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다친 실제 경험 바탕 아이디어…실버산업 진출도 준비

박도형 모닛 대표가 22일 서울 동작구 방배동 스마일게이트에서 기저귀센서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독박육아‧헬육아라는 말이 많은데 육아에 대한 고통보다는 행복을 더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박도형 모닛 대표는 40대에 늦깎이 아빠가 됐다. 육아에 매진하며 알게 된 여러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게 됐다. 모닛은 제품이 출시되기도 전에 접속자가 몰려 홈페이지 서버 다운을 먼저 겪었다. 22일 서울 동작구 방배동 스마일게이트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모닛(Monit), 뜻이 궁금한데.
항상 아기를 모니터링 한다는 뜻이다. 프랑스어로 ‘나의’를 뜻하는 ‘mon'과 ’IT(정보기술)'로 나눠서 보면 우리 아기의 첫 번째 IT로도 해석할 수 있다.

IT와 유아용품이 만나는 것이 생소하다.
유아용품 시장은 굉장히 클래식한 시장이다. 유아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아주 보수적이다. 다양한 기술이 있어도 유아용품 분야로 넘어오는 데는 큰 장벽이 있었다. 무조건 천연, 유기농이 최고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유아용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
결혼을 매우 늦게 한 편인데 결혼 하자마자 두 달 만에 아이가 생겼다. (한숨)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퇴근 후에는 늘 육아를 전담했다. 늘 아기띠를 메고 아이를 재웠다. 그러다 허리를 다쳤다. 하반신을 못 움직여서 들것에 실려 병원에 갔다. 일주일을 병가내고 입원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아기띠를 메면 점점 신체에 압박이 와서 신체 체형에 변화가 오고 척추에 무리가 간다. 당시 가장 비싸고 좋다고 소문난 제품을 썼는데도 그런 참사를 겪었다. 필수품인 아기띠를 이렇게 밖에 못 만드나는 생각에 개발을 시작했다.

삼성전자 출신 6명이 설립했다던데.
삼성전자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에서 출발한 기술기반 스타트업이다. 처음 별 기대 없이 삼성전자 사내 프로젝트로 제안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서 계속 발전시켜온 결과물이다. 시트콤으로 시작해서 다큐멘터리가 된 것이다. 인원을 모집했는데 육아 고통을 공감한 아빠들 6명이 모였다. 삼성전자 데모데이(demoday·사업 아이디어 발표회)에서 선정이 돼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1년 동안 사업을 진행해왔다. 이후 6명 모두 회사를 나와 지난 4월 10일에 법인을 설립해서 활동하고 있다.

안정적인 직장을 나올만한 확신이 있었나.
지난해 참가한 ABC키즈엑스포가 기폭제가 됐다. 겁도 없이 시제품을 들고 세계 3대 유아용품 전시회인 ABC키즈엑스포에 참여했다. 아주 구석진 곳에 조그마한 부스를 꾸렸지만 언론은 물론 유아용품 업계에서 큰 관심을 보였다. 많은 업체들이 B2B(기업 간 거래)를 제안해왔다. 일본의 유명 유아용품 기업인 콤비도 협업하자고 하더라. 팀원 모두 ‘이 사업은 되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또 엔지니어에게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최고의 회사지만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이들은 아이디어를 내서 창업하기를 바랐다. 그들에게 동기 부여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가족들의 만류는 없었나.
사실 안전장치가 잘 돼있었다. 삼성전자가 연봉의 2년치를 창업 장려금으로 지원해준다. 또 삼성전자 산하 벤처캐피털인 삼성벤처투자의 지원으로 둔 덕도 봤다. 또 5년 이내에 다시 삼성전자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있기도 하다. 곳곳에 숨은 안전장치들이 있었기 때문에 큰 반대는 없었다.

모닛이 만든 스마트아기띠는 어떻게 다른가.
아기띠를 멨을 때 허리 통증이 유발되는 이유는 무게중심이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른 손에 무거운 짐을 들고 있다가 팔이 아프면 왼손으로 짐을 옮긴다. 이 간단한 원리를 적용했다. 무게중심을 변화시킬 수 있으면 통증을 회피할 수 있다. 먼저 아기띠를 어깨에 메고 있다가 어깨가 아프면 힙시트를 펴서 허리로 무게를 분산시킨다. 그 후 다시 허리가 아프면 힙시트를 접어 통증이 어깨로 가게끔 한다. 소재도 특허 받은 소재라 면보다 40%나 가볍고 수분도 배출한다. 소취기능도 있다. 패션업계에서 일한 경험이 신소재 개발에 큰 도움이 됐다.

기저귀센서와 공기질 측정 허브도 설명해 달라.
기저귀센서는 아기기저귀에 직접 부착해 대변, 소변을 정확히 구분해 낸다. 대‧소변이 감지되면 스마트폰에 알람이 울린다. 센서에 부착된 벨크로를 이용해 간편하게 기저귀에 붙일 수 있다. 기저귀센서에는 5가지 멀티센서가 들어가는데 온도, 습도, 가스, 터치, 육축센서(움직임‧자세 감지 센서)다. 이 멀티센서가 정확한 감지 결과를 내놓는다. 현재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공기질 측정 허비인 스마트베이비모니터는 아기 주변의 공기질을 정확히 감지한다. 기저귀센서를 꽂으면 작동한다. 나중에 미세먼지 측정 기능도 탑재할 계획이다.

제품이 출시되기도 전인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10월 말쯤 스마트베이비모니터를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 10~12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7 스마트 디바이스쇼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잠시 앱 화면이 뉴스에 방영됐는데 그때 모닛이라는 단어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바람에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시장이 없기 때문이다. 기술만을 바탕으로 창업하려 하면 70%는 망한다. 모닛은 불편함에서 출발했다. 개선하려고 출발했기 때문에 뿌리 자체가 다르다. 훨씬 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향후에 공개할 제품은 어떤 게 있나.
스마트침대패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영유아의 심박수와 수면상태, 움직임을 모니터링해 영유아 돌연사를 예방하는 서비스다. 또 지금의 스마트베이비모니터를 발전시켜 아기의 주변환경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것에서 나아가 각종 사물인터넷과 연결해 모닛 제품으로 아기 주변 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스마트케어 IoT(사물인터넷) 허브를 선보일 계획이다. 영유아와 관련한 데이터는 잘 없기 때문에 이런 빅데이터들을 다양한 사업에도 활용할 수 있을 거다.
우리 아이가 많이 먹는지, 적게 먹는지, 나라별‧나이별 평균과 비교해 분석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맞벌이 가정이 많은 중국과 아랍에미레이트에서 큰 호응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기업과 협업하고 있나.
많은 기업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대표적으로 유한킴벌리, 중국 유아용품기업 비베어, 일본 유아용품기업 콤비, 영국 유아용품기업 위메이드미 등과 MOU를 맺은 상태다. 일단 중국과 미국, 일본 시장을 1차 타깃으로 잡고 있다.

실버산업 쪽에서도 제안이 들어온다고.
모닛 상품을 설명하면서 실버에 대한 언급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는데 실버산업 쪽에서 계속 연락이 오고 있다. 미국 한 기업에서는 요양원 500개에 기저귀센서를 공급하고 싶다고 판권을 달라고 하기도 했다. 중증 환자들은 의사 표현을 못해 지속적인 기저귀 확인이 필요한데 기저귀센서를 통하면 알람에 대응하면 되기 때문에 인건비도 대폭 아낄 수 있을 것이다. 성인 기저귀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에 실버산업 쪽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기저귀센서 색을 바꿀 예정이고 방수 기능도 넣을 것이다. 앱 구성도 다르게 할 계획이다. B2B형이 많아 태블릿PC 사용이 많기 때문에 글자 크기를 시원시원하게 키울 예정이다.


육아에 대한 생각을 말해 달라.
육아 관련 빅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독박육아, 헬육아라는 단어가 아주 많이 쓰인다. 아기와 있는 시간이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지만 육아 고통이 현재 행복을 압도해버린다. 이런 부분을 기술이 해결하게 해 아기와 함께 있는 시간을 질적인 시간으로 만들고 싶다. 한 번이라도 더 눈 맞춰주고 웃을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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