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부담 피해 박 전 대통령 압박 가능…선거 때까지 기업수사 집중

검찰이 SK그룹을 시작으로 대기업 뇌물 수사를 재개했던 16일 밤 서울 서초구 검찰청사 내 조사실 곳곳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 사진=뉴스1

검찰이 SK를 시작으로 국정농단 연루 의혹 기업들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오는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마친 후 정국이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 기업 수사에 특히 더욱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18일 오후 2시 최태원 SK회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13시간 넘게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특히 사면 및 면세점 사업권과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 간 대가성 가능성에 대해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회장 소환 이틀 전 검찰은 김창근 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SK 전‧현직 임원 3명을 불러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 조사를 마친 후부터 더욱 기업수사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 검찰로선 해당 수사가 선거개입 논란에 휘말리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선거 때까진 상대적으로 정치적 부담이 가장 적은 기업수사에 집중할 것이며 난이도가 높은 우병우 전 수석 수사는 시간을 두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국정농단 수사는 크게 박근혜 전 대통령, 재단에 돈을 출연한 대기업,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크게 3부문으로 나뉘어 이뤄진다. 검찰은 이중 특히 가장 정치권의 시비를 불러일으킬 염려가 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일찍 끝내려 하고 있다. 본격 대선 국면이 접어든 후부턴 자칫 자유한국당이 ‘수사=선거 개입’이란 프레임을 덧씌우려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업수사는 정치적 논란에서 자유로우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의혹을 우회적으로 파고들 수 있다는 점에서 검찰에게 일석이조를 안겨다 준다. 뇌물을 준 것으로 의심되는 이들에 대한 조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전 조사 성격을 갖기 때문에 정치적 부담 없이 사실상 박근혜 전 대통령을 압박해 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검찰은 SK에 이어 롯데, CJ 등 나머지 기업들에 대해서도 본격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최순실 재단에 돈을 출연한 두 기업은 각각 면세점 허가, 총수 사면과 관련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19일 검찰은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를 불러 K스포츠재단에 낸 75억 원의 대가성 여부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1기 특수본은 기업들을 박근혜 전 대통령 강압에 의해 돈을 출연한 피해자로 규정했지만 특검은 이들에게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했다. 이같은 점 때문에 검찰의 수사의지 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는 기우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1기 특수본이 청와대의 가장 민감한 곳 중 하나인 특별감찰본부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는 점은 그만큼 검찰도 수사에 대한 의지가 있었던 것”이라며 “특히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에서 거침없는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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