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묶여 알리바바·아마존 등 외국기업에 뒤쳐져…ICT 전반 포괄하는 수평적 규제체계로 개편을"

8일 국회에서 열린 '뉴노멀 시대의 ICT 규제체계 개편'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 사진=정지원 기자

구글이 무인자동차를 개발하는 등 정보통신기술(ICT) 사업 간 융합이 일어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방송·통신·플랫폼(포털) 분야에 수평적 규제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콘텐츠(C), 플랫폼(P), 네트워크(N), 디바이스(D)산업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데 규제는 여전히 통신사업자에게만 집중돼 있는 탓이다.

국내에서 포털 업체들은 전통적 통신업체들에 비해 규제에서 한 발 물러서 있다. 덕분에 구글 같은 글로벌 업체들도 해외에선 개인보호 분야에서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지만 국내에선 자유롭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개인정보보호 침해에 시달리고 ICT 사업에 새롭게 진출하려는 기업들은 차별적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

8일 국회에서 열린 ‘뉴노멀 시대의 ICT 규제체계 개편’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최근 미디어와 통신, 플랫폼 산업의 진화 속에서 사업영역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고, 특히 플랫폼 사업자의 영역 확장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플랫폼 사업자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고, 산업과 사회적 영향력에 걸맞은 공적 책무를 부여해 국내외 사업자간 규제 형평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일원화된 규제체계로 전환시키고, 국내외 사업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법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포털은 데이터에 관여하지 않고, 유통을 내버려 둬야 하는 것이 성장 방식이었지만, 그러한 데이터를 모아두는 곳이 영량력이 커지고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미디어 관련 법제도를 정비해 기업의 사회적 공적 책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CPND 간 수평적 규제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구글, 페이스북 등 인터넷 기업에서 시작한 ICT 융합업체가 많은 미국과는 달리 한국은 아직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하기 때문이다.

차재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국장은 “포털 사업자가 시가총액 기준으로 1~10위에 포진했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현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시가총액이 아닌 자산액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게 맞다”면서 “자산액 기준으로 비교하면 삼성전자는 300조원, 네이버 와 카카오는 5조원 미만이다. 산업이 크기도 전에 규제 때문에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의 진행정도와는 별개로 한국은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기 위한 법률시스템의 수준 역시 낮게 평가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각 분야별 4차 산업혁명 준비정도 순위는 노동시장 83위, 교육시스템 23위, 법률시스템 62위 등 전체 25위에 머물렀다.

준비가 미진한 틈을 타 알리바바나 아마존 등 세계적 유통업체들과 IT 업체들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종합 마켓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들이 한국 기업들의 성장을 기다려줄리 만무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ICT 융합시대에 맞는 규제체계를 미리 정비해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정보통신연구진흥원 전문위원, 한국정책학회 정보통신정책분과회 회장, 성균관대학교 국제정보정책전자정부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변하지 않으면 길이 없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기존 영역을 지키려고 하면 같이 망하게 된다. 영역별 칸막이를 뛰어넘는 지혜가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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