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주도로 구조조정 탄력…유럽은 불경기・고비용에 발목 잡혀

현대제철에서 생산한 열연 코일. /사진=현대제철

글로벌 철강사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수합병(Merge&AcquisitionM&A)을 추진한다. 하지만 유럽과 중국의 M&A 결과는 달랐다. 유럽 철강사 M&A는 고비용과 관료화된 EU체계 등 암초에 부딪혔다. 반면 중국은 조강 생산량 기준 세계 2위 철강사를 탄생시키며 구조조정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철강 산업 호황기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성장하면서 철강 수요도 많아졌다. 철강사들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덩치를 키웠다. 2006625, 인도 철강사 미탈(Mittal)사는 룩셈부르크에 본사가 있는 아르셀로(Arcelor)사를 인수한다. 역시 인도 철강사인 타타 스틸(Tata Steel) 역시 2007년 초 기업규모가 3배 이상 큰 영국 코러스(Corus)사를 차입금 90억원을 들여 도합 120억 달러에 인수한다. 철강업계 호황이 이어질거란 계산에 일본 신일본제철(신일철주금)과 한국 포스코도 설비 확장에 나섰다.

철강사들이 M&A에 뛰어든 건 대형화로 원가경쟁력을 강화하고 R&D에서 시너지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경제성장세가 한풀 꺾이고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로 연타를 맞으며 유럽 철강 산업은 위기를 맞이한다. 2014년부터 중국이 자국 공급과잉을 해소코자 철강재 수출에 나선 것도 충격을 더했다. 타타그룹은 2010년부터, 아르셀로미탈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순손실을 기록한다. 결국 타타그룹은 지난해 329, 하루에 약 100만달러 손실을 기록하던 타타그룹은 코러스를 매물로 내놓았다.

 

중국 철강사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실적 악화가 이어진다. 국내 공급과잉을 해소코자 수출에 나섰지만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반덤핑, 세이프가드 등 수입규제를 통해 철강재 수입을 막았다. 게다가 최대 철강 수요처인 조선업에서 불황이 이어지며 구조조정 압박을 받았다.

 

이에 중국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조강능력을 1~15000만톤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초 중국 최대 철강생산지인 허베이성은 올해 1562만톤을 줄이고 산시성은 2000만톤을 폐쇄키로 결정했다. 장쑤성은 연간 585만톤씩 내년까지 1170만톤을 줄이겠다고 발표한다. 지난해에만 생산능력을 7998만톤 감축한 중국은 올해도 구조조정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바오우(寶武) 철강그룹이 지난해 121일 현판식을 갖고 정식 출범했다. 바오우 철강그룹은 중국내 조강생산량 2위 바오산(寶山) 철강과 5위 우한(武漢)철강이 합병해 생긴 회사다. 바오산 철강은 2015년 생산량이 전년대비 19.6% 감소한 3494만톤에 그쳤다. 우한철강 역시 생산량이 전년에 비해 23% 급감한 회사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6월 말부터 양사 합병을 추진했고 5개월만에 이뤄냈다. 바오우철강의 자산 규모는 7300억 위안(124조원)이고 직원수는 228천명이다. 2015년 연간 조강생산량만 따지면 6070만톤으로 아르셀로미탈(9717만톤)에 이은 세계 2위다.

 

바오산과 우한 양사는 합병을 준비하면서 555만톤 설비를 감축했다. 올해엔 545만톤을 폐쇄해 총 생산능력 17% 가량인 1542만톤을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우한철강 역시 442만톤 설비를 폐쇄했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도 M&A를 추진해 중소형 철강사를 정리하고 대형 철강사를 3~4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유럽 철강업계와 중국 철강업계 모두 수요부진, 비용 상승, 생산과잉 등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했다. 이를 풀어가기 위해 M&A를 통한 공급과잉 해소를 추진한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구조조정 동력엔 차이가 있다. 중국은 세계1위 철강 생산 국가고 유럽은 세계1위 철강수입시장이다. 중국은 정부가 추진하지만 유럽은 업계가 자발적으로 추진한다. 국영기업과 사기업이란 회사 형태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유럽이 세계기후변화협약을 주도하는 가운데 탄소배출권을 구입해야하는 유럽 철강업계 가격 경쟁력은 약화되고 있다. 높은 노무비와 퇴직자 연금 지급도 문제다. 제도와 법률 도입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EU체제도 구조조정을 어렵게 한다

 

임정성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쇠락의 길로 접어든 유럽 철강산업, 회생 가능성 있나?’ 보고서에서 유럽 철강사는 내부 모순이 커진 EU체제 하에서 수요, 과잉공급, 고비용 문제로 쇠략 경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대형 철강사를 제외한 나머지 유럽계 철강사는 특정제품수익 중심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다르다. 바오우그룹이 출범하면서 다른 철강사 구조조정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바오우철강만 보면 바오강, 우한 양사가 가진 R&D 역량이 시너지를 내면서 자동차 강판, 방향성 전기장판 등 고부가 영역에서 수익창출 능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 원료노무금융 비용 격차를 줄이면서 원재료 구매비용도 줄고 판매망 공유로 판관비 축소도 가능하다

 

심상형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대형 철강사가 노후설비를 폐쇄하면서 지방정부 소속 중대형 철강사 구조조정을 강하게 압박하고 그에 따른 설비조정 효과가 기대된다중고급 판재류 부문에서 시장지배력을 갖는 대형 철강사가 탄생하면서 철강 가격경쟁이 안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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