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기업은 이용자 인식 중요…기존 재벌기업 보듯 색안경 쓸까 우려

2016년 10월 24일 당시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네이버 개발자 컨퍼런스 'DEVIEW 2016'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3일 네이버를 포함한 5개 기업 집단을 준대기업집단인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했다. 이 가운데 유독 네이버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인터넷기업은 기존 대기업 경영방식과 많이 다르지만, 똑같이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것이 꺼려지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일 기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57개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진단으로 지정했다. 네이버는 준대기업이 됨과 동시에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총수가 됐다. 공정위는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임원 가운데 지분이 가장 높고 영향력이 가장 크다고 봤다.


앞서 네이버는 총수 없는 집단 지정을 촉구해왔다.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하는 동의하나 총수 지정에는 반대해 왔다. 이번 공정위의 결정에 네이버 측은 법적 판단을 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이토록 총수 지정에 예민한 이유는 부정적인 사회 인식 때문이다. 흔히 재벌 기업에 대해서는 곱지 않는 시선이 많다. 기존 재벌 기업에는 가족경영이나 황제경영, 갑질 등 안 좋은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총수는 그야말로 그 적폐의 핵 같은 존재다. 이렇다보니 그런 경영 방침을 하지 않는 네이버로서는 기존 재벌 기업과 같이 인식되는 것이 불편한 것이다.

인터넷기업들은 대개 창업자 출신들이 많다. 기존 대기업이 상속기업으로 2세, 3세 경영을 이어가는 형식과 다소 차이가 난다. 많은 총수들은 이런 지위를 남용해 필요 이상의 지배력을 행사하면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네이버가 이런 적폐를 방지하기 위한 규제 때문에 반발하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한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총수나 공시제도는 기업의 지배구조를 투명화해서 바람직하게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규제”라며 “네이버를 비롯한 대다수 기업들은 이미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고, 대다수 의장이나 대표들은 자신의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줄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네이버가 우려하는 것은 바람직한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불편할 것”이라며 “인터넷 기업들은 많은 이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기업인데, 이용자들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면 금방 이탈해 다른 서비스로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한국식 경영 형태에 부정적인 평가가 만연하다. 재벌이라는 단어가 영어사전에 등재될 정도로 해외에서 한국식 재벌 경영에 의구심을 품고 있기 때문에 네이버가 재벌 기업으로 비춰질 경우 해외 시장에서 불리해진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태도를 보면 그렇게 싫은가 싶기도 하다가 오래전 시각의 프레임이니 바뀔 필요도 있지 않나하는 생각도 든다”며 “일반 대기업들과 인터넷 기업들은 다른 경영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지정으로 네이버 공시대상은 71개로 늘어난다. 네이버 계열사 24곳과 라인 계열사 13개사, 휴맥스 계열사 19개사, 기타 15개사 등이다. 기타 회사에는 이 GIO와 친인척이 보유한 회사 3곳이 포함돼 있다. 또 이 GIO의 배우자,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 친인척 관련 자료 등을 매년 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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