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임직원 등 11명도 재판에…회계부정·비자금 횡령·채용 비리 등 혐의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이 21일 오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2015 항공전문가 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5.10.21/사진=뉴스1


하성용 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가 5000억원대 분식회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이용일)는 11일 하 대표를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과 자본시장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 뇌물공여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KAI 전·현직 임직원 9명(본부장 4명, 센터장 1명, 실장 4명), 지방자치단체 국장, KAI 협력업체 대표 등 11명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이 가운데 공모 구매본부장, 협력업체 대표 황모씨는 각각 원가 부풀리기와 사기대출 혐의로 이미 구속 기소된 상태다.

하 전 대표는 2013년부터 올해 7월까지 KAI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KAI 경영비리 전반에 깊이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하 전 대표에게 ▲진행률·매출조작 등을 통한 5358억원대 회계분식 및 이를 통한 자본시장에서의 불법자금 조달 ▲허위 재무제표를 이용한 6500억원대 사기 대출 및 1조9000억원대 기업어음 부정 발행 ▲환율조작과 허위 신용카드 전표를 이용한 20억원 상당의 비자금 조성 ▲청탁을 받고 순위·점수 조작에 의한 부정 채용 ▲차명 납품업체의 주식대금 불법수수 및 부당지원 등 혐의를 적용했다.

KAI는 2013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선급금을 지급 즉시 매출에 반영하거나 손실충당금·사업비용 등을 반영하지 않는 방법으로 매출 5358억원, 당기순이익 465억원 규모 회계부정(외부감사법 위반, 자본시장법 위반)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분식회계, 사기대출과 관련해서는 하 전 대표 외에도 전·현직 임원 등 4명이 공모했다고 결론냈다.

검찰은 또 KAI가 과다 계상된 재무제표를 이용해 6514억원의 사기 대출을 받고 6000억원의 회사채 및 1조9500억원의 기업어음을 발행(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자본시장법 위반)하고, 이 돈으로 총 73억3420만원의 상여금을 임직원들에게 추가지급(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했다고 판단했다.

하 전 대표는 2013년 대표에 오르기 전부터 KAI 법인자금을 유용(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업무상횡령)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2007년 12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회사 보유 외화를 매각하면서 환율조작으로 10억4100만원을 빼돌리고, 2006년 6월부터 2015년 3월까지 노사활성화비 예산을 카드깡으로 4억원, 상품권깡으로 6000만원을 현금화해 임의로 사용했다. 

 

또 이에 대해 2013년 11월 국세청이 회사에 부과한 개인소득세 5억원도 회사 자금으로 대납했다. 비자금 조성 혐의는 하 전 대표와 이모 국내사업본부장에게만 적용됐다. 다만 회계부정을 통해 조성된 비자금 등이 정관계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은 입증되지 않았다.

검찰은 하 대표가 KAI의 채용 비리에도 적극 개입했다고 봤다. 검찰은 KAI가 2013~2016년 군 관계자,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의 청탁을 받고 15명을 부정채용(업무방해, 뇌물공여)한 것으로 파악했다. 2013년 9월 수리온 헬기 시험평가단장(준장)의 인사 청탁을 받고 그의 지인 자녀를 부정 취업시킨 사실, 2014년 6월 수리온 헬기 시험평가부단장(대령)의 자녀와 그 친구를 생산직 직원으로 부정 취업시켜 준 사실 등이다. 2016년 9월 지방자치단체 국장의 자녀를 부정 취업시켜준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하 전 대표가 협력사 지분을 위장 취득한 뒤 KAI를 동원해 사익을 추구한 것으로 확인하고 배임수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범죄수익은닉규제법·자본시장법·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도 적용했다.

KAI의 원가 부풀리기 의혹과 관련해서는 다목적 전투기 FA-50 양산사업 등에서 부품원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129억원대 방위사업비를 편취한 혐의(특경법상 사기죄) 등으로 공모 구매본부장 등 3명을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됐다.

검찰은 “본건 수사를 통해 KAI가 일반 사기업과 달리 국가가 일정 이윤을 보장해 주는 방산업체임에도, 그 특성상 외부 노출이 차단된다는 점을 악용해 회계부정 등 경영 전반에 걸친 비리를 저질러 공적 기업의 사유화를 시도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추가 혐의에 대해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하는 한편,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문제점들이 제도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련 기관에 통보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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