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언'에 그치리라던 전문가들 예측 빗나가…대외리스크 원점서 재점검을

트럼프 무역전쟁의 서막이 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다자간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트럼프가 취임 전부터 TPP탈퇴를 천명했지만 그의 행동이 이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은 누구도 하지 못했다.

트럼프가 지난해 11월 9일 당선된 뒤부터 기자는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환율조작국 지정, TPP 탈퇴 등 트럼프 무역전쟁 시나리오가 가능한 지 취재했다. 탈퇴 선언이 있기 전까지 경제 전문가들은 예측은 하나의 단어로 집약됐다. '허언(虛言)'에 불과하다는 것.

경제 전문가들 분석처럼 트럼프 발언은 실속이 없었다. FTA 재협상에 들어가려면 의회 동의가 필요하다. 환율조작국 지정은 요건을 모두 뜯어 고쳐야 했다. 미국 최대 우방국인 일본이 참여하고 있는 TPP  탈퇴는 더 실현가능성이 없어보였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전문가는 “행정부와 의회의 권한이 분명하게 나눠져 있는 미국이다. 한미 FTA가 재협상에 들어간다는 것은 미 의회가 비준한 FTA에 하자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며 미국 행정부의 재협상 시도 자체가 결코 쉽지 않다고 예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환율조작국 지정에 대해 “모든 지정요건을 뜯어고쳐야 하는데 실제 그렇게 해도 미국 입장에서 보면 큰 실익이 없다”며 실행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고 밝혔다. ‘2017년 경제정책방향’이 발표되긴 전 만난 정부 관계자 역시 “트럼프의 당선으로 대외리스크를 점검하고 있지만 현재 큰 염려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는 취임 3일 만에 이들의 예측을 무력화 시켰다.

이들의 빗나간 예상처럼 대내외 악재를 맞은 한국 경제 역시 앞날을 예견하기 힘든 상태다. 미국이 올해 안에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했지만 내수회복을 위해 통화정책을 쉽게 사용할 수 없고, 그렇다고 경기가 풀릴 때까지 무작정 재정을 확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꺼낼 수 있는 정책카드도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소비절벽으로 장기불황마저 우려된다. 현 유일호 경제팀의 시한부 임기 때문에 정부가 내놓는 경제정책은 가계, 기업 등 핵심 경제주체들에게 신뢰를 얻기 힘들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음에도 그간 ‘당선용 공약’으로 치부한 한국 정부는 이제 트럼프발 대외 리스크를 원점에서 다시 점검 해야 한다. 삼권분립이 명확한 미국이지만 트럼프는 사인 하나로 전 세계 경제를 움직일 수 있는 미국의 대통령이라는 점을 재인식해야 한다. 

 

그의 머릿속에 다음 타깃으로 한국을 생각하고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한국 정부는 한미FTA 재협상과 환율조작국 지정이 가능하다는 전제 아래에서, 냉철한 분석과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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