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상승으로 수출단가는 상승…경쟁 심화로 정제마진은 '주춤'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이 3일 오전 여수공장에서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GS칼텍스

정유년엔 정유란 말이 나올 정도로 정유4사 호황이 예측되는 가운데 변수가 있다. 중국과 미국 등 글로벌 경쟁 심화다. 감산 합의로 수출단가는 상승하겠지만 실질적인 이익 기준인 정제마진은 경쟁국 증가로 소폭 증가하는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일 발행한 ‘2017 수출입 전망에서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제품단가는 상승하지만 경쟁국 정제능력 향상에 따른 역내경쟁심화로 스프레드는 축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요 경쟁국이 정제설비를 고도화함에 따라 정제마진 성장이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정제마진은 정제한 석유제품 값에서 원유값과 수송비용을 뺀 금액이다. 유가가 오르면 제품 값을 쉽게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정제설비를 갖춘 업체가 많아지면 가격 인상폭이 제한된다.

 

산업연구원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2017년 경제·산업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유업계는 정제 기술에서 크게 성장했다. 중국 정유업계 일일 정제능력은 2005775만배럴에서 20151426만 배럴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2014년을 기준으로 중국은 석유제품 순수출국이다.

 

올해부터 중국산 석유 제품이 국내에 수입될 수 있는 가능성도 생겼다.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경유 황 함유량 규제 기준을 50ppm 이하에서 10ppm 이하로 강화했다. 국내와 같은 환경기준이다. 경유에 포함된 황은 연소하면서 황산화물을 만든다. 황산화물은 이산화황(SO2)·삼산화황(SO3)·아황산(H2SO3) 등이 있다. 황산화물은 대기오염물질로 산성비의 원인이 되거나 사람 몸에 호흡기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지난해까지 중국산 경유는 황 함유량 기준이 한국 환경기준보다 높아 수입자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중국산 경유 수입이 늘 수 있다. 국내 정유업계로서는 새로운 경쟁자가 들어오는 셈이다.

 

다시 석유업 부흥시대로 돌아간 미국도 부담이다. 미국 석유시장 조사업체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20112026대였던 미국내 석유 시추장비(Rig)20165404대로 급격히 줄었다. 하지만 2016년 하반기부터 미국내 시추장비 수는 45% 증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45대 대통령 당선자 공약대로 인프라를 확대한다면 원유 부산물인 아스팔트 수출에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공약대로라면 미국산 석유제품 생산 및 수출 확대가 이뤄질 수 있다.
 

임소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워싱톤 무역관 현지조사관은 트럼프 당선자는 규제 완화를 통한 미국 석유산업 활성화를 주장하고 있다그는 관세 인상과 미국 내 생산 등을 주장하고 있어, 수출업체들은 정책 변화를 주시하고 적절한 대응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동 정제설비의 31%를 차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정제설비 가동률 상승도 정제마진 상승을 압박한다. 201470% 수준이던 사우디아라비아 정제설비 가동률은 지난해 하반기 90%까지 올랐다.

 

반면 정제마진이 반등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중국이 올해 석유 수출 쿼터를 제한해서다. 지난달 29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올해 중국 석유제품 수출쿼터는 1240만톤이다. 지난해 저유가를 견인한 소규모 정유사(Tea-pot Refinery)에게는 수출 쿼터가 주어지지 않았다.

 

한승재 동부증권 연구원은 통상 매년 첫 번째 수출쿼터가 가장 높게 발표된 걸 감안한다면 올해 중국 석유제품 수출 규모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사우디아라비아도 추가설비에 나서지 않아 석유제품 공급량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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