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등 내부 관계자 "박 행장 연임 안 되면 외국인 행장 올 가능성…단기 실적만 앞세워 상황 악화될 수 있어"

박진회 씨티은행장 임기가 내달 26일 만료되는 가운데 임원추천위원회가 박 행장 연임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뉴스1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연임 가능성에 대해 씨티은행 내부에서 별다른 반대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KB금융지주​의 윤종규 회장이 사실상 연임을 확정했음에도 노조가 반발하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박 행장은 올해 상반기 대규모 점포 폐쇄를 결정하며 내부와 정치권 반발까지 샀지만 이후 노조와 타협점을 찾아내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박 행장 연임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이날 오후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행장 선임 작업에 들어간다. 이날 임추위가 후보를 추천하면 27일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차기 행장을 결정한다.

임추위는 김경호 홍익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프란시스코 아리스떼 씨티그룹 아태지역 CEO, 한상용 중앙대 교수, 안병찬 명지대 객원 교수, 이미현 연세대 교수, 박 행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다만 박 행장은 자신의 연임을 결정하는 임추위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미 씨티은행 내부에선 박 행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노조에서도 박 행장 연임을 반대하지 않고 있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노조에선 박 행장 연임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 행장이 연임되지 않으면 미국 씨티그룹 본사에서 외국인 행장을 추천, 임명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외국 씨티은행 사례에서도 외국인 행장이 추천받아 와서 그 나라와 지역 실정에 맞지 않는 정책을 펼쳐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행장이 오면 임기 내에 단기 실적에만 신경 쓸 가능성이 높다"며 "차라리 박 행장 연임이 한국씨티은행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씨티은행 한 관계자는 "씨티은행이 차세대 성장 전략으로 점포를 대규모로 줄이고 디지털 역량을 강화한 점도 미국 씨티그룹에서 두각을 드러냈을 것"이라며 "노조와 타협점을 찾으면서 내부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 행장은 지난 7월 노조와 임금 및 단체협약 조인식을 열고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17시 강제 PC off 제도 신설, 10영업일 연속휴가 신설, 사무직 및 창구텔러 계약직 302명 및 전문계약직 45명 정규직 전환, 고용보장 및 강제적 구조조정 금지에 합의했다.

박 행장은 이같이 씨티은행 대규모 점포 폐쇄로 인한 은행원들의 항의와 정치권의 비판을 노조 합의를 통해 마무리할 수 있었다.

씨티은행의 실적 개선도 박 행장의 연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자본건전성은 다른 시중은행과 비교해도 우수한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자기자본이익률(ROA)은 2.99%, 자기자본비율(BIS)은 18.96%이다. 시중은행 중 최고 수준이다.

특히 박 행장은 2014년 10월 취임 후에도 지속적인 흑자경영을 펼쳤다. 올해 상반기에도 117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248억원(26.9%) 증가했다.

박 행장은 씨티은행 비이자수익 증가를 위해 자산관리(WM) 부문 강화하고 있다. 씨티은행 비이자수익은 다른 은행에 비해 취약한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순수수료손익에서 330억원 손실이 발생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439억원 손실이 발생한 바 있다.

이에 씨티은행 청담센터, 반포센터, 서울센터 등 자산관리서비스를 위한 대형 자산관리센터를 재편하면서 비이자이익 개선세를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노사 문제를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았기 때문에 외부적으로 연임 문제가 시끄럽지 않았다"며 "연임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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