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원·달러 환율 영향"…업황 회복따른 수요 증가도 원인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수출입물가가 3개월 연속 증가했다. 사진은 수출 물품을 싣고 있는 컨테이너선. / 사진=뉴스1

 

11월 수출물가가 7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수입물가 역시 3개월 연속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제 유가가 떨어지면서 물가 상승 수준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전월대비 크게 상승한 영향이 컸다.

특히 철강과 전기·전자기기 품목의 물가 상승이 주목된다. 이들 품목은 환율 상승 효과를 넘어선 물가 상승 폭을 보였다. 전기 및 전자기기 제품 가격 상승은 수출 물가를 끌어올렸다. 1차금속 등 중간재 가격 상승이 수입 물가를 높이는데 기여했다. 제품가 하락으로 고심하던 이들 업종에는 물가 상승이 긍정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 수출입 물가 3개월 연속 오름세


수출입 물가가 상승 추세를 이어나갔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2016년 11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물가지수는 83.99(2010년=100)로 전월(80.68)에 비해 4.1% 급등했다. 전월대비 수출물가지수 상승폭은 2009년 2월(4.8%) 이후 7년 9개월만에 최대 수준이다. 수출 물가는 9월 0.8%, 10월 3.4%에 이어 3개월 연속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11월 수입물가지수도 79.74로 전월 77.89보다 2.4% 올랐다. 수입물가지수 역시 9월 이후 3개월 연속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6% 증가했다. 다만 10월 전월대비 수입물가 상승폭인 4.4%에는 미치지 못했다.

수출물가지수는 국내 기업이 해외에 파는 상품 가격을 지수로 나타낸 것이다. 수출물가가 오르면 같은 물량을 수출해도 받는 돈이 늘어난다. 반대로 수입물가지수는 해외 기업이 국내에 파는 상품 가격을 지수로 나타낸 것이다. 수출입지수는 수출입 상품 가격동향을 파악하고 그 가격변동이 국내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측정하기 위해 작성된다.

지난달 수출입물가가 상승한 것은 원·달러​ 환율이 오른 영향이 컸다. 원·달러​ 평균 환율은 10월 평균 1125.28원에서 11월 1161.64원으로 3.2% 올랐다. 이는 9월에서 10월 원·달러​ 환율 상승폭 1.6% 오른 것보다 큰 상승폭이다. 수출품 가격이 환율의 영향을 제외한 계약통화 기준 수출물가는 전달 대비 1.1% 올랐고 수입물가는 0.3% 하락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수출물가에서는 공산품과 농림수산품이 전월보다 각각 4.1%, 1.8% 올랐다. 수입물가는 중간재가 10월보다 3.4% 오르면서 수입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자본재 및 소비재 수입물가도 각각 1.6%, 2.1% 올랐다.

◇ 철강과 전기 관련 수출입 물가 상승 두드러져

수출입 물가에서 철강과 전기·전자기기 물가 상승이 두드러졌다. 두 업종은 공급 과잉으로 인한 제품가 하락 탓에 수익성이 떨어진 상태였다. 철강 업종은 중국산 철강재가 쏟아지면서 국내 업체들의 주력 제품인 열연과 냉연 강판 가격이 크게 떨어져 있었다. 전기·전자기기 업종 역시 D램, LCD(액정표시장치) 등 제품 가격 하락으로 마진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수출입 물가동향을 보면 이들 업종 관련 물품의 물가 상승폭이 컸다. 수출 물가에서 원화 기준 철강 관련 제품인 1차 금속제품 11월 물가지수는 65.8로 전월 대비 6.9% 올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2.2% 오른 수치다. 기준치인 2010년 수출 물가지수 100에는 못 미치지만 상승세가 돋보였다.

세부적으로 열연강대 및 강판이 전월 대비 9.4%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이 품목은 33.4% 올랐다. 용접강관 역시 전월보다 16.7%,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1% 올랐다. 이외에도 아연정련품이 전월보다 18.7%,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4% 오르는 등 증가세가 가팔랐다.

철강 품목 수출 물가 상승은 관련 원자재 수입물가 상승에서 찾을 수 있다. 제강에 쓰이는 유연탄 수입 물가가 10월보다 16.8% 증가했다. 아연도금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쓰이는 아연광석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2.8% 상승했다. 철강 제조자 합금 제조에 투입하는 망간광석 물가 역시 전월 대비 28.7%,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2.1% 증가했다.

전기·전자기기에서도 반도체 중 하나인 D램 수출물가가 전월대비 8.3% 증가했다. 플래시메모리 역시 전월보다 13.1%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TV용 LCD는 전월대비 9.3%,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6% 올랐다. 액정표시장치용 부품과 휴대용 전화기는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각각 22.8%, 10.9%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두 업종 모두 중국업체의 저가 물량 공급 과잉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고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 내 관련 산업 구조조정과 맞물려 이러한 현상이 수그러들었다”며 “수요 측면에서도 모바일향 D램 수요가 증가했고 전방산업이 살아나면서 철강 제품 수요가 증가했다. 결국 이들 업종 물가 상승은 업황 회복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