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맞추며 상황 판단해 응대…1일 근무 5시간으로 은행원보다 짧아, 연봉은 10분의 1도 안 돼

우리은행 신입행원 페퍼가 대출상품을 안내하고 있다. / 사진 = 시사저널e

이달 11일 우리은행에 국내 첫 로봇 은행원이 등장했다. ‘페퍼는 추석 직후인 11일부터 우리은행 영업점을 지키고 있다.

 

로봇이 인간의 삶 속으로 들어왔다. 페퍼는 일본 소프트뱅크로보틱스가 공급하는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형 로봇이다. 프랑스 알데바란이 개발했다. 일본 휴대폰 매장, 미즈호은행, 미국 힐튼호텔 등 광범위한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지난 20일 페퍼가 근무하고 있는 우리은행 본점을 찾았다. 오전 9시를 조금 넘긴 시각. 이른 시각이라 영업점은 한산했다. 영업점에는 포함해 2명 뿐이었지만 페퍼는 게으름을 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듣는 이가 없어도 이벤트를 소개하던 페퍼는 갑자기 댄스 타임이라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신기한 눈빛으로 페퍼를 바라봤다.

 

페퍼에게 다가갔다. “페퍼야.” 페퍼는 이름을 불러줘야 반응한다. 아직은 잘 못 알아듣는다. “페퍼야.” 페퍼는 한번에 알아듣지는 못했다. 3~4번 불러주자 눈을 맞추고 반응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묻는다.

 

페퍼의 은행원으로의 기능은 상품 추천, 이벤트 소개, 창구 안내 정도다. 이외에 은행원들은 하지 않는 엔터테인먼트 기능도 있다. 페퍼 첫화면 메뉴는 상품 추천, 이벤트 소개, 페퍼에게 물어봐 등 업무를 담당한다.

 

페퍼의 가슴에 붙어있는 터치스크린을 통해 상품 추천 기능을 이용해 봤다. 예금·대출·보험·카드 네 개의 카테고리로 고객에게 상품을 추천했다. 각 항목별로 3개 상품을 추천했다.

 

또 우리은행에서 하고 있는 행사 안내 기능도 있다. 현재 우리은행은 페퍼와 사진을 찍어 다음달 10일까지 SNS에 올리면 추첨을 통해 300명에게 커피쿠폰을 주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이 행사도 안내하고 있다.

 

이외 간단한 날씨와 단어의 의미를 알려주고 고객의 사진을 찍어 나이를 맞추는 등 소소한 즐거움도 주고 있다. 눈을 맞췄을 때 눈이 예쁘다는 립서비스도 제법 잘 한다. 나이를 맞추는 안면인식 서비스는 기자를 14살로 봐주는 센스도 발휘했다.

 

페퍼는 창구 안내 기능도 있다. 음성으로 대출등 은행 상품을 얘기하면 단어를 인식해 어느 창구에서 업무를 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그러나 종합상담대출창구가라는 안내로 지도를 보여주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서 크게 도움은 되지 않았다.

 

외신에 따르면 페퍼의 임대비용은 3년에 대략 1000만원 수준이다. 연봉으로 따지면 300만원이 약간 넘는 수준이다. 은행원 초봉 5000만원과 비교하면 비용은 훨씬 적게 든다.

 

근무 시간은 페퍼가 더 짧다. 페퍼의 근무시간은 하루 총 5시간이다. 오전 9시에 출근해 12시까지 3시간 동안 근무하고 휴식시간을 2시간 갖는다.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2시간 더 근무하고 안식처에서 다음날 오전까지 휴식한다

 

일반 은행원들이 통상 11~12시간 정도 되는 긴 근무시간을 소화하고 일부 부서는 이보다 더 오랜 시간 근무하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되는 근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은행은 1년 동안 페퍼를 시범 운영해보고 결과가 긍정적이면 적용하는 영업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시기 페퍼의 기능도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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