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첫 창업 후 세 번째 도전…브릿지바이오, BBT401 미국 임상 목표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를 17일 오후2시 판교 이노밸리에서 만났다. / 사진=차여경 기자

2000년 국내엔 바이오텍 붐이 불었다. 대학원에서 단백질 구조결정학을 공부하던 이정규 대표는 졸업 후 제약바이오업계에 발을 내딛었다. 1993년 LG화학 바이오텍에 입사한 이 대표는 2년 반 동안 연구원 생활을 했다. 그 뒤 연구와 사업개발 등 다양한 일을 경험했다. 바이오텍 열풍이 불던 2000년 8월 이 대표는 바이오텍에 직접 뛰어들었다. 이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얼떨결에’ 창업에 뛰어든 것이다

브릿지바이오는 이 대표의 세 번째 창업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창립 멤버였던 이 대표는 주로 사업개발을 담당했다. 당시 해외를 다니며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겠다’라는 경험과 자신감을 얻었다. 2008년 두 번째로 만들었던 바이오벤처를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인생의 교훈을 얻은 시기였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이후 제약사와 바이오벤처들의 사업개발 자문을 했던 이 대표는 2015년 9월 새로운 바이오벤처 ‘브릿지바이오’를 설립했다. 거창한 동기는 없었다. 그저 혁신신약을 찾고 개발하는 일이 흥미롭다는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를 17일 판교 이노밸리에서 만났다.

브릿지바이오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바이오벤처기업인가.

브릿지바이오는 NRDO(No Research&Development Only) 기업이다. 내부적으로 연구을 따로 하지 않고 개발 설계만 집중하는 것이다. 연구개발(R&D)은 연구(Research)와 개발(Development)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세분화하면 성격이 많이 다르다. 화합물 혹은 항체의 효능을 확인해 개발후보를 선정하는 게 연구이고, 후보 물질이 정해지면 임상을 하는 게 개발이다. 예를 들어 연구는 재밌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는 것이라면 개발은 그 얘기를 갖고 책을 쓰는 것이다.

우리는 내부적으로 신약 후모물질을 연구(리서치) 하지 않고 개발 활동만 하고 있다. 약물을 개발하기 위한 후보물질은 모두 외부 협력회사에서 가져온다. 그 뒤 전임상, 임상등 개발활동을 하고 있다.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는 국내 벤처, 대학, 연구소들은 현재 신약 연구개발 역량이 상당히 성장했다. 그 생태계를 기반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주요 파이프라인은? 현재까지 기술이전된 후보물질들이 있나.

두가지 파이프라인이 있다. 2015년에 회사 설립 전, 성균관대학교와 화학연구원이 협력해 개발했던 후보물질을 염두에 뒀다. 브릿지바이오가 생기고 10월말에 바로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코드명은 ‘BBT-401’이다. 단백질은 염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BBT401은 염증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작은 화합물이다. 이 후보물질을 사용하면 만성염증질환들이 치료가 된다. 두 번째는 올해 5월 31일 상장 바이오텍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에서 가져온 ‘BBT-877'이다. BBT-877은 섬유증 치료 적응증을 고려 중이다. 아직 기술이전 된 건 없다. 내년 전임상 완료 후 미국 임상계획을 제출하고 내후년까지 임상 1‧2상을 거쳐 다국적제약사에 기술이전할 계획이다.

신약 사업모델을 찾는 바이오벤처 입장에서 힘든 게 있는가. 따로 규제가 있진 않나.

국내에서 개발을 하려면 국내 규제 시스템에 걸려있게 된다. 브릿지바이오는 기본적으로 크게 전략을 세웠다. 혁신신약 후보물질을 찾는(Finding) 시장은 한국이다. 자금 조달(Financing)은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찾는다. 마지막으로 개발(Developing)는 미국 시장에서 담당한다. 규제는 과학적, 사회적 이해관계 총합인 탓에 쉽게 바뀌지 않는다. 국내 규제를 바꾸려고 하기 보다는 시약 개발에 적절한 규제환경을 제공해주는 시장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상장주관사로 KB증권이 선정됐다. 브릿지바이오는 그동안 투자를 어느정도 받았나.

초기 시리즈A 투자는 LB인베스트먼트, KB인베스트먼트에서 받았다. 지난해 7월까지 국내 8개기관에서 총 145억원을 유치했다. 상장은 내년 하반기를 바라보고 있다. (투자 심사역들이 어떤 평가를 했나) NRDO 기업이라는 점이 새로웠고, 경험있는 팀이 진행을 해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했다.

4차산업혁명에서 ‘바이오’가 자주 언급된다. 앞으로 정부가 바이오산업을 키우기 위해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

우선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야 한다. 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 정부 역할은 사회 규칙을 준비하는 것이다. 규제를 과학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규제기관부터 보강이 돼야 한다. 흔히 ‘규제가 발목잡는다’고 말한다. 규제가 많아서 발목을 잡는게 아니고, 기술 발전에 따른 선제적 규제 정비 역량 부족해 문제가 생기는 거다. 규제기관에서 전체적인 산업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원과 연구역량부터 키워야 한다. (규제기관의) 선제적 연구는 엄두도 못낸다. 후행적으로라도 산업을 따라갈 수 있도록 기본 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기술이 나와서 약물로 개발될 때 그에 맞는 합리적인 규제를 내놓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겨야 하지 않겠나. 미국과 한국 신약허가 신청건수는 같다. 그런데 식약처와 미국 FDA 인원은 10분의 1이다. 당연히 허덕일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정부는 산업체, 국책연구소, 학교 등 각 기능들을 잘 이해하고 기초연구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차별화된 기초과학이 발달돼야 한다. 일반 기업체에서 하긴 어렵다.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도 부족하다. 대학, 연구소 등 기초과학 연구력이 좋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초연구비 투자가 늘어나야 한다. 산업통산자원부 등 정부기관들은 주로 기업체 지원이 많다. 기업체들은 스스로 생존하게 하고 기초연구기관에 투자를 많이 하면 질높은 바이오 기술들이 나올 수 있다.

상업화를 목표로 하는 기업과 기초연구를 하는 대학 간 입장차가 일어나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된다. 구글이 4~5명이 운영하는 소규모 스타트업을 1조원에 샀다. 그 스타트업의 역량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투자해 인수하는 것이다.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없다면 돈을 쓰지도 않는다. 대학 기초연구 지원도 같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체들은 기초연구 초기단계를 거의 하지 않았다. (기초연구 물질을 상업화하지 못하는 건) 학교 잘못이 아닌, 역량을 키우지 못한 산업계 문제다. 오히려 외국계 다국적제약사들은 오픈 이노베이션 일종으로 국내 대학교, 국책연구소를 찾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은 대학 교수들이 초기연구만 한다고 불만을 토로하지만, 다국적제약사는 그런 말 안한다. 초기단계때부터 가능성을 보고 활용하려고 한다. 좋은 기획사는 이야기만 가지고 책을 내지만 서점은 책이 완성돼야 가져가지 않나. 국내 제약사들도 좋은 이야기를 발굴하는 '기획사’ 역량을 키워야 한다.

바이오벤처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 향후 바이오벤처 시장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초기 단계 투자, 즉 비상장 바이오벤처 투자는 월별로 보기엔 변수들이 많다. 그러나 2010년부터 초기 바이오벤처 투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계속 유지될 것이다. 전체 바이오벤처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15~16년도 일시적으로 투자가 몰리면서 벤처들의 투자단가가 올라간 면이 있다. 지금은 가격조정, 기간조정 기간이다. 들쑥날숙할 것이다. 하반기부터는 어느정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올해 목표는 뭔가.


신약후보물질 ‘BBT401’ 미국 임상시험 허가신청(IND)에 들어가는 것이다. 궤양성 대장염치료제 적응증을 목표로 전임상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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