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발전 속도 맞춰 미리 적정 가이드라인 설계 필요성 대두

법무부가 가상화폐거래소 폐쇄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에스트레뉴빌딩에 있는 가상화폐 오프라인 거래소 코인원블록스의 대형 전광판에 표시된 동반 급락한 비트코인 시세표를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라는 고강도 카드를 만지작거리자 관련 업계는 물론, IT(정보기술)업계까지 화들짝 놀라고 있다. 4차산업 혁명에도 이와 같은 규제 방식이 적용될 경우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12일 기자와 통화에서 “4차산업 시대에선 개척자들이 적극적으로 달려들고 나서 줘야 하는데, 이번 비트코인 관련 규제 조치는 앞서가지 않고 조금만 빨리 가야 손해 보지 않는다는 분위기를 만들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 거래소를 전면 폐쇄하는 법안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가상화폐 거래가 투기, 도박과 비슷한 양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가상화폐 거래를 사실상 도박과 비슷하게 다루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 장관이 이 같은 입장을 내놓자 마자 시장은 요동쳤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및 관련주들이 일제히 폭락했고 갖가지 해석이 난무했다. 심지어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까지 돌며 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의 이 같은 가상화폐 규제 방식에 대해 IT업계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사업 영역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규제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이나 비트코인은 기존 세상에 없던 것들이기 때문에 규제를 적용할 때 섬세하게 접근해야 산업이 죽지 않는다”며 정부의 규제 방식에 우려를 표했다.

전세계적으로 4차산업혁명 물결이 일기 시작한 박근혜 정권 때부터 IT업계는 이미 규제에 지쳐 있었다. 대표적으로 드론 산업의 경우 항공법 등 각종 규제에 묶여 미국, 일본에 비해 결국 뒤쳐지게 됐다.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업 영역은 새로운 사업참여자들이 폭발적으로 달려들며 발전하는 특성을 갖는데 초반에 때를 놓쳤다는 비판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드론을 활용한 사업을 준비했던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드론을 활용한 배달 서비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규제들이 많은 지 직접 알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더 이상 해당 사업을 준비하지 않는다.

이처럼 틀어막기 식 규제는 결국 시장 사업자들을 떠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비트코인 관련 사업을 하는 A사 관계자는 “비트코인 업체들이 바라는 건 무정부주의가 아니라 제도권 안에 안정적으로 포함시켜주는 것이었는데, 이번 조치는 그런 방향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토로했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며 세금을 내오던 A사는 이제 싱가포르로 법인을 옮겨갔다고 한다.

향후 등장할 새로운 기술 및 산업과 관련, 정부가 기존과 다른 새로운 규제 패러다임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IT컨설팅 업계 임원은 “불법인지 아닌지 모르고 기술을 개발하거나 사업을 하지 않도록 정부가 미리부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안심하고 매진하게 것이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규제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신용현 의원은 “이젠 기술개발 및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뒤늦게 규제를 하기보단 트렌드를 같이 읽고 미리 적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며 함께 가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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