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준법행위에 열광하는 국민…제2갓뚜기 탄생 기대

오뚜기 열풍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오는 27일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 총수 간담회에 오뚜기가 중견기업 중 유일하게 초청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오뚜기 관련 미담들이 포털사이트를 장악하고 있다. 주가도 덩달아 춤추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갓두끼’(GOD+뚜기)로까지 불리며 회자된다.

실제 오뚜기의 미담들은 칭찬받을 만하다. 오뚜기는 지난 2015년 작고한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의 지시로 대형마트에 파견된 1800명의 시식사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무모한 도전이라고 불릴 만큼 파격적이었다. 올 3월 기준 오뚜기 전체 직원 3099명 중 비정규직은 36명(1.16%)에 불과하다. 대기업의 평균 비정규직 비중 13.6%와 비교도 될 수 없는 낮은 수치다.

함 명예회장에서 2세인 함영준 회장으로 경영권이 승계되면서 발생한 1500억원의 상속세 납부 또한 미담으로 전해진다. 현행법의 틈새를 악용해 주식을 불법으로 증여하거나 자회사를 만들어 주식을 편법으로 승계했던 다른 대기업들과 달리 오뚜기는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경쟁사들이 라면가격 인상에 혈안 돼 있을 때 10년째 동결한 오뚜기 미담은 한 커뮤티니 사이트에서 라면용기로까지 확대됐다. 오뚜기를 상대로 법인영업을 했다던 한 네티즌은 “오뚜기는 아무리 어려워도 협력업체들에게 물품값을 제대로 주고 수익으로 다시 설비투자에 써 경쟁사보다 물품(라면용기 등)이 우수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뚜기의 이런 미담들은 오히려 씁쓸함을 안겨준다. 꼼수를 부리지 않는 고용과 당연히 지켜야 할 준법행위를 미담으로 여기는 사회현상이 그만큼 우리 사회가 오뚜기 같은 ‘착한기업’을 찾기 힘들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익히 알다시피 ‘나쁜 기업’은 손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갑질, 성추문, 탈세 등 불법행위를 서슴지 않게 행하는 오너들 뉴스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고 있다. 때문에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진지 오래다.

25일 새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사람 중심의 경제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성장보다 분배, 대기업에서 중소기업 중심, 불공정관행거래 관행의 근절이 포함돼 있다. 대기업들이 지난 10년간 저질러 놓은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다.

정부가 비정규직 청산을 위해 깃발을 들고 선두에 나서자 벌써부터 그 효과가 민간에서 나타나고 있다. 두산과 두산인프라코어가 상시 ·지속적 업무를 수행하는 계약직과 외부 파견업체에서 파견된 파견직 근로자 45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전날 발표했다. 다른 대기업들도 슬슬 눈치를 보면서 타이밍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그간 산업전반에 벌어진 병폐와 악습을 타파하기 위한 시책들이 곧 빛을 보게 될 것이다. 여러 정부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대기업 찍어내기가 아닌, 기 살리기에 가깝다.

 

이번 오뚜기 초청도 같은 맥락이다. 잘하는 기업에겐 더 많은 혜택을 주겠다는 신호다. 이번 갓뚜기 열풍이 씁쓸함을 넘어 제2, 제3의 갓뚜기 탄생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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