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고준위 폐기물 임시저장시설 2년뒤 포화…더이상 미룰 여유 없어

지진이 발생하고 원자로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방사능이 유출된 것이다. 사람들은 당황해 우왕좌왕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임시 저장해 온 핵연료봉에서도 방사능이 유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방사능에 노출돼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한다.

영화 ‘판도라’의 한 장면이다. 판도라는 지진 발생으로 인해 방사능이 유출된 상황을 현실감있게 표현한 작품이다. 영화 판도라가 흥행에 성공하자, 정치권에서는 원자력 발전소와 핵폐기물 처리 문제가 공론화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핵폐기물에 대한 논의가 항상 일회성으로 끝나 왔다는 점이다. 현재 핵연료봉과 같은 고준위 핵폐기물은 임시저장 형태로 발전소 내부에 보관중이다.

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 통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고리원전 5031다발 ▲신고리원전 803다발 ▲한빛원전에는 5822다발 ▲한울원전 5058다발 ▲신월성원전 189다발 ▲대전 원자력안전연구원에는 514다발이 습식저장소에서 보관돼 있다. 사용후핵연료가 가장 많은 원전은 월성원전이다. 월성원전 습식저장소에는 13만5436다발이 현재 보관중이다. 또 28만6320다발이 원자로 밖 실외 건식 저장소에서 보관중이다.

임시 저장소 용량은 곧 포화된다. 49만9632다발을 임시 저장할 수 있는 월성원전에는 이미 42만여다발이 보관돼 있다. 지금 속도대로면 2019년이면 가득 찬다. 한빛원전(9017다발 저장가능), 고리원전(6494다발)도 2024년이면 포화된다. 최근에 지어진 한울원전(7066다발)과 신월성원전(1046다발)은 각각 2037년, 2038년이면 포화된다.

영화 판도라에서도 임시저장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전한다. 발전소 내부에 있는 핵연료봉은 튼튼한 외벽에 보호받고 있지만, 임시저장 시설은 말그대로 임시저장이기에 외부충격에 상대적으로 약할수 밖에 없다.

그동안 정부는 핵폐기물이라는 폭탄을 다음 정권에 계속해서 떠넘겨왔다. 과거 노태우 정부때부터 핵폐기물 처리장 논의는 계속 있어 왔다. 하지만 제대로 처리되지 못했고, 김영삼·김대중 정부를 거쳐 노무현 정부에서는 부안사태까지 불러 일으켰다. 부안사태는 정부가 부안지역에 방폐물처리장을 건설하려 하자 주민들이 거세게 반대, 결국 폭력사태에 까지 이른 사건이다.

이후에도 정권은 계속 바뀌었지만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 건설 문제는 결국 해결되지 못했다. 그나마 경주방폐장이 완공됐지만, 이는 어디까지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쓰고 버린 장갑 등 저준위 폐기물만을 저장할 수 있다.

이번 정권에서도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에 대한 정부 대응방안이 발표됐다. 그러나 여전히 실제 건설까지는 오랜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영구처분 시설 부지를 2028년까지 선정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정부 계획안대로면 처분시설은 오는 2053년 가동될 예정이다.

문제는 처분시설을 어디에 유치하느냐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방사능이 나오는 폐기물을 받을만한 지역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아울러 해당 지반에 대한 정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최소 수만년은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나 학계에서는 사실상 ‘답이 없다’고 말한다. 적어도 몇십 년 전부터는 부지 선정을 완료하고 공사에 들어갔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핵폐기물 처리장 논의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활발하게 이뤄져 왔다. 당장 2019년부터 일부 저장시설이 포화상태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최순실 사태 등으로 인해 관련 논의는 사라진 지 오래다.

지금 상황에서라면, 다음 정권에서도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기 어려워 보인다. 그들은 또다시 다음 정권에 폭탄을 넘길 것이 불보듯 뻔하다. 결국 임시저장 시설이 전부 포화되고 나서야 급하게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출산부족 문제도 이미 몇십 년 전부터 학자들이 수없이 경고해 온 문제다. 당장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자, 이제서야 주목받기 시작했다.

폭탄돌리기는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다음 정권에서 해결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지금의 상황에까지 이르게 한 것이다. 이제는 책임감있게 핵폐기물 처리장 문제를 공론에 부쳐 다뤄야 한다. 물론 많은 난관에 부딪힐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이다. 다음 정권에서는 폭탄돌리기가 멈춰지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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