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G 등 서버 D램 급증에 하반기 스마트폰 대전까지 호재…연간 13조원 시대 ‘성큼’

SK하이닉스가 사상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3조원 시대를 열었다. / 사진=뉴스1

효자 D램이 분기 영업이익 3조원 시대를 열었다. D램 시장점유율 세계 2위인 SK하이닉스 얘기다. 최대실적은 한 개 분기 만에 앞자리 숫자가 바뀌었다. 그간 규모를 키워온 모바일용 D램이 주춤했지만 서버용 D램 시장이 힘을 받은 덕이다.

앞으로도 호재만 가득하다. 미국 나스닥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까지 서버용 D램 수요를 늘리는데 기여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스마트폰 대전이 벌어질 예정이다. 여기에 블록체인 시대에도 D램이 각광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영업이익이 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25일 SK하이닉스는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6조 6922억원, 3조 507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8%가 뛰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573.7% 급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762.7%나 늘었다.

이 덕에 SK하이닉스는 사상 최초로 영업이익 3조원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2016년) 1년 간 벌어들인 영업이익(3조 2770억원)에 육박하는 수치다. SK하이닉스는 상반기에만 5조 5182억원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였다. 2분기 영업이익률은 46%에 달한다. 곧 있으면 1000원을 팔아 500원을 남기는 시대가 개막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동력은 이번에도 메모리 반도체, 그 중에서도 D램이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2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은 11%가 상승했다. 이를 두고 SK하이닉스 측은 “우호적 시장 환경이 지속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며 “D램은 높은 수요 증가를 보인 서버 D램의 비중을 확대해 출하량과 평균판매가격이 각각 전 분기 대비 3%, 11%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데 이견이 없다. 오죽하면 SK하이닉스도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시장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투자효율성을 추구해야 한다”면서도 “현재 메모리시장 상황이 순수한 공정전환에 의해서 만으로는 수요충족이 어렵다”라고 설명할 정도였다.

흥미로운 점은 모바일 D램 수요가 둔화됐음에도 전체 D램 수요가 늘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이석희 SK하이닉스 경영총괄사장은 “상반기 D램 시장은 서버 D램 수요가 크게 증가해 모바일 제품 수요 둔화를 상쇄했다”면서 “서버 D램 수요 강세는 장기적으로 D램 시장 성장세를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에서는 내년 서버 D램이 20% 후반대, 모바일 D램이 20% 중반대 수준에서 성장하리라 보고 있다. 서버 D램의 미래를 더 밝게 내다보고 있다는 얘기다.

장밋빛 전망이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도 3분기에 기존 수요처(PC, 스마트폰)보다 서버용 D램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서버용 D램 채용량 증가는 최근 미디어 환경 변화와 맞물려있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서비스, 인공지능 등 고용량 서버가 필요한 영역이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율주행차, 자동차 전장장치(전장)에서도 D램이 필요해 수요처는 더 확대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이 기우에 그치지 않는 한 한동안 이 흐름이 이어진다는 얘기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사진=뉴스1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도 지난 12일 경기 일산시 킨텍스에서 열린 기술포럼 ‘나노코리아2017’ 기조연설에서 “최근 시장의 큰 변화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의 발전으로, 클라우드 서비스가 크게 증가하면서 반도체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데이터센터 시장 뿐 아니라 사물인터넷(IoT)과 웨어러블 기기가 반도체시장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D램 분야 업계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서버 D램 수요를 논할 때 미국 나스닥의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이 등장하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FANG 기업 D램 수요가 전체 수요를 방어하고 있다”며 “FANG기업은 자체 데이터센터 또는 퍼블릭 클라우드 확장 의지 덕에 재고를 중시한다. (따라서) PC와 스마트폰 등 기존 수요처에 비해 D램 가격에 민감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새 수요가 생기리라는 해석도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요새 비트코인(가상화폐)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가상화폐 생성(채굴)을 위해서는 복잡한 수학적 암호 문제를 풀기 위한 컴퓨팅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D램 수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채굴과 관련한 그래픽카드가 워낙 고사양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바일 D램의 성장세가 완전히 꺾인 것도 아니다. 하반기는 애플 아이폰8과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 LG V30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전쟁이 펼쳐진다. 스마트폰에 채용하는 D램 용량이 확대국면인 점도 대형호재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 채용하는 D램 용량이 2016년 2.3GB, 1.9GB에서 2020년 4.8GB, 3.0GB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때문에 SK하이닉스는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상위 스마트폰 기업에 대한 전략 마케팅을 강화해왔다. 중국 3사들이 점차 고용량 스마트폰을 키우고 있어서다. 고객확보 차원이다.

관건은 아직 세계 5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낸드플래시다. 낸드 마케팅 그룹장인 김영래 상무는 72단 3D 낸드플래시 메모리 양산 계획에 관해 “72단 3D 낸드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제품 등은 늦어도 이번 분기 말까지는 개발이 완료되고 출하될 것”이라며 “고용량 모바일 제품은 올해 매출이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부터 48단 3D 낸드를 양산 중인 SK하이닉스는 64단을 건너뛰고 72단 도전에 나서고 있다. 실제 SK하이닉스 투자지출의 상당수는 경기도 이천 공정에 있는 M14 2층의 3D 낸드플래시 설비에 이뤄졌다. 재무기획본부장인 이명영 전무는 컨퍼런스콜에서 “상반기 투자 지출은 현금 기준으로 4조원 후반대였고, 실제 설비투자 지출은 5조원 규모”라고 설명했다. 다만 ‘단수’ 자체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는 조언도 일각에서 나온다.

호재 가득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올해 연간 영업이익 10조원 돌파는 확실시 되고 있다. 업계와 증권가 안팎에서는 3분기 영업이익이 3조 5000억원을 넘어서리라 예상하고 있다. 4분기에도 비슷한 성적표를 받아들면 하반기 영업이익 합계는 7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12조 5000억원 안팎에 이르리라는 계산이 나온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13조원을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의 4배를 넘는 수치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