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드 사태 전 114만대에서 올해엔 9만대 수준으로 급감
현지 공장 매각 및 판매 법인 정리 등 시장 축소화
러시아서 최근 상표 등록하며 재진출 가능성···철수 전 현지 점유율 1위
인도·중동 등 신흥 강국서 현지 공장 확대하며 시장 선점 준비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가 최근 중국 시장에서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인도, 중동 등 신흥 시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지난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판매량이 급감했다. 여기에 미국 자동차 관세가 일부 완화됐지만, 예전 대비 15% 인상된 만큼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현대차는 러시아 시장 재진출을 비롯해 인도와 중동 등 신규 시장을 개척하며 활로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현대차 중국 판매량은 약 9만3000대, 기아는 약 6만대로 집계됐다.

이는 사드 사태 여파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지난 2016년(현대차 114만대, 기아 65만대)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사드 사태 이전 현대차는 전체 판매량(491만대) 중 22%를 중국에서 판매했으나, 올해에는 3%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중국 내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현대차는 2021년 베이징 1공장을 매각한데 이어, 작년 충칭 공장도 정리했으며 추후 창저우 공장도 넘길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중국 5개 공장 중 베이징 2·3 공장 등 2개 공장만 남길 예정이다.

또한 최근에는 베이징 판매법인도 정리하는 등 중국 시장을 축소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현대차가 중국에서 완전히 손을 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데다 한국과는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만큼 현대차에게 가장 매력적인 시장 중 하나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전세계 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큰 만큼 판매 확대가 절실한 곳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947만대로 전세계 판매량(1501만대)의 63%를 차지했다.

이에 현대차는 올해 중국에서 첫 현지 전용 전기차인 ‘일렉시오’를 출시하는 등 시장 회복을 위한 밑작업에 나서고 있다.

◇ 러시아 재진출 시동

현대차가 중국에서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러시아 시장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현대차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현지 시장에서 철수했지만, 최근에는 상표권을 재등록하면서 사업재개에 대한 조치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최근 현대차가 이달부터 2034년까지 현대차 로고를 포함한 상표를 등록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현대차는 상표권 만료를 앞두고 상표권 확보를 위해 선제적인 조치라는 입장이나, 러시아 시장은 버릴 수 없는 곳인 만큼 재진출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현대차가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기 직전인 지난 2021년 기아는 현지에서 20만5801대, 현대차는 17만1811대를 판매하며 현지 점유율 2,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현재는 중국 브랜드들이 러시아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과거 러시아 내 현대차의 브랜드 인지도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경쟁력은 충분하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 인도·중동 등 신흥국 공략 속도

이와 함께 현대차가 중국 시장을 대체할 곳으로 점찍은 신규 시장은 인도다.

인도는 지난 2023년에 중국을 넘어 전세계 인구수 1위를 차지했으며 현재 약 14억 6000만명에 달하는 인구 최대 국가다.

자동차 시장도 500만대를 넘기면서 일본을 제치고 중국과 미국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또한 인도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30%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향후 전기차 주요 시장으로 손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기존 첸나이 1·2공장에 제너럴모터스(GM)에게 인수한 푸네 공장 등을 통해 현지 생산량을 100만대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또한 현대차는 크레타 EV를 비롯해 현지 생산 전기차를 확대해 2030년까지 5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출 예정이다. 기아도 현지 맞춤형 소형 전기차를 비롯해 2030년까지 4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방침이다.

인도 뿐 아니라 현대차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중동 시장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달 사우디아라비아 총리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현지 자동차 사업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사우디아라비아 산업 수요와 고객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 특화설비를 적용한 현지 맞춤형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며 “향후 시장 상황을 감안해 생산능력 확대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현대차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중동 지역 최초로 생산 거점을 짓고 내년 4분기부터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연간 생산규모는 5만대이며, 전기차 및 내연기관차를 혼류 생산한다. 이를 통해 현지 전용 스페셜 에디션과 SUV 라인업 확대, 전기차 및 EREV(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친환경 신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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