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수출액 증가 불구 물량 증가율에 못 미쳐…수출단가 하락 탓

한국이 수출 부진에서 벗어날 조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수출 물가가 아직 낮은 수준에 있어 질적 회복은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우리나라의 수출이 불완전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 물량이 증가하면서 급한 불이 꺼지는 듯한 모양새지만 수출 금액 회복은 더딘 것으로 분석되는 까닭이다. 올해 세계적으로 수출 규모가 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수출의 질적인 측면에서 수출 물가 상승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16년 11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경상수지는 89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87억2000만달러 흑자와 비교해 3.09% 증가했다. 이로써 경상수지는 2013년 3월부터 57개월 연속 흑자를 내면서 최장기 흑자 기록을 세웠다.

경상수지 흑자 폭이 늘어난데는 상품수지에서 수출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 11월 수출은 464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의 431억3000만달러보다 7.7% 증가했다. 전달인 지난해 10월 수출 433억4000만달러보다도 늘어난 수치다. 다만 수출대비 수입 증가폭이 더 커지면서 지난해 11월 상품수지는 105억2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106억4000만달러 대비 1.1% 줄었다.

지난해 11월 품목별 수출액(통관기준)을 보면 대다수 품목의 수출이 늘면서 회복세를 보였다. 기계류·정밀기기가 51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8% 늘었고 화공품(18.2%)과 철강제품(12.3%) 증가 폭도 컸다. 전기·전자제품 중 반도체는 58억3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5% 늘었다. 반대로 전기·전자제품 중 정보통신기기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6% 감소했고 선박 수출도 37.1% 줄어들었다.

이 같은 회복세는 지난해초와 비교하면 더 두드러진다. 계절적인 특성을 배제한 계절변동조정 기준으로 지난해 1월 상품수지에서 수출액은 397억1800만달러였다. 지난해 6월들어 453억4200만달러로 크게 뛴 이후 3분기 들어 다시 감소세를 보였지만 11월들어 457억6000만달러로 다시 상승했다. 지난해 11월과 1월을 비교하면 수출액은 15.2% 증가했다.
 

자료=한국은행, 그래프=시사저널e
수출 개선 움직임은 수출 물량이 증가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수출물량 지수는 2010년을 100으로 했을 때 지난해 1월 121.73에서 11월 142.56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2010년 이후 최고치인 2014년 12월 143.37에 근접한 수치다.

하지만 수출금액 지수는 여전히 수출물량 지수와의 간극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수출물량 지수와 수출금액 지수 차이는 2014년 11월만하더라도 1.06포인트 차이 밖에 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두 지수 차이는 23.45포인트로 크게 벌어졌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16.86포인트 차이보다 크다. 두 지수가 역사적으로 큰 이격없이 비슷하게 움직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최근에는 수출 물량에 비해 수출 단가가 크게 낮아졌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는 앞으로도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LG경제연구원 ‘2017년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교역 물량이 1%대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원유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석유류 및 농산물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어 총수요 측면의 물가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영준 경희대 무역학과 교수는 “수출이 질적으로 회복됐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수출 물량뿐만 아니라 수출 단가도 오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그동안 수출 물가가 떨어진 데는 국제유가 하락 등 외부적인 요인도 있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저가 경쟁의 고착화, 수출 기업의 혁신 부족 등으로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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