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재청구 초강수로 ‘이재용 구속’ 성과…청와대 수사 방해는 못 뚫어

특검 수사가 공식 종료된 2월28일 이규철 대변인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며 “수사 결과 발표는 (다음 달) 2일이 유력하다”고 말하고 있다. / 사진=뉴스1

90일 간 단 하루도 쉴 틈 없이 달려온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수사가 28일자로 공식 종료된다. 박영수 특검은 대한민국 최대 경제 권력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시키는 성과를 거뒀지만, 청와대의 끈질긴 방어선을 뚫지 못해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는 결국 성사시키지 못하고 끝을 맺었다.

이번 특검 수사는 삼성에서 시작돼 삼성에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특수통 관계자는 “특수수사는 퍼즐 맞추기”라며 “가장 완성이 빠르고 확실한 것부터 잡아 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정석에 따라 특검은 처음부터 삼성을 정조준하고 들어갔다. 특검은 삼성이 다른 재벌들과 달리 재단에 돈을 출연한 것 외에 최순실 모녀를 직접 지원했다는 점에서 뇌물죄 적용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수사 초기 만해도 법조계에선 이재용 부회장을 직접 조사할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점쳤다. 대부분 최지성 부회장 선에서 수사를 끝낼 것이란 전망이었지만 특검은 이를 비웃듯 이재용 부회장을 직접 치고 들어갔다.

특검은 지난달 16일 이재용 부회장에게 1차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당시 영장심사를 맡은 조의연 판사가 그동안 재벌들 구속을 줄곧 기각시켰다는 점 등이 부각되며 여론이 들끓었다. 나머지 수사까지 동력을 잃게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수사가 시작된 지 한달 반 만에 특검은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영장 기각 후 특검이 택한 전략은 정면 돌파였다. 이미 패배를 안겨준 삼성을 피하기보단 오히려 더 파고들었다. 보강 수사 후 특검은 2차 영장을 청구했다. 보강 수사로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청와대 지시를 받아 이재용 경영권 승계 과정을 도운 정황 및 삼성의 최순실 모녀 말 지원 관련 혐의를 확인했다.

1차 청구 때와 달리 태극기 시위대까지 가세해 특검에 비난을 퍼붓고 나섰다. 1차 수사 때는 얌전히 있던 삼성도 관련 의혹에 조목조목 반발하며 저항했다. 법조계에선 당시 영장 청구 가능성을 굉장히 낮게 점쳤다. 영장을 다시 청구해서 받아들이는 경우가 거의 없고, 한정석 판사가 여론보단 법리를 꼼꼼히 따지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특검은 성역처럼 여겨지던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시켰고 박근혜 대통령 뇌물죄 완성을 위한 가장 큰 퍼즐을 맞추는 데 성공했다.

다만 특검은 정작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90일 동안 단 한 번도 얼굴도 보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장소와 시간, 언론 공개 여부 등 자신이 조사받을 조건을 특검 측에 구체적으로 제시했고 특검은 이를 대부분 받아들였다.

이처럼 성사될 뻔했던 대면조사는 결국 청와대 측 거부로 무산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조사과정에서 녹음이나 녹화를 하지 말자고 요구했는데 조사과정 투명성 등을 위해 이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특검은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청와대 압수수색 역시 무산됐다. 청와대는 법조항을 내세우며 원하는 자료를 전달해주겠다고 하며 특검의 압수수색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결국 특검은 오늘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을 써보지도 못하고 반환한다.

특검은 이처럼 최대 경제 권력을 잡는 데엔 성공했지만, 이번 사태의 주인공 격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청와대 측의 저항을 뚫지 못하고 마무리했다. 하지만 특검 수사가 탄핵심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한편 특검은 오는 2일 그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기간 연장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해 결국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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