비자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준호 변호사(소비자법률센터 소장)도 “형사 고발을 통해 민사소송 쟁점인 업데이트 관련 논란 등에서 애플 고의성 여부가 철저히 조사되기를 기대한다”며 “(2차로 또 제기할) 민사소송 참여인원도 지금까지만 700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애플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아이폰 리튬이온 배터리는 잔량이 적거나 기온이 낮은 곳에 있을 때 전력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는 아이폰이 예기치 못하게 꺼지는 현상을 초래한다”며 “이를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실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애플은 아이폰6, 아이폰6s 및 아이폰SE와 iOS 11.2가 적용된 아이폰7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실시됐다고도 덧붙인 바 있다.

문제는 업데이트 실시 후다. 애플은 전력 소모량을 줄여 리튬이온 배터리가 초래할 부작용을 막았다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주권은 “아이폰 소비자들은 업데이트 이후의 현상을 모른 채 꺼짐 현상, 먹통, GPS(길찾기) 중지, 송수신 불량, 어플 실행 중 정지, 금융거래 중지, 주식 매도‧매입 중 일시 정지, 음악 다운로드 느려짐 및 중지 등을 겪었다”면서 이를 “불법적 성능조작”이라고 꼬집었다.

향후 공방은 더 다양한 곳으로 튈 가능성도 있다. 당장 가시권에 들어온 건 공정거래위원회 직권조사다. 정준호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들에게 “소비자기본법에 의하면 관계기관에서 직권조사를 진행할 수가 있다. 이번 사항의 경우 1차적으로 공정위가 조사해야 할 건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공정위에 대해서 조사권 발동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추후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이동통신3사로 불똥이 튈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앞서 11일 고계현 소비자주권 사무총장은 “국내서 아이폰 판매를 대리하는 게 이통3사다. 만약 이통3사가 배터리 기능상 문제 등을 인지하고서도 판매했다면 법적책임이 있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18일 박순장 팀장도 고발장제출에 앞서 “(이와 관련해) 민사소송 과정에서 이통3사에 사실조회 요구서를 보낼 것이다. 답변 자료가 나오면 형사사건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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