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진출로 위기 맞아…최근 수출 비중 증가 등 성과

이태성 세아베스틸 대표. / 사진=뉴스1
세아베스틸이 특수강 시장에서 적극적인 수출 다변화와 기술력 제고를 통한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다. 현대제철이라는 새로운 경쟁자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한 탓이다. 현대제철은 현재 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수직계열화 작업으로 인해 향후 현대·기아차에 들어가는 특수강 물량 대부분을 납품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에 세아베스틸은 수출과 기술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단 전략이다.

특수강은 주요 수요처인 자동차,조선 산업뿐만 아니라 우주항공·로봇·특수기계 등 고강도·고내구성을 요하는 핵심부품에 사용되는 철강 소재다. 현재 특수강 산업은 철강업계에서 ‘마지막 남은 효자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 철강에 비해 생산 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자동차 엔진과 변속기, 특수 기계 등 활용 범위는 점차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수강은 공정별로 쇳물을 봉강과 선재로 만드는 1차 공정, 봉강 및 선재를 세부 가공하는 2차 공정으로 나뉜다. 그동안 특수강 시장은 세아그룹의 세아베스틸과 세아특수강이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1차 공정업체인 세아베스틸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약 50%에 달하며, 2차 공정업체인 세아특수강 역시 국내 시장점유율 40%에 육박한다.

그러나 현대제철이 특수강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시장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현대제철은 2014년 4월 특수강 공정 진출을 선언하고 특수강 시장에 공을 들여왔다. 2015년 10월에는 세아홀딩스를 제치고 동부특수강(현 현대종합특수강) 인수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충남 당진제철소 옆에 특수강 공장을 완공했다.

지난해 2월 상업생산을 시작한 당진 특수강공장은 같은해 3월 탄소 및 합금강 강재에 대한 KS 인증도 취득했다. 현대제철은 내년까지 생산물량을 점차 늘려 특수강 양산 체계를 구축하겠단 계획이다.

현대제철이 특수강 시장에 진입하면서, 세아베스틸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현대제철이 완전 양산체제를 갖추면 현대·기아차라는 단골을 빼앗길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세아베스틸의 자동차용 특수강 생산 비중은 30~40%에 달한다. 이 가운데 80% 가까운 물량이 현대·기아차에 납품된다. 전체 매출에서 현대·기아차가 차지하는 비율도 20~2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세아베스틸도 내수 물량 감소에 대비해 수출 물량을 늘리고 수요처를 다변화 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태성 세아베스틸 대표는 연초 “15% 수준인 수출 비중을 25~30%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세아베스틸은 유럽, 미주 등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에너지용 강재와 고급 자동차용 부품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최근에는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상대로 제품을 소량 납품하기 시작했다.

최근 실적 발표 자료를 살펴보면, 수출확대 전략이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세아베스틸의 올해 1분기 별도기준 매출액(내수+수출)은 4638억원이다. 이중 수출액은 676억원으로 전년동기 514억원 보다 31.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결기준으로는 1분기 매출액 7313억원 중 수출액이 128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9.3% 증가했다.

지난 5월에는 일본 베어링 업체인 NSK사로부터 프리미엄급 소재기준 등 전 항목에서 품질합격을 받았다. 베어링은 자동차, 항공, 조선을 비롯해 기계산업 전분야에서 사용되는 부품이다.

특히 일본은 품질에 대한 기준이 높아, 납품 라이선스 취득이 매우 어려운 시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세아베스틸이 취득한 프리미엄급 베어링강 납품 라이선스는 극도의 초청정 수준을 승인 조건으로 내세우는 고기술집약, 고부가가치 품목이다. 이번 라이선스 취득으로 일본 수출에 대한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세아베스틸은 수출 다변화와 더불어 기술력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세아베스틸은 지난 19일 △고청정 베어링강 △열처리 저변형강 △내마모강 △고충격인성강 △저이방성강 △무결함 봉강 등 6대 특수강 특화제품을 선정하고, 내년 출시를 목표로 기술 개발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6대 특수강 특화 제품과 관련, 세아베스틸은 내마모강 및 열처리 저변형강, 고충격인성강 등 극한의 사용환경에서도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내구성을 향상시킨 제품 개발에 이미 착수한 상태다.

내마모강은 건설중장비 및 기계부품에 주로 사용되는 강재이며, 열처리 저변형강의 경우 자동차 변속기에 사용되는 강재로 내변형에 강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고충격인성강은 석유시추 및 해양플랜트 등 심해유전 개발 확대에 따라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강재다. 심해 속 저온 및 강한 충격을 견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아베스틸은 특수강재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특수강은 제조방법의 특수성으로 인해 종방향·횡방향의 기계적 성질이 제한적인 관계로 확대적용이 어려웠다. 업계에서는 세아베스틸이 개발중인 저이방성강의 경우 이런 고질적인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당장 세아베스틸이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특수강 제품 물량이 줄어들진 않겠지만, 점진적으론 현대제철 물량으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며 “세아베스틸로서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해외 수출 물량을 늘리는데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기술 개발을 통해 특수강 선도업체 지위를 계속해서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