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1곳도 연내 정리…20년 만에 완전철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8월 24일 경기 고양시 ‘스타필드 고양’ 개장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중국에 둥지를 틀었던 국내기업들이 속속 ‘차이나 엑시트(China Exit)’를 선언하고 있는 가운데, 이마트가 점포 5곳을 태국 CP그룹에 일괄 매각하기로 했다. 남은 1곳도 연내에 정리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중국 진출 20년 만에 완전히 중국사업에서 손을 떼게 됐다. CP그룹은 롯데마트 중국 점포 인수전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24일 유통업계와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이마트는 중국에 있는 6개 매장 중 5곳을 태국 CP그룹에 일괄 매각하는 계약을 최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 중국 점포 5곳의 장부가는 68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마트는 장부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매장을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마트와 CP그룹은 구체적인 매각 가격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일단 두 기업 간 매도·매수 계약은 체결됐지만 중국 정부 허가절차가 남아있다. 이 절차가 까다로운 탓에 실제 계약완료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이마트는 시산에 남은 1개 매장도 연내에 정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로써 이마트는 1997년 중국 진출 이후 20년 만에 중국대륙에서 완전히 철수하게 됐다. 상하이에 처음 매장을 연 이마트는 한때 중국에 30개 매장을 보유했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만 중국에서 낸 손실이 216억원에 달한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영업적자는 1500억원을 넘는다. 이 와중에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영업환경 악화까지 맞물리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렸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5월 3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신세계그룹과 파트너사 채용박람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국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마트와 계약을 체결한 CP그룹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연매출이 60조원을 넘는 CP그룹은 태국 GDP(국내총생산)의 1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태국 재계순위 1위 기업이다. 흔히 ‘태국의 삼성’으로 불린다.

CP그룹은 중국에서 슈퍼마켓 브랜드 ‘로터스’를 운영하면서 유통사업을 펼치고 있다. 태국에서도 1만개 가까운 세븐일레븐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CP그룹 산하 미디어기업인 트루비전스(TrueVisions)가 국내기업 CJ E&M과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CP그룹은 중국 내 롯데마트 인수전에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우에 따라 CP그룹이 국내 양강 유통기업의 중국 현지 매장을 모두 손에 넣게 되는 셈이다. 롯데그룹은 중국에서 슈퍼 13개를 포함해 매장 112개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 측 역시 일괄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마트에 비해 훨씬 큰 규모의 인수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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