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다중이용시설 여자화장실 기저귀교환대 30개 조사

기저귀교환대 중 상당수가 관리부실로 아이들의 상해사고 위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시설은 벨트 착용이 불가능하고 대장균 등이 검출되는 등 위생상태도 엉망이었다.

한국소비자원은 지하철역사, 고속도로휴게소, 버스터미널, 백화점, 대형마트 등 수도권 다중이용시설 여자화장실에 설치된 접이식 기저귀교환대 30개를 실태조사했다고 11일 밝혔다.

조사 결과 기저귀교환대 30개 중 10개(33.3%)는 벨트·버클 불량상태으로 벨트를 아예 채울 수 없었다.

안전벨트를 하지 않으면 기저귀교환대에서 아이가 떨어지기 쉽고 영유아의 경우 낙상사고를 당하면 머리가 먼저 떨어져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자원이 최근 1년 이내에 기저귀교환대 이용경험이 있는 부모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47명(69.4%)이 ‘기저귀교환대에서 벨트를 착용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답했다.

실제 기저귀교환대 안전사고로 아이가 다친 경험이 있는 부모 32명 중 24명(75.0%)은 당시 아이에게 벨트를 채우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위생상태도 불량했다. 교환대 30개 중 4개에서 대장균이, 7개에서는 병원성 세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각각 검출됐다. 일반세균은 최대 3만8640CFU/100㎠ 나왔다.

대장균은 사람·포유동물의 장내에 기생하는 세균으로 음식물에서 확인되면 비위생적으로 제조·관리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황색포도상구균은 대표적인 화농균이며 감염 시 피부질환, 구토, 설사, 복통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기저귀 교환대 매트에서 검출된 일반세균 평균값(4052CFU/100㎠)은 화장실 손잡이(2400CFU/100㎠)의 약 1.7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4개 매트에서 검출된 일반세균수는 물수건(동일 단위면적 비교 시) 기준을 초과하는 수준이었고, 쇼핑카트 손잡이(11000CFU/100㎠)의 약 1.6배~3.5배에 달했다.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기저귀교환대 이용경험자 500명 중 432명(86.4%)은 교환대의 위생상태가 불량했다고 답했다. 교환대가 설치돼 있어도 ‘더럽거나 더러울 거 같아서’(415명 중 363명, 87.5%) 이용을 꺼렸다고 답했다. 

/표=조현경 디자이너
기저귀교환대가 설치되지 않은 곳도 많았다. 기저귀교환대 이용경험자 497명 중 391명(78.7%)은 ‘영유아와 외출 시 기저귀교환대가 설치되지 않아 실제로 불편을 겪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미설치로 인해 불편을 겪었던 장소로는 일반건물(도서관, 은행 등)(252명, 64.5%), 야외시설(155명, 39.6%),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쇼핑센터(55명, 14.1%) 등이었다.

교환대에 일회용 위생시트가 비치된 곳은 조사대상 30개 중 한 군데도 없었다. 기저귀교환대를 닦을 수 있는 물티슈와 같은 세정 용품도 2곳에만 있었다. 3곳은 기저귀를 버릴 수 있는 휴지통 조차 없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현재 교통시설에만 기저귀교환대 설치가 의무화돼 있고 올해 하반기부터 공연장, 종합병원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라며 “향후 신축·증축하는 신규 시설만 적용되고 백화점·대형마트 등 다중이용시설은 의무화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의무 설치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사진=소비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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