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기술 스타트업보다 초기 투자는 3배 많아…반면 인력‧기술 성숙 낮아 사업화 힘들어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3D프린팅,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다른 스타트업들에 비해 3배 정도 더 많은 투자금을 유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투자금 규모 문제만으로는 ‘죽음의 계곡(Death balley)’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요 기술들을 사업화 시켜 손익분기점을 넘을 때까지 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탓이다.

 

8일 KISTEP(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초기 스타트업과 중‧후기 스타트업 설문 표본 196개와 자료를 가지고 분석한 결과,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가진 국내 스타트업 초기 투자유치 성공 비율은 33.9%에 달했다. 반면 타기술 기반 스타트업은 28.3%을 상대적으로 낮았고, 비기술 기반 스타트업은 19%에 그쳤다. 

시리즈A(제품 사업화 단계에서 받는 투자) 투자유치금액은 분야간 격차가 3배 가까이 났다. 타 기술 스타트업들이 평균 15억원 정도를 유치할 때, 중·후기 단계 4차 산업혁명 스타트업은 40.75억원 정도를 투자받은 셈이다. 초기 투자가 많은 만큼 성장 속도도 빠르다. 시리즈B(시리즈A 이후 투자 단계)에서도 타 기술 스타트업보다 평균 6억원 정도를 더 유치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러한 스타트업간 격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4차 산업혁명 스타트업이 ‘죽음의 계곡’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죽음의 계곡은 기술개발엔 성공했지만 자금 부족 등으로 사업화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을 의미한다. 

 

KISTEP 분석 결과를 보면, 4차 산업혁명이 죽음의 계곡을 넘기 위해 사용된 금액은 평균 9.5억원이었다. 반면 타기술 기반 스타트업은 2.6억원 정도를 사용했다. 투자유치 규모는 상대적으로 많지만 사업화 단계를 건너뛰어 생존하기는 그만큼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통상 국내 4차 산업혁명 스타트업들은 죽음의 계곡을 더 늦게 맞이하고 있다. 대부분 시리즈 A단계 단계에서 고비를 마주친다. 4차 산업혁명 스타트업들은 제품화까지 많은 자본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탓이다.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는 스타트업들도 많다.

일각에서는 인력과 기술 성숙도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주목을 받으면서 투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사업화 측면에선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4차 산업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이 시리즈A 이후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이유도 이에 있다.

조길수 KISTEP 전략기획팀 부연구위원은 “많은 투자가 충분한 투자를 의미하진 않는다. 국내 4차 산업혁명 주도 기술들은 기술의 성숙도 측면에서 보았을 때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상태”라며 “기술 개발과 제품화 성공을 위한 시간과 자본이 많이 필요하고, 사업화 성공 경우도 매우 드물다”라고 설명했다.

조 부연구위원은 “필요성 측면에서는 인력보강, 시급성 측면에서는 재정투자가 필요하다 ”며 “국내엔 4차 산업혁명 주도기술에 대해 경쟁력 지닌 인재가 부족하다. 투자도 결과값을 빨리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이다. 제2의 네이버, 카카오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에서는 지난 3일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을 밝혔다. 내년부터 정부는 벤처확인제도를 개편하고, 투자자금 증대에 나선다. 모태펀드와 혁신모험펀드도 신규 조성한다. 교육기관 창업 환경 조성을 위해 교수 창업 휴직기간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 창업 정책에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민간 목소리를 귀담아 들었다는 평가다. 다만 ‘양적 지원’이 아닌 ‘질적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부 지원만 확대한다고 해서 국내 창업 생태계가 지닌 문제가 사라지진 않는다는 의미다.

한 인공지능 핀테크 스타트업 대표는 “금융 스타트업은 가장 많은 규제에 부딪히는 분야다. 그러나 금융 규제를 한번에 다 완화하길 바라지 않는다. 적당한 제약은 있어야 한다”며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 발전을 위해 정부의 네거티브(Negative) 규제가 필요한 때”라고 토로했다.

조 부연구위원은 “예를 들어 10조원 규모 혁신모험펀드를 추가조성 할 때 현장에서는 투자할 업체가 부족하다는 말이 나왔다. 이 상태에서 펀드 규모만 느리면 좀비 기업만 양산할 것”이라며 “지난 몇 년간 정부는 강력한 지원 정책을 펴냈고 스타트업 생태계도 매년 좋아지고 있다. 필요하지만 시장이 할 수 없는 부분을 (정부가) 잘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