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지원사업 상 보상비 지급 안되지만 중기청은 손놓아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전통시장 청년상인 창업지원사업에 참여중인 청년 상인들이 속앓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 빈 점포에 들어간 청년 창업가들은 기존 상인들의 텃세, 손해배상 요구 등에 시달리고 있다. 정작 이 사업을 시행한 중소기업청(중기청)은 ‘어쩔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상인들과 청년 창업가를 이간질시키는 사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성북구 길음시장 상인들은 최근 청년 상인들에게 보상금 명목으로 300만원을 요구하고 있다. 청년몰 공사 당시 ‘시판되는 상품에 먼지가 묻었다’라는 이유였다. 일부 상인들은 물건에 손상을 입혔으므로 손해배상해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했다.

청년사업가들은 ‘법적 절차를 밟아 보상금을 요구하라’는 입장이었다. 먼저 공사 상 생긴 피해에 대해 사과했지만 기존 시장 상인들은 사과를 받아주지 않았다. 결국 해당 청년사업단장이 사비로 보상금 300만원을 지급했다. 문제는 전통시장 청년 창업지원사업은 국고보조사업이라 공식적으로 보상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청년상인 A씨는 “전통시장 입주 때부터 주변 상인들과 자잘한 문제가 있었다. 지금은 겉보기에만 갈등이 끝난 상태”라며 “하지만 돈까지 주고 입막음한 상태에서 해당 소관 중소기업청은 아무 말이 없다. (전통시장 청년상인 창업지원) 사업 자체를 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300만원을 지급한 길음시장 사업단장 C씨는 “(보상 문제는) 사업 시스템 상 공식적으로 합의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지난해 청년몰 인테리어를 할 때 생긴 문제로 지금은 갈등이 봉합된 상태”라고 말했다.

◇ 별다른 대책 없는 중기청… ‘안타까운 상황’이라는 답만

이에 중기청은 보상금 사건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년 상인이 피부로 느끼는 별다른 대책은 없었다. ‘입막음’용 보상금 300만원이 지급 된 뒤에도 중기청은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중기청 시장상권과 관계자는 “길음시장에 중기청 직원들이 찾아가 상황을 보기도 했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청년 창업가와 기존 상인 모두 무시할 순 없다. 젊은 청년상인이 들어오면서 전통시장 체질을 개선하려고 한건데 이런 일이 벌어지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청년상인 창업지원사업은 전통시장의 빈 점포를 활용, 청년층의 전통시장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중소기업청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창업 격려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다양한 청년창업 지원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주변 상인과의 마찰 문제는 꾸준히 지적돼왔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한 시장에서는 기존 상인들이 청년가게 간판을 달지 말라고 요구해 마찰이 일어나기도 했다. 3월엔 세종시 전통시장 청년몰 조성 사업에도 잡음이 생겼다. 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되자 세종전통시장상인회가 '기존 상인들이 고객을 뺏길 수 있다'면서 반대한 탓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상인 간) 불화를 없애기 위해서 사업 신청을 받을 때도 지방자치단체와 전통시장 상인회 추천을 받고 있다”며 “또 청년 상인들에게 시장 상인회에 가입해 어울리라는 컨설팅도 한다. 시장에 입주하는 것에 끝나지 않고 시장 상인들이 (청년 사업가들을) 동료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중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전통시장 청년 창업 사업은 경쟁 부추기는 사업… 아이디어 지원이 우선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전통시장 청년상인 창업지원사업 자체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년 창업가들이 생계형 사업이 많은 전통시장에서 기존 상인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기존 상인과 청년 창업가들을 융합시키는 것은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영문 계명대학교 경영정보학과 교수는 “이 사업은 100% 실패할거라고 생각했다. 먹고 살기 위해 장사하는 기존 상인과 경험이나 노하우가 없는 청년 창업가들을 서로 경쟁시키는 사업”이라며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창업 아이디어를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장사가 잘 안되는 시장을 이용하기보다 청년들이 틈새시장을 파고들 수 있도록 창업 아이디어, 아이템을 우선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영화 건국대학교 기술경영학과 교수는 “기존 정통시장 상인들도 상권을 뺏기는 느낌이 들 수 있다”며 “이런 갈등 문제들은 벌금 등 제도적으로 해결하기보다 상당히 오랜 시간을 가지고 합의해야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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