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등에 업고 ‘공조’ ‘쿵푸로봇’으로 영화계 '우뚝'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후 광고업체 LG애드에서 일하던 윤 감독은 코미디영화 ‘두사부일체’로 데뷔했다. 어느새 윤 감독은 영화계 태풍의 눈이 됐다. / 사진=뉴스1

2010년 이후 영화계서 흥행타율이 가장 높은 제작사로 꼽히는 JK필름이 올해는 더 큰 태풍을 몰고 올까. 일단 시금석은 영화 ‘공조’가 될 전망이다. CJ E&M의 자회사가 된 후 처음 내놓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JK필름의 산파이자 영화계 파워플레이어로 떠오른 윤제균 감독으로도 자연스레 눈길이 쏠린다.

배우 현빈과 유해진이 호흡을 맞춰 화제가 된 영화 ‘공조’가 오는 18일 개봉한다. 공조는 남한으로 숨어든 북한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시작된 남북 최초의 공조수사를 이야기 줄기로 삼았다. 특수부대 북한형사(현빈)와 생계형 남한형사(유해진)의 팀플레이가 감칠맛을 더한다.

배우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건 제작사다. 공조는 JK필름이 제작했다. 투자배급사는 CJ E&M이다. 공교롭게도 JK필름은 지난해 11월 CJ E&M에 인수됐다. CJ E&M이 JK필름의 지분 51%를확보하는 방식이다. 당시 CJ E&M 관계자는 인수 배경에 대해 “그룹 산하에 전문적인 영화제작사가 없다 보니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JK필름의 경영진과 인력은 유지된다.

이미 두 회사는 그간 협력관계를 지속해왔다. JK필름이 흥행시킨 ‘국제시장’(1426만명)과 ‘히말라야’(775만명) 등이 모두 CJ E&M의 투자배급으로 스크린에 걸렸다.

JK필름의 대표는 국내 유일의 ‘쌍천만’(두 작품 이상에서 1000만 관객동원) 감독 윤제균이다.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후 광고업체 LG애드에서 일하던 윤 감독은 코미디영화 두사부일체로 데뷔했다. 그는 해운대와 국제시장을 연이어 1000만 영화로 만들며 흥행 귀재로 평가받아왔다. 특히 윤 감독은 직접 제작사 두사부필름(JK필름 전신)를 차려 색즉시공을 시작으로 1번가의 기적 등 다양한 흥행작을 제작해왔다. 국제시장과 해운대도 모두 JK필름 작품이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JK필름을 두고 국내 상업영화의 최전선에 서 있다고 평가한다. 2015년 ‘동아일보’가 영화계 인사 33인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감독을 물었더니 윤 감독이 봉준호 감독과 공동1위에 오르기도 했다. 3위와는 큰 차이였다.

올해는 JK필름에게 중요한 해가 될 전망이다. CJ의 자회사로서 첫 해를 맞이하기 때문이다. 문지현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CJ E&M의 영화사업에서) 달라지는 부문은 (JK필름을 인수해) 제작 부문에 대한 강화 및 현업 인력을 확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영화시장을 설명하는 중요한 키워드는 감독이 만든 제작사다. 복수의 흥행작을 프로듀싱‧제작했던 한 영화연구자는 “투자배급사가 제작에 참여하면서 제작사를 통하지 않고 (흥행실력이 보장된) 감독과 직접 컨택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2010년을 전후로 감독제작사가 우후죽순 생겼다”고 전했다.
 

18일 개봉하는 영화 공조의 한 장면. / 사진=CJ E&M

지난해 1000만 가까운 관객을 동원한 영화 검사외전도 전형적인 감독 제작사 작품이다. 영화사 월광의 대표가 영화 군도를 연출한 윤종빈 감독이기 때문이다. 윤종빈 감독은 자신의 후배이자 조감독 출신인 이일형 감독을 검사외전으로 직접 데뷔시켰다. 또 2015년 흥행한 베테랑(류승완 감독)과 암살(최동훈 감독)은 제작사 대표가 감독의 아내다. 사실상 감독 제작사라는 얘기다.

 

역시 감독 제작사인 JK필름은 그간 독자적인 작품색을 펼쳐왔다는 점에서 CJ E&M과의 시너지가 강하게 나리라는 분석이 많다. 앞선 영화연구자는 “현재 제작 시장 자체가 ‘명필름’이나 ‘집’ 정도를 제외하면 대체로 감독제작사들 판인데, 코믹과 가족극에서는 윤제균 감독의 JK필름이 자리를 잘 잡았다. 시나리오에 맞게 감독을 기용하는 데도 유능하다”고 전했다.

새 영화가 그간의 JK필름 작품과는 또 다른 형태라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JK필름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코믹’과 ‘가족’이다. 상업 코미디 영화나 가족애를 그린 영화에 강하다는 얘기다. JK필름 최대 흥행작인 국제시장은 이 둘을 묘하게 섞어놓은 작품이다.

반면 공조는 수사극이라는 설정답게 볼거리를 살린 작품이다. JK필름 측은 영화 추격자와 황해, 용의자 등 주로 액션극을 연출한 이성제 촬영감독과 ‘용의자’ 스탭으로 나섰던 오세영 무술감독이 직접 참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JK필름이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섰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윤 감독 자신이 연출자로서 복귀한다는 점도 관심거리다. 그는 영화 쿵푸로봇의 연출을 맡았다. 쿵푸로봇은 덱스터 스튜디오가 중국 진출을 목표로 완다 픽쳐스와 2년간의 기획을 거쳐 내놓은 공동프로제트다. 완다 픽쳐스가 투자한 첫 한중 합작영화기도 하다.

쿵푸로봇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청소 로봇이 우연한 기회에 쿵푸를 배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과정을 담은 SF 휴먼 액션 코미디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최강자로 떠오른 완다그룹과의 협업이라는 점에서 영화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JK필름과 모회사인 CJ E&M도 제작에 참여한다. 지난해 11월 JK필름 인수 당시 CJ E&M의 또 다른 인수배경 중 하나는 해외 영화 제작이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