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일부가 승소해도 전체 피해자에 배상…기업 막대한 배상 책임 감당해야

소비자들을 위한 집단소송법안이 발의되면서 기업의 잘못으로 피해를 입은 다수 소비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안’을 발의했다. 소비자들을 위한 집단소송법안이 발의되면서 기업의 잘못으로 피해를 입은 다수의 소비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안 내용은 기업의 책임으로 50인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 소송을 하는 것이 피해자들의 권리실현이나 이익보호를 위해 적합하다고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으면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제 38조에 의해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 일부가 승소하게 되면 나머지 피해자들까지 배상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의 잘못으로 500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이 있다면 단 한 명만 소송에 참여해서 승소하더라도 나머지 499명이 피해에 대한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 법안에는 집단소송을 관할하는 법원이 피고 기업의 본사 지역에 국한되지 않도록 재판 관할을 풀어서 해외법인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처럼 가해 기업의 본사가 해외일 수 있음을 고려한 것이다.

집단소송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는 과거 19대와 20대 국회 때도 진행된 적이 있었지만 소송 남발의 우려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기업의 책임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신체적 피해 등을 입어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 소송을 진행해야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다수의 피해자 중 소송에 참여하는 소비자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형수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본부장(변호사)는 “소비자가 피해를 당했을 때 소송을 위한 비용과 시간에 대한 부담 때문에 이를 포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제껏 많은 기업들은 문제가 발생해도 소송을 제기한 일부 소비자들에게만 배상해주고 넘어갈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기업이 불법적인 행위로 벌어들인 수익에 비해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금액은 턱없이 적다는 지적이 있었고 기업들이 경각심을 가지려면 집단소송제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조 본부장은 “기업 입장에선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에게만 배상금을 주면 되기 때문에 배상금액을 감안하더라도 불법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많다”며 “이로인해 다수의 소비자가 피해자가 되는 사건들이 끊임없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인터파크에서 개인정보 2500만건이 유출됐고 2014년과 2012년 KT에서 각각 1170만건과 873만건의 정보가 유출됐다. 2011년~2014년 홈플러스에서 714만 건, 2011년 네이트에서 3500만건, 2008년 옥션에서 1081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등 기업의 잘못으로 다수의 피해자를 낳은 사건들은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실제 피해를 입은 소비자 수가 몇 천 만명 이상이지만 피해배상을 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피해자들은 극히 일부다. 지난해 인터파크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 후 만들어진 소송 카페의 회원 수는 5000여 명으로 전체 피해자의 0.02%에 불과하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경우도 피해를 신고한 사람이 5410명(1일 기준), 이 중 사망자가 1000명을 넘지만 지난해 집단소송에 참여한 피해자는 400여명에 불과하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집단소송법이 시행되면 기업들이 피해를 본 고객들 전부에게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미 해외에서는 집단소송법을 도입한 곳이 많다. 대표적으로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이 기업의 부당한 행위로부터 다수의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집단소송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경수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변호사)는 “집단소송제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이를 도입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이 법이 빨리 통과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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