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자본 적정성 확보 부담…영업력 약한 중소 보험사 퇴출 가능성"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새 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영업력이 취약한 중소 보험사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사진=시사저널e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새 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영업력이 취약한 국내 중소 보험사들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IFRS17 도입이 국내 생명보험사의 자본 적정성 확보에 부담되기 때문이다.

무디스는 2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1년 IFRS17이 도입되면 한국 보험사의 자본적정성에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텔라 잉 무디스 선임연구원은 이날 IFRS17 이행 과정에서 중소보험사가 운영상 더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한국 보험사들이 듀레이션 미스매치(자산·부채 만기구조 불일치)와 이에 따른 금리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자산·부채 관리 및 투자전략을 도입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금융시장 충격에 대한 보험사의 지급 여력 및 실적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엄격한 평가와 공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시스템과 데이터 처리 과정을 개선하는 데 상당한 자원과 조정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자본 규모나 판매 경로가 작은 중소보험사의 성장 둔화가 예상되고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잉 선임연구원은 "계약서비스 마진을 명시적으로 인식하고 공시함에 따라 방카슈랑스를 통해 판매한 저축성보험상품의 스프레드 수익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중소보험사의 부진한 수익성이 노출될 수 있다"며 "중소 보험사는 외형 성장 목표를 줄이거나 매각 등으로 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중소 보험사는 대형 생보사에 비해 영업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대규모 보험대리점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보장성보험 상품 판매 확대를 위한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황이다.

이에 보험사는 IFRS17이 도입되면 고금리를 보증하는 단기 저축성보험 판매보다 보장성 보험 판매를 늘려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디스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의 보장성보험 판매 비중은 2012년 33%에서 지난해 46%로 확대됐다.

잉 선임연구원은 "IFRS17에 따라 보험부채 평가에 결손금과 잉여금의 상계가 허용되지 않고 시장금리를 적용함에 따라 보험사들의 회계상 자본 감소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험사들이 단기 저축성보험 상품 판매를 통한 외형성장보다 장기 보장성상품 비중을 확대하도록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그는 IFRS17 도입으로 보험사가 회계상 자본은 감소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 보험업 구조개선과 가치 창출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IFRS 17 도입으로 보험상품에 내재된 옵션과 보증의 실제 경제적 비용을 보다 충실히 반영한 가격산정 및 상품구성 개선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