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링크’ 온로드 승차감 만족…100㎞​/h 이후 가속력은 ‘​글쎄’​

쌍용자동차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명가로 입지를 굳히는 데 일익을 담당한 렉스턴 W가 새롭게 탈바꿈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16년 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된 ‘G4 렉스턴​’은 차체를 대형급으로 키워 기존 모델보다 한 단계 윗급에 포지셔닝(positionig)하고, 강점으로 꼽히는 파워트레인은 신형 모델에 맞춰 최적화 및 업그레이드 과정을 거쳤다. 여기에 각종 첨단 사양을 적용해 상품성을 대거 높였다. 개발 기간만 3년 6개월, 투자비는 총 3800억원이 들어갔다.


초반 성적은 기대 이상이다. G4 렉스턴은 판매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첫 달인 5월 국내 시장에서 2703대가 팔려나가며 경쟁모델인 기아차 모하비(1783대)를 1000대 차이로 따돌리고 단숨에 대형 SUV 시장 선두로 올라섰다. 쌍용차는 올 연말까지 국내 시장에서 2만여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내년부터는 3만대 규모로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G4 렉스턴 헤리티지 모델 주행 모습. / 사진=쌍용차


G4 렉스턴의 시승은 이달 7일 경기 일산 엠블호텔에서 연천 임진강 인근을 왕복하는 약 130km 구간에서 이뤄졌다. 

무엇보다 출시 이후 논란이 불거진 서스펜션 체험에 중점을 두고 시승을 진행했다. 가는 길에는 후륜에 멀티링크 서스펜션(multi link suspension)이 탑재된 최상위 트림인 헤리티지 풀옵션 모델을, 돌아오는 길에는 리지드 액슬 서스펜션(rigid axle suspension)이 적용된 기본 트림인 프라임 모델을 시승했다. 쌍용차는 자사의 리지드 액슬에 ‘5링크 다이내믹 서스펜션’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두 모델 모두 전륜은 동일하게 더블위시본 서스펜션(double wishbone suspension)이 탑재됐다.

논란의 발단은 기본형 모델인 럭셔리와 프라임의 후륜에 적용된 5링크다. 3950만원부터 시작하는 마제스티와 4000만원대 중반에 달하는 헤리티지의 후륜에는 멀티링크가 적용된데 비해 기본형 모델에서는 이를 옵션으로도 선택할 수 없다.

 

경기 연천 임진강에서 일산 엠블호텔로 돌아오는 구간에 시승한 G4 렉스턴 프라임. 이 모델에는 후륜에 5링크 서스펜션이 적용됐다. / 사진=정기수기자


5링크는 쉽게 말하면 좌우 타이어가 하나의 봉으로 연결된 방식이다. 이 차축이 뒷쪽 디퍼렌셜(differential, 차동장치)과 연결된 케이스 안에 들어있는 일체형이다. 이 일체형 차축을 5개의 링크로 차체와 연결하기 때문에 강성이 우수하고 바퀴정렬의 변화가 적다. 오프로드에 특화된 태생적 특성을 갖고 있는 셈이다. 과거 쌍용차의 무쏘와 현대차의 테라칸에 쓰이기도 했으며, 현재도 프레임 타입의 벤츠 G바겐이나 토요타 랜드크루저 등에 사용되고 있다. 반면 포장도로에서는 좌우 바퀴가 별개로 움직이는 멀티링크와 같은 독립 서스펜션을 적용한 차보다 승차감이 떨어져 승용차에는 잘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지레 걱정이 앞섰던 5링크의 성능은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짧은 체험으로 모든 성능을 검증했다고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다양한 노면에 탄력적으로 반응하며 문제 없는 승차감을 보였다.

실제 이날 시승에서 적지 않은 과속방지턱을 넘고 빠른 차선 변경과 급선회 등 다소 차를 거칠게 밀어붙이며 운전했지만, 서스펜션에서 별다른 이질감은 없었다. 흔히 5링크는 요철을 넘을 때면 차가 튀어오르는 느낌이 든다. 또 코너링에서 자세를 잡기 힘들고 포장이 잘 된 도로에서 승차감이 나쁘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날 시승에서는 이런 현상을 체감하지 못했다.

동승자에게 운전대를 넘기고 뒷좌석에 앉았지만 과속방지턱를 넘을 때도, 코너링 구간을 회전할 때도 멀티링크가 적용된 다른 경쟁 모델들과 다른 점을 찾기 힘들었다. 사견을 곁들이면 20인치의 휠을 낀 G4 렉스턴 프라임 모델의 5링크는 중형 세단에 버금가는 승차감을 제공했다. 경비 절감을 위해 저가의 5링크를 장착했다는 출시 전 논란은 오히려 쌍용차에게는 G4 렉스턴의 주목도가 높아지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듯 싶다.

쌍용차 백광운 차량성능개발팀 책임연구원은 “G4 렉스턴 개발단계부터 렉스턴 W의 주요 불만사항이었던 승차감 개선에 중점을 뒀다”면서 ​5링크의 경우 쇽업쇼버와 링크의 고무 부시(Bush) 사이즈를 키우는 등 온로드에 최적화시키기 위해 최적화하는 세팅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물론 5링크를 탑재한 기본형 모델의 승차감이 멀티링크를 채용한 고급형 모델에 미칠 수 없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서스펜션은 튜닝값에 따라서 얼마든지 승차감이 달라질 수 있어, 서스펜션만 보고 승차감을 섣불리 예상하는 건 성급한 판단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백광운 연구원은 ​헤리티지와 마제스티 모델의 후륜 멀티링크 시스템은 대형세단 체어맨 W와 동일한 컨셉트로 개발됐다​고 덧붙였다. 


쌍용차는 서스펜션 이원화 논란을 오히려 마케팅에 적극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기본형 모델은 펀(Fun)한 주행질감을 즐기는 오프로드 선호 고객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며 ​반면 고급형 모델은 온로드 주행에서 편안한 승차감을 우선시하는 소비자를 공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G4 렉스턴 실내. / 사진=쌍용차


하지만 실제로 드러난 고객의 선호도 결과는 쌍용차의 기대와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G4 렉스턴은 지난 4월 25일 공식 출시 이후 지난달 말 기준 23 영업일 동안 총 7500대의 계약고를 기록했다. 모델별 계약 비중은 최상위 헤리티지 트림을 선택한 고객 비율이 49%로 가장 높았다. 이어 마제스티 22%, 프라임, 19%, 럭셔리 10% 순이다. 4천만원대 이상의 고가 트림인 헤리티지와 마제스티 모델 계약 비중이 70% 수준에 달했다.

프리미엄 대형 SUV라는 차급을 선택한 고객들인 만큼, 어느 정도 비용 지출을 감수하더라도 멀티링크의 편안한 승차감을 선호한 것으로 풀이된다. 5링크에 대한 고객들의 편견 역시 생각보다 견고한 것으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쌍용차의 서스펜션 투트랙 전략이 주효할 지 여부도 현재로서는 결과를 예단하기 힘든 셈이다. 

 

◇ 높은 가성비 장점…고속 영역 가속력은 아쉬워

G4 렉스턴의 또 다른 특징은 압도적인 차체다. 전고와 전폭은 모하비보다 크고, 전장과 휠베이스(축거)는 모하비가 길다. G4 렉스턴은 전장 4850​, 전폭 1960​ , 전고 1825​ , 휠베이스 2865​를 갖췄다. 모하비는 전장 4930​, 전폭 1915​, 전고 1810​, 휠베이스 2895​다.


숄더윙 그릴을 중심으로 헤드램프까지 이어진 전면부 라인은 역동성을 강조했고, 리어 펜더부터 부각된 사이드 캐릭터 라인은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듯한 느낌을 준다. 국내 SUV 최초로 20인치 스퍼터링 휠도 눈에 띈다. 운전석에 앉으면 다른 SUV보다 전고가 높아 탁 트인 전방 시야가 만족스럽다. 오랜 시간 운전하면 흔히 시트 엉덩이와 등받이 부분이 눌려 허리가 아프고 허벅지가 저린 현상이 발생하지만, 이날 G4 렉스턴을 운행하는 동안에는 전혀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다. 등받이와 볼스터(bolster)에 3단계로 차이를 둔 3경도 패드를 적용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G4 렉스턴 오프로드 주행. / 사진=쌍용차


시승 구간 내내 NVH(진동 및 소음)에 주목했다. 디젤 엔진을 얹은 SUV를 탈 때마다 느꼈던 진동과 소음은 이전보다 한층 부드럽고 정숙해진 느낌이다. G4 렉스턴은 도어 실링을 4중 구조로 마감하고 사이드미러에 비드(bead)를 넣어 공기저항을 줄이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평일 오후인 관계로 차량 통행이 한적했던 자유로에 들어서 가속 페달을 힘껏 밟자 시속 100㎞를 가뿐히 넘겼다. G4 렉스턴에는 4기통 2.2 디젤 엔진과 메르세데스-벤츠 7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돼 최고출력 187마력, 최대토크 42.8㎏·m​의 동력성능을 발휘한다. 기존 모델(178마력, 최대 토크 40.8㎏·m)보다 소폭 상승한 수준이다. 


또 LET(Low-End Torque) 콘셉트를 기반으로 개발돼 최대 토크가 저속구간인 1400rpm부터 2800rpm에 달하는 넓은 영역에서 발휘된다. 초기 가속과 중저속 구간에서도 경쾌한 가속 성능을 맛볼 수 있다. 특히 초반 순발력에 중점을 둔 탓에 정지 상태에서 20​/h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49초에 불과하다. 모하비(1.61초)와 한 단계 아래 차급인 싼타페(1.51초)보다도 빠르다.

 

G4 렉스턴 엔진룸. / 사진=정기수기자


다만 덩치에 비해 다소 부족한 배기량과 엔진 스팩 탓에 100​/h​ 이후 가속은 더딘 느낌이다. 탄력을 받아 밀고 나가는 데는 문제가 없는 수준이지만, 급가속은 개인에 따라 답답함이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쌍용차는 G4 렉스턴의 엔진사양은 최근 트렌드인 다운사이징 추세에 따른 것인 만큼, 주행성능에는 전혀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번 시승행사에 참석한 최종식 쌍용차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고출력의 엔진을 만들 수는 있지만 그만큼 이산화탄소(CO2) 배출량도 많아지는 만큼 최적의 조합을 이루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G4 렉스턴의 또 하나의 장점은 임진각 오프로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4WD(4륜구동)에 다이얼을 맞추고 수많은 돌과 바위로 구성된 약 2km에 걸친 오프로드로 들어섰다. 전날보다 내린 적지 않은 비 때문에 길은 진흙으로 가득 덮였고 군데 군데 물웅덩이가 산재했지만 어렵지 않게 밀고 나갔다.

G4 렉스턴에는 다양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 적용된 점도 눈에 띈다. 대형 SUV 최초로 AEBS(긴급제동보조시스템)가 적용됐으며 ▲LCA(차선변경보조시스템) ▲RCTA(후측방경고시스템) ▲BSD(사각지대감지시스템) 등이 탑재됐다. AEBS는 모하비에도 없는 사양이다. 다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와 차선유지보조시스템(LKAS)은 빠진 점은 차급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착한 가격도 장점이다. G4 렉스턴의 가격은 3350만~4510만원이다. 2018년형 모하비의 가격은 4110만~4850만원이다. G4 렉스턴이 최대 700만원 이상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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