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위, 대기업·대주주·고소득자·자산소득자 과세강화 천명…‘조세·재정개혁 특위’ 설치

박광온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대변인이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열린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문재인 정부가 대기업, 대주주, 고소득자, 자산소득자 과세 강화 등과 관련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가칭 ‘조세·재정개혁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밝혀온 이른바 ‘부자 증세’를 공식화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29일 새 정부의 조세정의 실현과 공평과세 국정 철학을 명확히 하기 위해 ‘새 정부의 조세개혁 방향’을 발표했다. 이날 국정기획위는 박광온 대변인이 한 브리핑을 통해 “최근 언론의 조세관련 보도에 대해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하고 새 정부의 조세정의실현과 공평과세 국정 철학을 명확히 하기 위해 새 정부의 조세개혁방향을 설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날 국정위는 새 정부의 조세개혁 방향을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인 소득주도 성장은 가계 소득이 늘어 소비가 늘면 투자와 생산, 일자리가 늘어나는 국민경제의 선순환을 복원하는 것”이라면서 “그간의 부자감세 정책으로 왜곡된 세제를 정상화하는 등 조세정의 실현을 통해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정위는 대기업과 대주주, 고소득자, 자산소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한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중산·서민층에 대한 세제 지원은 지속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 3월 공개된 OECD 구조개혁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가처분소득 비중이 회원국 평균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함께 조세·사회인전시스템의 재분배 효과가 약한 때문이라고 지적됐다.

2013년 기준 우리나라의 재분배정책으로 인한 소득재분배 개선율은 10.1%로 핀란드(47.1%)와 독일(42.5%)보다 현저히 낮고, 미국(22.8%)과 이스라엘(20.7%)보다도 10%포인트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세, 내년 이후 단계적으로 추진될 듯  

국세청은 또 올해 하반기 법인세율 인상과 수송용 에너지 세제 개편 등 사회적 이해관계가 첨예한 문제들을 다룰 조세·재정개혁 특별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관련 전문가와 각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인사들로 구성될 이 위원회는 내년 조세·재정 관련 정책의 로드맵과 추진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만들어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국정위가 사실상 ‘부자 증세’를 공식화하면서, 법인세 인상과 세무조사 강화 등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2일 발간한 ‘2017 조세의 이해와 쟁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법인세 신고 기업의 평균실효세율(average effective tax rate)은 16.1%로 지난 1994년(28.5%)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국세청 등 세무 당국의 역할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승희 신임 국세청장은 지난 2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기업·대재산가의 편법 상속·증여와 기업자금의 불법 유출에 대해 국세청의 인력과 자원을 집중 투입해 반드시 바로잡겠다”면서 변칙적인 탈세 행위를 엄정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위도 이날 공약 소요재원 조달방안과 관련해 재정지출의 강력한 구조조정과 투자우선 순위 재조정을 하는 한편, 세수 증가분, 대기업 비과세·감면 축소, 고소득·고액자산가 과세 강화, 빅데이터를 이용한 탈루소득과세강화, 세외수입 확대 등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위는 다만 세제 개편 시기와 관련해서는 새 정부가 인수위 없이 출범한 만큼 올해는 추진 가능한 세제개편을 하되 내년 이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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