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다음 주 일본행…낸드 경쟁력 확보할 마지막 기회일 수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 오른쪽)이 2015년 하이닉스 이천M14 반도체 공장 준공을 앞두고 생산 설비의 가동 준비 상황을 점검하던 모습. / 사진=SK

최태원 SK회장이 국정농단 수사에서 자유로워지자 일본부터 찾는다. SK하이닉스가 인수전에 참여한 도시바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재계에 따르면 그는 이미 출국금지 해제 전부터 오너 로서 가장 시급히 나서야할 일로 도시바를 꼽고 있었다. 해당이슈가 그룹 전체 차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도시바 인수전이 혼전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입찰에 참여한 SK하이닉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낙관적인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인수전은 무조건 높은 금액을 제시하는 것 보다 일본정부의 마음을 얻는 것이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국을 견제하는 일본 특성 상 미국 기업에게 기회를 줄 가능성이 높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정부가 중국과 한국을 꺼려한다고 밝힌 만큼 미국 기업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이미 도시바와 생산시설을 공유하고 있는 웨스턴디지털이 현실적으로는 인수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평가 된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 역시 일본 기업 도시바가 한국 기업에게 기회를 줄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국가 기간산업인 반도체 산업 관련 인수합병은 정부의 입김이 더 크게 작용한다. 중국이 미국 기업 인수에 애를 먹는 것도 금액 때문이 아니라 미국 정부가 나서서 사실상 방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한국기업인 SK하이닉스는 불리한 상황이다. 이는 곧 같은 조건의 미국기업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할 처지란 것을 의미한다. 인수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올라갈 경우 Sk하이닉스는 인수를 해놓고 허덕이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SK하이닉스는 과거 도시바와 낸드 기술유출 문제로 1조 원대 소송을 벌였던 악연까지 있다. 2006년엔 미국에서 특허 침해 소송도 벌인 바 있다. 법정에서 적으로 마주쳤던 곳과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인데 이 부분에서 특히 최태원 회장의 협상력과 역할이 강조된다. 정무적인 부분은 실무진이 아닌 최태원 회장이 직접 해결해야할 사안이다.

 

이런 악조건에서 SK가 최태원 회장까지 발 벗고 나서며 총력전을 펼치는 것은 이번 인수전이 단순히 기업 경쟁력 확보 차원을 넘어서는 대형 사건이기 때문이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현재 메모리 시장은 1위인 삼성과 나머지 2위 그룹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번에 SK하이닉스가 도시바를 인수하면 1위 기업과 2위 기업 그리고 3위 그룹으로 반도체 시장 판도 자체가 바뀐다업계에서 이 같은 매물은 다시는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에선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지만 낸드플래시 시장에선 여전히 하위그룹에 머물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D램 시장 점유율 26.7%로 삼성전자(47.5%)에 이어 굳건히 2위 자리를 지켰다. 반면 같은 기간 조사에서 낸드점유율은 9.6%5위에 머물렀다.

 

메모리 분야에서 낸드플래시 경쟁력은 시간이 갈수록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2020년까지 낸드플래시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45%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2019년부턴 시장 규모에서 D램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D램 한 과목만 잘해선 지금과 같은 위치를 지키기 힘든 날이 코앞에 온 것이다. 최근엔 723D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하며 낸드 부문에 집중하고 있지만 정상대열에 오르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낸드 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도시바 인수전에 실패하면 SK하이닉스는 사실상 낸드 부문에서 정상급으로 올라서기 힘들다라며 결국 삼성과 도시바를 인수한 기업에 밀려 고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최근 도시바 인수를 위해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탈과 손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활발한 투자활동을 하고 있는 베인캐피탈과 손을 잡는다면 한국 기업으로서 단독으로 뛰어드는 것 보다 성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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