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신용등급↓… 회계리스크 해소로 대우건설 매각작업 속도낼 듯

지난해 8월 23일 서울 종로구 대우건설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는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맨 오른쪽). / 사진= 뉴스1
대우건설 박창민호(號)의 ​‘빅배스(Big Bath, 대규모 손실처리)’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증권시장에선 올해 대우건설의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대한 투자자들의 주식매입이 이뤄지고 있다. 반면 신용평가 업계는 장‧단기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며 대우건설의 재무안정성에 의문을 표하는 상황이다. 다만 시장반응과 별개로 대우건설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 측은 매각작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전일 매출 10조9857억원, 영업손실 5030억원을 기록했다고 잠정실적을 밝혔다. 매출은 직전해(9조8775억원) 대비 11.2%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3346억원)은 같은 기간​ 적자 전환했다.

4분기 대규모 영업손실이 발생한 결과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1분기 626억원, 2분기 1057억원, 3분기 7692억원 등 매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4분기 7692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며 대우건설은 연간 영업손실을 나타냈다.

이번 빅배스는 대우건설의 엄격한 회계처리 결과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사우디 자잔 플랜트 현장, 알제리 RDPP 플랜트 현장에서 발생한 손실을 반영했다. 아울러 미래 비용발생이 예견되는 잠재손실을 4분기 실적에 모두 반영했다. 

특히 지정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이 지난해 ‘감사의견 거절’ 이유로 지목한 미청구공사 대금을 대우건설 측이 지난해 4분기 손실로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회사의 미청구공사 규모는 2015년말 9045억원에서 2016년말 5414억원으로 40% 가량 감소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난 3분기 이후 지정 감사인인 안진 회계법인과 함께 해외현장 실사를 진행했다. 새로운 기준에 따른 잠재손실을 모두 반영해 회계 관련 불확실성이 정리됐다”며 “건설업 회계처리방식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건설의 이번 빅배스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일단 대우건설에 대한 증권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지난 9일 1주당 5380원으로 시작한 대우건설의 주가는 실적발표 이후 584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최고 5870원까지 올랐다. 또한 10일 전일 마감가 대비 0.85% 오른 1주당 5920원에 거래가 시작됐다. 

대우건설이 올해 좋은 실적을 거둘 것이란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한 전문가는 분석한다. 대우건설이 잠재손실을 지난해 실적에 대거 반영한 만큼 올해 실적반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대우건설 측은 올해 매출11조4000억원, 영업이익 7000억원을 전망하는 등 ‘어닝 서프라이즈(시장의 예상치를 넘어서는 깜짝 실적)’를 자신하고 있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대우건설의 지난해 손실이 매우 컸다. 반등효과로 올해 실적 전망을 회사 측이 긍정적으로 발표한 상황이다"며 "(실적개선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작용해 주가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신용평가 업계는 대우건설의 빅배스에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는 9일 수시평가를 통해 대우건설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한다고 밝혔다. 나신평은 대우건설의 장기신용등급과 단기신용등급을 각각 A-, A2-로 강등했다. 

나신평 측은 “지난해 4분기 진행 해외프로젝트 원가율 상승 및 자산, 채권 손상차손 인식에 따른 회사의 사업 및 재무안정성이 저하된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나신평 측은 대우건설에 대해 등급하향검토 대상 등재를 유지했다. 지정감사인인 안진 회계법인의 회계감사 결과에 따라 실적이 변동될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용이나 회사채 등의 채권 시장은 과거 재무제표를 인식한다. 이에 (신용등급이) 미래 가능성을 나타내는 주가와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 회계 리스크 해소…산은, 대우건설 매각에 속도낼 전망

이번 빅배스로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이하 산은)의 대우건설 매각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대우건설이 지정감사인으로부터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대해 ‘적정의견’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산은 측은 본래 대우건설을 지난해 매각하려 했다. 다만 안진회계법인이 대우건설의 지난해 3분기 실적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을 통보한 이후 매각일정이 지연됐다. 산은 측이 대우건설의 회계 리스크를 해소해야 기업평가 제고가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번 빅배스로 대우건설이 지정감사인에게 사업보고서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을 받을 가능성은 줄었다. 미청구공사 대금 및 손실 가능성을 지난해 실적에 대폭 반영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업보고서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 시 대우건설이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될 수 있다. 다만 이는 회계법인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며 “빅배스로 인한 손실반영 등으로 최악의 경우(감사의견 거절)가 발생할 가능성이 줄었다”고 말했다.

실제 산은 측은 사업보고서에 대한 감사의견이 나오는 4월 이후 매각을 서두를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은이 최근 대우건설의 재무진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지난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이 인정하는 않는 부분(회계 리스크)은 명백히 정리했다”며 “(시장의) 의구심을 털고 (대우건설이) 투명한 회사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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