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 부재 우려 불식…총수 전횡 막으려는 정부 정책방향에도 부합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이 2016년 제47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해 앉아 있다. / 사진=뉴스1

최근 삼성전자 인사를 놓고 세대교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선 이상훈 경영지원실장(사장)의 행보에 더욱 눈길을 주고 있다. 이와 관련 사실상 삼성이 총수체제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이사회 중심 경영을 펼치겠단 의지를 내비친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3대 부문(DS‧IM‧CE)의 수장을 모두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미 사의를 표명한 권오현 DS부문장(부회장)에 이어 윤부근 CE부문장(사장), 신종균 IM부문장(사장) 역시 시임하고 새로운 인물들이 부문장을 맡게 됐다. 권 부회장이 맡던 DS부문은 김기남 사장이 맡았고 IM 및 CE 부문은 각각 1961년생 동갑내기 고동진‧김현석 사장이 책임지게 됐다.

이날 인사 가운데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이상훈 사장의 변화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향방을 알기 위해선 이번 이상훈 사장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경영지원실장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 자리를 맡게 됐다.

이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매우 신뢰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경영지원실장(CFO·사장)이다. 조직 내에서 구조조정본부와 미래전략실을 거친 그는 대표적 재무통으로 알려져 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이상훈 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은 것은 삼성이 향후 총수 체제를 벗어나 이사회를 통해 투명한 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의미 있는 변화”라며 “주주들에게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재계에 따르면 이사회 역할 강조를 염두에 둔 삼성전자의 인사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주주들의 리더십 및 컨트롤타워 부재 상황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줄 수 있다. 미래전략실이 폐지되고 이재용 부회장까지 경영에서 물러난 상태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는 컨트롤타워 부재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인사는 주주들에게 앞이 보이지 않았던 삼성 컨트롤타워의 밑그림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또 현 정부에서 추구하는 방향에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 이사회에서 중요한 방향을 정하고 나머지 부문장들이 이에 맞춰 조직을 움직이게 하는 경영방식은 사실상 재벌 총수경영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삼성 저격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평소 이사회를 통한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이런 가운데 이 부회장이 향후 경영일선에 복귀한다면 향후 의장직을 맡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오너가 그룹경영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큰 방향을 정하는 역할에 머무는 것은 재벌체제를 비판하는 전문가들도 권장하는 사안이다.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달 11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재벌 3세들의 역할은 이사회 의장에 한정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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